현 정부는 출범과 함께 ‘3대 국정 과제’의 하나로 ‘문화 융성’을 내세웠다. 문화예산을 2017년까지 전체 예산의 2% 수준으로 올리겠다는 공약도 했다. 얼마 전에는 대통령이 나서서 기업의 메세나 활동을 독려하고, 문화 콘텐츠 기획·제작자들을 적극 지원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정부가 이처럼 문화융성을 강조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무엇보다 국민의 행복한 삶을 보장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한국은 경제적 성과는 어느 정도 이루었는지 모르지만 행복지수는 매우 낮은 편이다. 이는 치열한 경쟁 속에서 감내해야 하는 각종 스트레스와 갈수록 벌어지는 빈부격차에서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 높아만 가는 청년 실업률,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겪는 노후불안 등 얽히고설킨 문제들이 주변에 널려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요소들은 우리가 지속적인 경제발전을 이뤄나가는 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이런 문제들의 근저에는 피폐해진 인간성과 문화적 후진성이 자리하고 있다. 프랑스 문명비평가 기 소르망은 “한국이 직면한 위기의 본질은 경제문제가 아니라 세계에 내세울 만한 한국적 이미지 상품이 없다는 문화의 위기라는 점이다”고 지적한 바 있다.

21세기는 문화의 시대라고 한다. 문화적 가치나 문화적 토양이 인간의 삶을 풍성하고 행복하게 해줄 뿐만 아니라 사회발전을 가능하게 하는 기반이 된다는 것이다. 특히 중요한 것은 문화적 감수성이 경제발전 과정에서 피폐해진 정신문화와 인간성을 회복시키는 필수불가결한 요소라는 점이다.

한국 경제의 성장잠재력이 갈수록 정체되고 있다. 기존의 성장동인은 후발추격자에게 추월당한 채 새로운 성장동인을 찾지 못하는 데 기인한다 할 것이다. 지금 우리가 찾아야 할 새로운 성장동인은 다름 아닌 ‘문화’다. 창조적 경제사회에서는 창조적 아이디어가 중요한 자원이자 생산요소가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창조적 아이디어는 튼튼하고 풍부한 문화적 기반 위에서만 꽃피울 수 있다.

문화는 그 자체만으로도 커다란 경제적 가치를 지닌다. 영화 ‘타이타닉’의 흥행수익이 현대자동차가 쏘나타 40만대를 수출하는 금액과 같았는데, 이는 문화 콘텐츠가 가지는 경제적 가치가 얼마나 큰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문화산업이 서비스 및 제조업 등 다른 산업에 미치는 전후방 파급효과도 크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문화 융성을 기하고 행복한 경제를 만들어 나갈 수 있을까. 시장질서의 올바른 확립과 인간존중의 사회풍토 조성, 윤리경영의 강화, 교육혁신과 신뢰 인프라의 확고한 구축, 사회안전망 확충과 서민경제 활성화 등이 필요하다고 할 것이다.

이철환 <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초빙위원, 前금융정보분석원 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