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밥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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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태 논설위원 kst@hankyung.com
혼자 밥먹기 어디까지 해봤니? 요즘 인터넷에는 심심하면 ‘혼밥(혼자 밥먹기의 줄임말)’ 레벨 자가테스트가 올라온다. 약간씩 차이는 있지만 대략 이렇다. 레벨1 편의점(라면이나 김밥), 레벨2 푸드코트, 레벨3 분식집, 레벨4 패스트푸드점, 레벨5 냉면집 혹은 중국집, 레벨6 일식집, 레벨7 고기집, 레벨8 술집, 레벨9 고급 페밀리레스토랑이나 뷔페. 레벨이 높아질수록 혼밥의 고수로 꼽힌다.
전 세계를 통틀어 한국만큼 혼밥을 터부시하는 나라도 드물지 않을까 싶다. 누가 뭐라고 하지 않아도 스스로 어색하고 쑥스러워 혼자 밥을 먹느니 차라리 굶는 이들도 적지 않다. 주변 시선도 따갑다. 친구가 없는 ‘왕따’라거나 성격이 이상한 사람으로 비치기 일쑤다. 종종 혼밥을 한다는 대통령의 식사 습관을 두고도 이러쿵저러쿵 말이 많다. 소통이 잘 안되는 이유 중 하나라는 식이다.
1인 가구 증가로 혼밥족은 계속 늘 수밖에 없다. 1990년 1인 가구는 100만가구였으나 2010년에는 400만가구를 넘었다. 한 조사에서는 평일 하루 한 끼 이상 혼자 먹는다고 답한 1인 가구 비율이 41.4%에 달했다. 사정이 이러니 이른바 ‘밥 친구’를 찾는 일도 흔해졌다. 특히 대학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식사 때 밥만 먹고 헤어지는 밥 친구를 구한다는 글이 종종 올라온다고 한다. 취업준비 등으로 바빠 대부분 시간을 혼자 지내니 밥이라도 누군가와 함께 먹고 싶다는 것이다. 심지어 2만원을 받고 점심 친구를 대행해주는 서비스까지 등장했다.
혼밥을 그렇게 이상하게 볼 일만은 아니다. 식사 때만이라도 누구 눈치 안 보고 조용히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 게 그렇게 손가락질 받을 일인가 싶다. 가까운 일본만 해도 많은 샐러리맨이 혼자서 점심식사를 한다는 건 잘 알려진 대로다. 대부분 음식점이 1인용 테이블을 갖추고 있기도 하다.
일본만이 아니다. 한국을 빼면 대다수 나라에서 혼밥은 아주 자연스런 일이다. 독일에서는 업무차 만난 사람이 저녁식사를 제안하면 이상하게 여기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극히 사적인 식사 시간에까지 비즈니스를 끌어들이는 데 거부감을 느낀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점차 바뀌어가는 중이다. 식당에 1인용 테이블이 눈에 띄게 늘었고 혼밥족도 전보다 많이 보인다. ‘개인주의’나 ‘소외’ 운운하며 혀를 차는 이들도 있지만 꼭 그렇게만 볼 것은 없다. 혼자만의 식사는 사색의 시간도 될 수 있고 이를 즐기는 이도 있기 때문이다.
김선태 논설위원 kst@hankyung.com
전 세계를 통틀어 한국만큼 혼밥을 터부시하는 나라도 드물지 않을까 싶다. 누가 뭐라고 하지 않아도 스스로 어색하고 쑥스러워 혼자 밥을 먹느니 차라리 굶는 이들도 적지 않다. 주변 시선도 따갑다. 친구가 없는 ‘왕따’라거나 성격이 이상한 사람으로 비치기 일쑤다. 종종 혼밥을 한다는 대통령의 식사 습관을 두고도 이러쿵저러쿵 말이 많다. 소통이 잘 안되는 이유 중 하나라는 식이다.
1인 가구 증가로 혼밥족은 계속 늘 수밖에 없다. 1990년 1인 가구는 100만가구였으나 2010년에는 400만가구를 넘었다. 한 조사에서는 평일 하루 한 끼 이상 혼자 먹는다고 답한 1인 가구 비율이 41.4%에 달했다. 사정이 이러니 이른바 ‘밥 친구’를 찾는 일도 흔해졌다. 특히 대학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식사 때 밥만 먹고 헤어지는 밥 친구를 구한다는 글이 종종 올라온다고 한다. 취업준비 등으로 바빠 대부분 시간을 혼자 지내니 밥이라도 누군가와 함께 먹고 싶다는 것이다. 심지어 2만원을 받고 점심 친구를 대행해주는 서비스까지 등장했다.
혼밥을 그렇게 이상하게 볼 일만은 아니다. 식사 때만이라도 누구 눈치 안 보고 조용히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 게 그렇게 손가락질 받을 일인가 싶다. 가까운 일본만 해도 많은 샐러리맨이 혼자서 점심식사를 한다는 건 잘 알려진 대로다. 대부분 음식점이 1인용 테이블을 갖추고 있기도 하다.
일본만이 아니다. 한국을 빼면 대다수 나라에서 혼밥은 아주 자연스런 일이다. 독일에서는 업무차 만난 사람이 저녁식사를 제안하면 이상하게 여기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극히 사적인 식사 시간에까지 비즈니스를 끌어들이는 데 거부감을 느낀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점차 바뀌어가는 중이다. 식당에 1인용 테이블이 눈에 띄게 늘었고 혼밥족도 전보다 많이 보인다. ‘개인주의’나 ‘소외’ 운운하며 혀를 차는 이들도 있지만 꼭 그렇게만 볼 것은 없다. 혼자만의 식사는 사색의 시간도 될 수 있고 이를 즐기는 이도 있기 때문이다.
김선태 논설위원 k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