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수로 보는 재테크] 여인득세 인왕산
명산대천 돌부처 코는 죄다 며느리 몫이던 시절이 있었다. 샘터 용왕님도, 산기슭 공알바위도 영험만 하다면 아들 점지 치성에 두 몫은 너끈했다. 방사능 맞으면 아들 낳는다며 일본을 찾는 중국 신혼부부 관광 상품 덕에 우리네 어머니 정성은 차라리 애교스럽다. 사람의 성품은 하늘을 근본으로 삼고, 기질(氣質)은 부모로부터 받는다. 유교문화권 속 기질의 절대 우위는 늘 강한 것, 움직이는 것이 중심이라 딸보다는 아들이 중했다.

산수비기(山水秘記)에 기록된 한양 정도(定都) 당시의 일이다. 유학의 정도전과 불학의 무학대사가 경복궁 위치 방향 선정으로 의견이 갈렸다. 정도전은 군주 남면을 위한 유교식 예제 방향인 남향을, 무학은 풍수학 사신사 방향인 동향을 바랐다. 당시 인구 10만의 계획도시 한양의 경계는 북악, 인왕, 타락, 남산의 동서남북 네 개 산이었다. 정도전 식 경복궁 입지는 타락이 좌측, 인왕이 우측이다. 무학 식 입지는 북악이 좌측, 남산이 우측이 돼 사신사라 불리는 수호신들의 지휘가 달리 나타났다.

같은 배에서 낳은 아들 딸도 그 성품이 다르듯 같은 어미가 낳은 산줄기도 그 기질이 다르다. 좌측의 좌청룡은 꿈틀꿈틀 아들처럼 활달한 기질을 품고, 우측 우백호는 기품 있는 여인의 정숙함으로 준거해야 그 기질에 맞다. 좌측이냐 우측이냐가 뭐가 중요할까 싶지만 좌우에 사람이 매김질되어 있음을 알면 쉬이 내뱉을 말이 아니다. 좌측은 양(陽)이다. 따라서 남성의 자리다. 우측은 음(陰)이라 여성의 자리다. 나라의 궁궐 이전에 이성계의 집이던 경복궁에 터 잡은 왕자 공주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산이 각기 다르다는 말이다.

정도전 식이면 왕자는 타락산, 공주는 인왕산이다. 무학 식이면 왕자는 북악산, 공주는 남산의 영향을 받는다. 문제는 좌청룡은 좌청룡답고 우백호는 우백호다우냐는 점이다. 조선왕조실록에 등장하는 타락산의 기세 없음과 인왕산 호랑이의 날뛰는 뒤바뀐 산세는 오늘날도 회자돼 좋으니 나쁘니 입방아 중이다. 어쨌든 왕자 중의 왕자 세자를 상징하던 양(陽)의 창신동 타락산은 일제 식민풍수에 의해 부서져 조선총독부 석재로 몽땅 쓰이는 아픔을 겪었다. 대를 끊어 씨를 말린다는 풍수 술수다. 이것을 확장하면 기업 최고경영자(CEO) 책상 좌우 역시 물품 위치 선정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좌(左)는 재물이고 우(右)는 사람인 탓이다.
[풍수로 보는 재테크] 여인득세 인왕산

당시는 양(陽)의 시대, 현 시대는 음(陰)의 시대다. 음은 여성이다. 경복궁 주인 자리 근정전에 턱 하니 앉은 우측 인왕산의 시대인 셈이다. 500년 전 한양의 주산(主山)이 되어 천만 서울 시민을 호령할 뻔한 인왕산의 기개는 왕이 나오는 자리라는 풍문 탓에 오늘날도 상한가다.

강해연 < KNL디자인그룹 대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