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일 서울 서초동 국립국악원에서 열린 ‘제5회 경제시조보존회 정기발표회’에서 윤영달 크라운해태제과 회장(뒷줄 맨 왼쪽) 등 ‘서울고 떼시조회’ 단원들이 변진심 중요무형문화재 제30호 여창가곡이수자(앞줄 가운데)와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지난달 27일 서울 서초동 국립국악원에서 열린 ‘제5회 경제시조보존회 정기발표회’에서 윤영달 크라운해태제과 회장(뒷줄 맨 왼쪽) 등 ‘서울고 떼시조회’ 단원들이 변진심 중요무형문화재 제30호 여창가곡이수자(앞줄 가운데)와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서울 남영동 크라운해태제과 지하 1층 강의실 ‘지천재관’. 매주 칠순의 서울고 16회 동기들이 여기 모여 ‘떼 창(唱)’을 부른다. 윤영달 크라운해태제과 회장이 주도해 지난해 8월 만든 ‘서울고 떼시조회’ 모임이다. 최근 방문한 지천재관에서는 시조 정가 ‘동창이 밝았느냐’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강사로 초청된 중요무형문화재 제30호 여창가곡이수자 변진심 선생은 “책 읊조리지 말고, 흔들면서 쭉 뻗어주세요”라며 노장(老將)들을 다독였다. 떼시조회 회원들은 종종 ‘음 이탈’을 하면서도 너나없이 의욕적으로 수업에 집중했다.

윤 회장은 “어렸을 때부터 어른들에게 들었던 시조 정가(正歌)라는 우리 고유의 전통이 대가 끊기는 게 늘 아쉬웠다”며 “고교 동기들에게 정기적으로 모여서 이를 살려보자고 제안했더니 여럿이 호응을 해 모임을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시조 정가는 국악 성악의 세부 전공 중 하나다. 잘 알려진 판소리와 민요가 ‘팝’의 개념이라면, 정가는 ‘클래식’에 비유할 수 있다.

떼시조회는 지난달 27일 서울 국립국악원 풍류사랑방에서 열린 ‘제5회 경제시조(京制時調·서울 및 경기 지역에서 불리는 시조창)보존회 정기발표회’에서 ‘동창이’로 찬조출연했다. 일반 대중 앞에서는 첫 공연이었다. 앞서 ‘태산이 높다 하되’를 지난해 10월 서울 르네상스호텔에서 선보인 적은 있지만, 이는 서울고 16회 동창회 졸업 50주년 기념식에서였다. 당시 창단한 지 얼마 안 된 터라 국악인 이강삼 선생을 모시고 단소와 함께 맹훈련을 했었다.

윤 회장은 “무척 긴장이 돼 덜덜 떨릴 정도였는데 이번 찬조출연을 무사히 마쳐서 다행”이라며 “부족하지만 더 노력해 대중 앞에 자주 설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재계 대표적인 ‘아트경영’ 전도사이자 국악 마니아인 윤 회장은 국악 대가들의 경연장인 ‘대보름 명인제’, 퓨전 국악공연인 ‘창신제’를 만드는 등 문화예술계에 아낌없는 후원을 하고 있다. 지난 10년간 ‘과자에 예술을 입히는’ 아트경영 노하우 등을 담은 ‘AQ 예술지능’이란 책을 펴내기도 했다.

변 선생은 “정가는 가장 점잖고 느린, 내 몸을 바르게 하고 덕을 기를 수 있는 천상의 음악”이라며 “국가와 사회를 위해 청춘을 바치고 너무 바쁘게만 살았던 일꾼들이 ‘뿌리를 찾는 음악’을 열심히 배운다는 걸 높게 평가하고 싶다”고 말했다. 경제시조보존회장인 변 선생은 역시 국악인인 아들 유기범 씨와 함께 떼시조회를 방문해 창법을 가르치고 있다.

떼시조회에는 곽명규 전 한국유리 사장, 김동욱 전 대한골프협회 부회장, 김종성 전 안건회계법인 대표, 김동식 전 조양상선 임원, 박동순 월간현대경영 발행인, 장영렬 전 롯데중앙연구소 소장, 이완섭 전 쌍용정공 사장, 서한석 전 대농 전무 등이 참여하고 있다. ‘별들의 고향’으로 데뷔한 지 올해 41년을 맞은 ‘한국 영화의 전설’ 이장호 감독도 함께하고 있다. 지난해 ‘시선’으로 복귀한 이 감독은 이번 찬조출연에는 참가하지 못했지만 매주 화요일 모임에 참석해 연습을 함께하고 현장을 직접 촬영할 정도로 애착을 보이고 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