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비, '72홀 無보기' 우승…美LPGA 사상 첫 大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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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SBC챔피언스 15언더 완벽 플레이…시즌 첫승
리디아 고·루이스와 세계 1~3위 맞대결서 완승
한국(계) 선수들 LPGA투어 9개대회 연속 우승
리디아 고·루이스와 세계 1~3위 맞대결서 완승
한국(계) 선수들 LPGA투어 9개대회 연속 우승
박인비(27·KB금융그룹)가 미국 LPGA투어 사상 최초로 72홀 무(無)보기 플레이로 우승하는 대기록을 세웠다.
박인비는 8일 싱가포르의 센토사GC 세라퐁코스(파72·6600야드)에서 열린 HSBC위민스챔피언스(총상금 140만달러) 대회 마지막 날 2언더파 70타를 쳐 최종합계 15언더파 273타로 2위 리디아 고(뉴질랜드)를 2타차로 제치고 ‘와이어-투-와이어(나흘간 한 번도 선두를 뺏기지 않음)’ 우승을 차지했다.
이 기록은 여자 골프 세계 랭킹 1~3위가 마지막 날 챔피언조에서 맞대결하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더욱 뜻깊었다. 시즌 첫승을 올린 박인비는 지난해 11월 푸본타이완챔피언십 이후 4개월 만에 투어 통산 13승째를 올렸다. 우승 상금은 21만달러(2억3000만원).
◆72홀 무보기 우승 역사 새로 써
박인비는 최종일 ‘백의민족’임을 보여주려는 듯 모자와 티셔츠, 치마를 모두 흰색으로 맞춰 입고 나와 옷 색상처럼 무결점 플레이를 펼쳤다. 72홀 무보기 우승은 100년의 역사가 넘는 미국 PGA투어에서도 1974년 리 트레비노(미국)가 취리히클래식에서 딱 한 차례 작성했을 정도로 진기록 중의 진기록이다. 야구의 퍼펙트게임보다 더 어렵다고 할 수 있다. 유러피언투어는 1995년 스칸디나비언 마스터스에서 예스퍼 파네빅(스웨덴)이 한 차례 작성했고, 유러피언레이디스투어에서는 2011년 다이아나 루나(이탈리아)가 유니크레딧 저먼오픈에서 세운 것이 유일하다.
박인비는 “보기 없이 대회를 끝내기는 내 생애 처음”이라며 “대회 전 내가 버디를 하면 500달러를 받고 보기를 하면 1000달러를 주기로 아버지와 내기를 했는데 보기를 하나도 하지 않아 7500달러를 받게 됐다”고 말했다. 박인비는 지난주 혼다타일랜드 3라운드 17번홀부터 보기 없는 플레이를 펼쳐 총 92홀 연속 무보기 라운드를 이어갔다.
박인비는 이번 대회 직전 퍼트 방법을 바꿨다. 그는 “머리는 그대로 두고 눈으로 퍼트 스트로크를 따라가는 방법으로 변화를 줬더니 효과가 있었다”고 말했다. 고비 때마다 특유의 6~7m 중장거리 퍼팅이 들어가면서 ‘침묵의 암살자’처럼 경쟁자들을 압도했다. 아이언샷도 호조였다. 마지막 날 그린적중률은 100%였다.
박인비는 이번에 우승했어도 랭킹 1위를 되찾지는 못한다. 박인비는 “1위 자리를 되찾고 싶지만 너무 거기에 얽매이면 안된다”며 “한두 차례 우승을 하고 잘 친다면 저절로 다가올 것”이라고 말했다.
◆‘빅3’ 챔피언조로 맞대결 ‘진풍경’
이날 세계 랭킹 1~3위가 마지막 챔피언조에서 맞대결을 펼치는 보기 드문 장면이 연출됐다. 팽팽한 긴장감에다 자존심 대결까지 맞물려 한 치의 양보 없는 접전이 벌어졌다. 박인비에 2타 뒤진 공동 2위로 출발한 랭킹 1위 리디아 고가 4, 5번홀에서 연속 버디를 낚으며 박인비와 공동선두를 이루며 3주 연속 우승 가능성을 높이는 듯했다. 7번홀(파5)에서 박인비와 리디아 고는 나란히 버디를 잡으며 공동선두를 유지했다.
공동 2위로 출발한 랭킹 3위 스테이시 루이스(미국)는 4번홀에서 버디를 추가했으나 10번홀(파4)에서 두 번째샷이 그린 오른쪽으로 밀리면서 보기를 범해 우승 경쟁에서 밀려났다.
박인비는 11번홀(파4)에서 6m 슬라이스 라인의 버디 퍼트를 집어넣으며 동반자들의 기를 꺾었다. 리디아 고는 이 홀에서 두 번째샷을 왼쪽으로 당겨쳐 볼이 그린 왼쪽 벙커로 들어갔으나 벙커세이브를 했다.
그러나 12, 13번홀에서 짧은 파퍼트를 잇따라 놓치며 무릎을 꿇었다. 리디아 고가 15번홀(파4)과 18번홀(파5)에서 1타씩을 줄여 2타차로 좁혀왔지만 박인비는 남은 홀을 모두 파로 막아 여유 있게 선두 자리를 지켜냈다.
◆한국(계) 선수, 9연속 우승 합작
이로써 한국 선수(한국계 포함)들은 지난해 말 4개 대회에 이어 시즌 초반 5개 대회에서 우승하며 9개 대회 연속 우승을 합작했다. 한국 선수들은 지난 시즌 마지막 4개 대회에서 박인비(LPGA대만챔피언십)-이미향(미즈노클래식)-크리스티나 김(로레나오초아 인비테이셔널)-리디아 고(CME그룹 투어챔피언십)가 4연승을 거둔 데 이어 올 시즌 초반 최나연(코츠챔피언십)-김세영(바하마클래식)-리디아 고(호주여자오픈)-양희영(혼다타일랜드)-박인비(HSBC챔피언스)까지 5개 대회 연속 우승을 차지했다.
유소연(25·하나금융그룹)은 합계 10언더파로 공동 4위에 올랐다. 김효주(20·롯데)는 전날 3타를 줄인 데 이어 이날도 5언더파 67타를 몰아치며 합계 8언더파로 공동 8위에 올라 시즌 첫 ‘톱10’ 진입에 성공했다.
일문일답 "샷 거의 완벽…3퍼트 실수할 이유가 없었다"
“이번주에는 티샷에서 그린까지 나보다 잘한 사람이 없을 것 같다. 샷이 거의 완벽했고 실수 자체가 나오지 않았다.”
한국 여자골프의 에이스 박인비는 우승 직후 가진 인터뷰에서 “드라이버, 아이언, 쇼트 게임에서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것을 느꼈다”며 “올 시즌이 기대된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다음은 일문일답.
-소감은.
“마지막 날 세계랭킹 1~3위와 경쟁해서 얻은 우승이기에 더 값졌다. 할아버지, 부모님, 동생까지 함께 왔는데 가족 앞에서 우승해서 좋았다.”
-최근 달라진 것은.
“다른 게임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돼 올 시즌 기대할 만하다. 눈으로 따라가는 퍼팅 방법으로 바꾸고 나니 생각한 대로 볼이 굴러갔다.”
-무보기 플레이를 펼쳤는데.
“샷이 거의 완벽했고 실수 자체가 나오지 않아 위기라는 것도 딱히 없었다. 이 정도로 완벽한 샷을 구사한 경기를 해본 적이 없다. 샷 덕분에 3퍼트를 할 이유가 없었다.”
-1~3위 최종라운드 대결은 처음인데.
“강한 상대와 붙으면 우승을 못해도 위안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해서 편했다. 우승해서 더 자신감을 갖게 됐다.”
-올 시즌 목표는.
“브리티시오픈에서 우승해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하는 것이다. 특히 브리티시오픈은 날씨 때문에 운이 많이 작용한다. 옷을 껴입고 스윙을 잘 못하는데 올겨울에 일부러 두세 겹을 입고 스윙 연습을 많이 했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
박인비는 8일 싱가포르의 센토사GC 세라퐁코스(파72·6600야드)에서 열린 HSBC위민스챔피언스(총상금 140만달러) 대회 마지막 날 2언더파 70타를 쳐 최종합계 15언더파 273타로 2위 리디아 고(뉴질랜드)를 2타차로 제치고 ‘와이어-투-와이어(나흘간 한 번도 선두를 뺏기지 않음)’ 우승을 차지했다.
이 기록은 여자 골프 세계 랭킹 1~3위가 마지막 날 챔피언조에서 맞대결하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더욱 뜻깊었다. 시즌 첫승을 올린 박인비는 지난해 11월 푸본타이완챔피언십 이후 4개월 만에 투어 통산 13승째를 올렸다. 우승 상금은 21만달러(2억3000만원).
◆72홀 무보기 우승 역사 새로 써
박인비는 최종일 ‘백의민족’임을 보여주려는 듯 모자와 티셔츠, 치마를 모두 흰색으로 맞춰 입고 나와 옷 색상처럼 무결점 플레이를 펼쳤다. 72홀 무보기 우승은 100년의 역사가 넘는 미국 PGA투어에서도 1974년 리 트레비노(미국)가 취리히클래식에서 딱 한 차례 작성했을 정도로 진기록 중의 진기록이다. 야구의 퍼펙트게임보다 더 어렵다고 할 수 있다. 유러피언투어는 1995년 스칸디나비언 마스터스에서 예스퍼 파네빅(스웨덴)이 한 차례 작성했고, 유러피언레이디스투어에서는 2011년 다이아나 루나(이탈리아)가 유니크레딧 저먼오픈에서 세운 것이 유일하다.
박인비는 “보기 없이 대회를 끝내기는 내 생애 처음”이라며 “대회 전 내가 버디를 하면 500달러를 받고 보기를 하면 1000달러를 주기로 아버지와 내기를 했는데 보기를 하나도 하지 않아 7500달러를 받게 됐다”고 말했다. 박인비는 지난주 혼다타일랜드 3라운드 17번홀부터 보기 없는 플레이를 펼쳐 총 92홀 연속 무보기 라운드를 이어갔다.
박인비는 이번 대회 직전 퍼트 방법을 바꿨다. 그는 “머리는 그대로 두고 눈으로 퍼트 스트로크를 따라가는 방법으로 변화를 줬더니 효과가 있었다”고 말했다. 고비 때마다 특유의 6~7m 중장거리 퍼팅이 들어가면서 ‘침묵의 암살자’처럼 경쟁자들을 압도했다. 아이언샷도 호조였다. 마지막 날 그린적중률은 100%였다.
박인비는 이번에 우승했어도 랭킹 1위를 되찾지는 못한다. 박인비는 “1위 자리를 되찾고 싶지만 너무 거기에 얽매이면 안된다”며 “한두 차례 우승을 하고 잘 친다면 저절로 다가올 것”이라고 말했다.
◆‘빅3’ 챔피언조로 맞대결 ‘진풍경’
이날 세계 랭킹 1~3위가 마지막 챔피언조에서 맞대결을 펼치는 보기 드문 장면이 연출됐다. 팽팽한 긴장감에다 자존심 대결까지 맞물려 한 치의 양보 없는 접전이 벌어졌다. 박인비에 2타 뒤진 공동 2위로 출발한 랭킹 1위 리디아 고가 4, 5번홀에서 연속 버디를 낚으며 박인비와 공동선두를 이루며 3주 연속 우승 가능성을 높이는 듯했다. 7번홀(파5)에서 박인비와 리디아 고는 나란히 버디를 잡으며 공동선두를 유지했다.
공동 2위로 출발한 랭킹 3위 스테이시 루이스(미국)는 4번홀에서 버디를 추가했으나 10번홀(파4)에서 두 번째샷이 그린 오른쪽으로 밀리면서 보기를 범해 우승 경쟁에서 밀려났다.
박인비는 11번홀(파4)에서 6m 슬라이스 라인의 버디 퍼트를 집어넣으며 동반자들의 기를 꺾었다. 리디아 고는 이 홀에서 두 번째샷을 왼쪽으로 당겨쳐 볼이 그린 왼쪽 벙커로 들어갔으나 벙커세이브를 했다.
그러나 12, 13번홀에서 짧은 파퍼트를 잇따라 놓치며 무릎을 꿇었다. 리디아 고가 15번홀(파4)과 18번홀(파5)에서 1타씩을 줄여 2타차로 좁혀왔지만 박인비는 남은 홀을 모두 파로 막아 여유 있게 선두 자리를 지켜냈다.
◆한국(계) 선수, 9연속 우승 합작
이로써 한국 선수(한국계 포함)들은 지난해 말 4개 대회에 이어 시즌 초반 5개 대회에서 우승하며 9개 대회 연속 우승을 합작했다. 한국 선수들은 지난 시즌 마지막 4개 대회에서 박인비(LPGA대만챔피언십)-이미향(미즈노클래식)-크리스티나 김(로레나오초아 인비테이셔널)-리디아 고(CME그룹 투어챔피언십)가 4연승을 거둔 데 이어 올 시즌 초반 최나연(코츠챔피언십)-김세영(바하마클래식)-리디아 고(호주여자오픈)-양희영(혼다타일랜드)-박인비(HSBC챔피언스)까지 5개 대회 연속 우승을 차지했다.
유소연(25·하나금융그룹)은 합계 10언더파로 공동 4위에 올랐다. 김효주(20·롯데)는 전날 3타를 줄인 데 이어 이날도 5언더파 67타를 몰아치며 합계 8언더파로 공동 8위에 올라 시즌 첫 ‘톱10’ 진입에 성공했다.
일문일답 "샷 거의 완벽…3퍼트 실수할 이유가 없었다"
“이번주에는 티샷에서 그린까지 나보다 잘한 사람이 없을 것 같다. 샷이 거의 완벽했고 실수 자체가 나오지 않았다.”
한국 여자골프의 에이스 박인비는 우승 직후 가진 인터뷰에서 “드라이버, 아이언, 쇼트 게임에서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것을 느꼈다”며 “올 시즌이 기대된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다음은 일문일답.
-소감은.
“마지막 날 세계랭킹 1~3위와 경쟁해서 얻은 우승이기에 더 값졌다. 할아버지, 부모님, 동생까지 함께 왔는데 가족 앞에서 우승해서 좋았다.”
-최근 달라진 것은.
“다른 게임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돼 올 시즌 기대할 만하다. 눈으로 따라가는 퍼팅 방법으로 바꾸고 나니 생각한 대로 볼이 굴러갔다.”
-무보기 플레이를 펼쳤는데.
“샷이 거의 완벽했고 실수 자체가 나오지 않아 위기라는 것도 딱히 없었다. 이 정도로 완벽한 샷을 구사한 경기를 해본 적이 없다. 샷 덕분에 3퍼트를 할 이유가 없었다.”
-1~3위 최종라운드 대결은 처음인데.
“강한 상대와 붙으면 우승을 못해도 위안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해서 편했다. 우승해서 더 자신감을 갖게 됐다.”
-올 시즌 목표는.
“브리티시오픈에서 우승해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하는 것이다. 특히 브리티시오픈은 날씨 때문에 운이 많이 작용한다. 옷을 껴입고 스윙을 잘 못하는데 올겨울에 일부러 두세 겹을 입고 스윙 연습을 많이 했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