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왜 북한 인권인가
“공화국 적대세력이 관심을 두는 건 죄를 짓고 도주한 탈북자라는 인간 쓰레기들뿐이다.” 최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유엔인권위원회에서 이수용 북한 외무상이 한 연설 내용이다. 30만명이 넘는 탈북자가 있고, 이 가운데 2만8000여명이 대한민국에 살고 있다. 이들의 증언을 통해 북한의 참혹한 인권 실상이 세계에 알려지고, 이를 토대로 마침내 유엔이 북한의 인권유린 개선을 위한 행동에 착수했다. 이 탈북자들을 향해 ‘인간 쓰레기’라고 저주하는 모습이 처연하기만 하다.

모름지기 현대 국가는 인간의 존엄, 즉 기본권을 수호하기 위해 존재한다. 그래서 인권은 인류 보편의 가치로서 한 나라의 문제가 아니라 인류의 문제다. 고문, 공개처형, 재판 없는 장기구금 등이 공공연히 자행되는 나라가 또 어디 있을까. 북한 정권은 많이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인간의 존엄이라는 절대가치를 받아들이는 용단을 내려야 한다. 이렇게 되면 국제사회는 압력이 아니라 필요한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유엔을 중심으로 미국, 유럽연합(EU) 등 국제사회의 북한 인권 개선 노력에 비하면 대한민국의 처지는 초라하기만 하다. ‘북한인권법’이 10년 넘게 국회에서 잠자고 있기 때문이다. 야당의 반대 때문이기도 하지만 여당의 의지가 빈약한 것도 사실이다. 반대론자들은 이 법이 북한 정권을 자극할 뿐이라고 한다. 그렇지 않다. 몸에 좋은 약은 입에 쓰다는 말이 있다. 북한인권법은 북한 정권을 올바른 길로 안내하고 북한 주민에게 대한민국의 국가적 의지를 보여주는 강력한 메시지가 될 수 있다. 다행히 새로 선출된 야당 대표가 북한인권법 통과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말뿐이 아니라 행동으로 나서주기를 바란다.

이 법은 고립 가운데 고통받는 북한 주민에게 스스로의 존엄을 지키기 위해 싸울 수 있는 용기를 불어넣어줄 것이 분명하다. 또한 우리 사회에도 북한 주민의 인권문제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할 것이다. 북한 주민은 바로 우리 국민이고 함께 통일을 이뤄 나갈 형제다.

그러나 현재 이웃에 살고 있는 탈북자들에게 우리는 얼마나 냉정한지 돌아보아야 한다. 성경에 이르기를 사랑, 믿음, 소망 가운데 제일은 사랑이다. 프랑스대혁명이 추구한 자유, 평등, 박애 가운데 제일은 자유일 것이다. 인간존엄의 기초는 자유다. 북한 주민의 자유를 위해 절실한 것이 사랑, 즉 인류애이자 동포애다. 북한인권법은 자유와 사랑의 융합이며, 이 융합에너지가 평화통일의 지평을 열어줄 것으로 믿는다.

이인제 < 새누리당 최고위원·국회의원 ij@assembly.g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