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뭉칫돈' 상업용 부동산으로 몰린다
저금리로 갈 곳을 잃은 글로벌 뭉칫돈이 오피스와 상가 등 상업용 부동산에 몰리고 있다. 세계 주요 국가의 양적 완화로 시중에 유동성이 대거 풀리면서 상업용 부동산시장의 활황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상업용 부동산 투자금은 사상 최대치였던 2007년 수준에 육박했다. 그러나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투자금이 한꺼번에 이탈할 경우 거품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3.4배 증가

부동산 정보업체 존스랑라살에 따르면 작년 한 해 세계 상업용 부동산에 투자된 자금은 총 7090억달러(약 778조9000억원). 전년 대비 20% 이상 늘었다.

상업용 부동산 투자는 최근 5년간 빠르게 확대돼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 사상 최대치였던 2007년 7580억달러에 가까워졌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과 비교하면 3.4배 늘었다. 미국, 영국, 독일, 일본, 프랑스의 상업용 부동산시장 순으로 글로벌 투자금이 몰렸다.

전문가들은 장기불황이 우려되는 유럽연합(EU)과 성장률이 주춤한 중국 등이 돈 풀기 정책을 계속하고 있어 당분간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미국 국채 금리(10년 만기 기준)가 연 2%대 초반에 머물고 유럽 주요 국채 금리는 마이너스를 나타내고 있다. 반면 상업용 부동산은 연평균 4~5%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부동산 컨설팅업체 나이트프랭크는 “분산 투자를 위해 주식·채권 등 전통적인 투자 자산과 가격 연관성이 낮은 투자처를 찾고 있는 기관투자가들의 수요로 올해 상업용 부동산 투자는 전년 대비 최대 10%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미국 금리 올리면 거품 꺼질 수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끊임없는 구조조정 등으로 기업들의 현금이 두둑해진 점도 상업용 부동산시장에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 기업들의 현금성 자산은 3조5000억달러(작년 3분기 말 기준)에 달한다.

정보기술(IT) 발전도 기업들의 상업용 부동산 수요를 자극했다. 온라인 쇼핑이 급증하고 소규모 IT 관련 기업의 창업이 늘자 물류 저장 창고와 사무실 수요가 커졌다.

안남기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인도만 봐도 전자상거래업체 아마존과 경쟁 업체 간 물류 저장 창고 확보가 치열해지면서 작년 인도 내 상업용 부동산 투자가 전년 대비 25%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전통적인 상업용 부동산이 아닌 병원, 극장, 주유소, 기숙사 등 대체 상업용 부동산 투자도 덩달아 늘고 있다. 부동산 컨설팅업체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는 “영국 기관투자가들의 부동산 포트폴리오에서 숙박과 레저 등 대체 상업용 부동산 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2003년 4.2%에서 2013년 11.3%까지 빠르게 증가했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상업용 부동산시장의 거품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호주 중앙은행이 작년 하반기에 이미 상업용 부동산 열기에 따른 위험을 제기했듯이 글로벌 상업용 부동산 가격 상승률은 위험 수위에 이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