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날 당당한 母女경찰 "제복이 부끄럽지 않은 경찰관 돼야죠"
“어렸을 때부터 경찰이 되고 싶었어요. 제 꿈을 이루게 된 거라서 하루하루가 기대되고 행복해요.”

세계 여성의 날인 8일 서울 노원경찰서 노원역지구대에 근무하는 조은아 순경(23)은 경찰이 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초등학생 시절 미술 시간에 장래 희망 직업을 그리라고 하면 항상 제복을 입은 경찰관을 그렸다는 조 순경은 어머니인 노원경찰서 보안과에 근무하는 신동주 경위(55)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경찰이 되겠다는 딸의 결정에 신 경위는 처음에는 반대했다. 신 경위는 “내가 33년 넘게 경찰로 근무하다 보니 밤을 자주 새우고 비상시에 갑자기 나가서 근무해야 하는 등 여자로서 힘든 부분이 많다고 느꼈고, 내 딸이 엄마와는 다른 세상을 경험해 보면 좋겠다는 생각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경찰이 되고 싶다는 딸의 강한 의지를 모른 척 할 수는 없었다. 신 경위는 “원래 은아는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끝까지 해보고 결국 성공해 낸다”고 했다.

조 순경은 “어머니가 젊었을 때는 남자가 대다수인 직장의 특성상 사무실에 담배 연기가 차 있는 등 근무 환경이 좋지 않았고 출산·육아 휴직을 제대로 쓸 수 없어 여경이 힘들었겠지만 지금은 그런 것은 거의 사라졌다”고 말했다. 딸이 경찰이 되는 것을 반대했던 신 경위였지만 조 순경이 노량진 고시원에서 공부할 때는 살뜰히 반찬 등을 챙겨주는 등 응원을 아끼지 않았다.

태권도 4단, 유도 2단, 합기도 1단에 복싱까지 하는 운동광인 조 순경은 강력팀에서 근무하고 싶다는 바람을 말했다. 조 순경은 “지구대나 형사과 등 제가 경찰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는 곳에서 일하고 싶다”며 “원래 운동을 좋아하는 성격 때문일 수도 있다”며 해맑게 웃었다.

‘어렵게 신고를 했는데 도와줘서 고맙다’는 민원인의 말을 들을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는 조 순경은 “사건을 처리하면서 위험한 상황이 올 수도 있는데 이럴 때 몸을 사리지 않는 경찰관이 되고 싶다”며 “또 동료 사이에서 좋은 평가를 받는 어머니를 본받고 싶다”고 의지를 다졌다.

신 경위는 “딸이 항상 떳떳하고 자랑스러운, 제복이 부끄럽지 않은 경찰관이 됐으면 좋겠다”며 “처음 가졌던 그 마음으로 현재 위치에서 늘 최선을 다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홍선표 기자 rick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