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경영' 윤영달 회장 주도
지난달 대중 앞에서 첫 공연
이장호 영화감독도 열성 회원
윤 회장은 “어렸을 때부터 어른들에게 들었던 시조 정가(正歌)라는 우리 고유의 전통이 대가 끊기는 게 늘 아쉬웠다”며 “고교 동기들에게 정기적으로 모여서 이를 살려보자고 제안했더니 여럿이 호응을 해 모임을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시조 정가는 국악 성악의 세부 전공 중 하나다. 잘 알려진 판소리와 민요가 ‘팝’의 개념이라면, 정가는 ‘클래식’에 비유할 수 있다.
떼시조회는 지난달 27일 서울 국립국악원 풍류사랑방에서 열린 ‘제5회 경제시조(京制時調·서울 및 경기 지역에서 불리는 시조창)보존회 정기발표회’에서 ‘동창이’로 찬조출연했다. 일반 대중 앞에서는 첫 공연이었다. 앞서 ‘태산이 높다 하되’를 지난해 10월 서울 르네상스호텔에서 선보인 적은 있지만, 이는 서울고 16회 동창회 졸업 50주년 기념식에서였다. 당시 창단한 지 얼마 안 된 터라 국악인 이강삼 선생을 모시고 단소와 함께 맹훈련을 했었다.
윤 회장은 “무척 긴장이 돼 덜덜 떨릴 정도였는데 이번 찬조출연을 무사히 마쳐서 다행”이라며 “부족하지만 더 노력해 대중 앞에 자주 설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재계 대표적인 ‘아트경영’ 전도사이자 국악 마니아인 윤 회장은 국악 대가들의 경연장인 ‘대보름 명인제’, 퓨전 국악공연인 ‘창신제’를 만드는 등 문화예술계에 아낌없는 후원을 하고 있다. 지난 10년간 ‘과자에 예술을 입히는’ 아트경영 노하우 등을 담은 ‘AQ 예술지능’이란 책을 펴내기도 했다.
변 선생은 “정가는 가장 점잖고 느린, 내 몸을 바르게 하고 덕을 기를 수 있는 천상의 음악”이라며 “국가와 사회를 위해 청춘을 바치고 너무 바쁘게만 살았던 일꾼들이 ‘뿌리를 찾는 음악’을 열심히 배운다는 걸 높게 평가하고 싶다”고 말했다. 경제시조보존회장인 변 선생은 역시 국악인인 아들 유기범 씨와 함께 떼시조회를 방문해 창법을 가르치고 있다.
떼시조회에는 곽명규 전 한국유리 사장, 김동욱 전 대한골프협회 부회장, 김종성 전 안건회계법인 대표, 김동식 전 조양상선 임원, 박동순 월간현대경영 발행인, 장영렬 전 롯데중앙연구소 소장, 이완섭 전 쌍용정공 사장, 서한석 전 대농 전무 등이 참여하고 있다. ‘별들의 고향’으로 데뷔한 지 올해 41년을 맞은 ‘한국 영화의 전설’ 이장호 감독도 함께하고 있다. 지난해 ‘시선’으로 복귀한 이 감독은 이번 찬조출연에는 참가하지 못했지만 매주 화요일 모임에 참석해 연습을 함께하고 현장을 직접 촬영할 정도로 애착을 보이고 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