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취업, 봄은 오지 않았다] 정년60세·노동개혁 지연·인건비 급증…기업들 "고용여력 바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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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重苦'에 신음하는 기업, 고용 축소 나서나
실적 부진에 中기업 거센 추격까지 겹쳐
5년간 직원 23% 늘었는데 영업익 1.7% 감소
500대 기업 10곳 중 6곳 "채용 계획 못세워"
실적 부진에 中기업 거센 추격까지 겹쳐
5년간 직원 23% 늘었는데 영업익 1.7% 감소
500대 기업 10곳 중 6곳 "채용 계획 못세워"
청년 일자리는 한국 경제의 시작과 끝이다. 새로운 일자리가 나와야 소득이 오르고 소비가 늘어나 다시 고용이 창출된다. 하지만 이 같은 ‘내수 선순환’의 고리는 끊어지기 일보 직전이다. 고용을 만들고 유지해온 기업들이 신음을 내기 시작했다.
그동안 저성장에도 고용을 늘리던 기업들은 실적 부진, 엔저(低)와 원고(高), 중국 기업들의 거센 추격이라는 경영 리스크에 강성 노조의 질주, 노동 개혁의 불투명성 등이 겹치면서 이제 두 손을 들고 있다. 여기에 내년부터는 정년 60세 시대가 시작된다. 신규 채용이 극도로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기업들 “채용계획 못 세워”
이달 초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매출 상위 500대 기업의 상반기 채용계획을 조사한 결과 64.7%가 채용계획을 세우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보다 덜 뽑거나 한 명도 안 뽑겠다는 곳도 11.6%였다. 작년보다 더 뽑겠다는 곳은 고작 5.8%였다.
채용 축소의 원인으로는 국내외 경기 악화(26.4%)와 회사 내부 상황 악화(23.6%)를 꼽았다. 오랜 저성장과 불확실성이 미래 성장동력인 인적 투자에도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 것이다. 기업들은 정년 60세 연장 여파(23.6%) 역시 우려했다.
청년들이 젊은 날을 ‘스펙 쌓기’ 경쟁에 바치면서도 그나마 버틴 것은 ‘좋은 일자리가 아직은 있다’는 희망 때문이었다. 유명한 대기업, 탄탄한 중견기업에 정규직으로만 들어가면 그동안의 고생을 보상받을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다.
인건비 5년 새 45%나 늘어
하지만 고용의 주체인 기업들은 숨이 턱 밑까지 찼다. 한국은행은 작년 10월 금융안정 보고서에서 이 같은 이상신호를 잡아냈다. 실적이 나빠지면서 종업원 월급 주기에도 급급한 기업이 늘고 있다는 결론이었다.
한은은 국내 기업 1만5914개 가운데 영업이익 상위 30개(실적 상위 기업)와 이자보상비율 100% 미만 4441개(하위 기업)를 제외한 1만1443개(중위 기업)를 추려냈다. 극소수 ‘스타 기업’과 위험 기업을 제외하면 일반적인 기업들의 현주소를 정확하게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들 기업은 2009~2013년 종업원을 23.6% 늘렸다. 인건비 증가율은 44.7%에 달했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이 기간 1.7% 감소했다. 줘야 할 월급은 급증했는데 기업이 번 돈은 정작 줄어든 것이다.
실제로 이들 기업의 노동소득분배율(영업이익+인건비+금융비용에서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2009년 57.0%에서 지난해 65.9%로 급등했다. 일반적으로 노동소득분배율이 높아지면 기업이 번 돈이 가계로 더 많이 간다는 의미여서 소득분배에 긍정적이다. 하지만 이번 경우는 다르다. 노동소득 자체가 늘어난 게 아니라, 기업 이익이 줄어 인건비 부담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실적 충격 고용 흔드나
고용 통계만 보면 아직 ‘고용 절벽’을 떠올리기 어렵다. 저성장 속에서도 지난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고용률(15~64세)은 65.3%로 0.9%포인트 올랐다. 한은에 따르면 경기 부진으로 노동 수요가 줄어도 기업은 우선 근로시간 조정 등을 통해 단기 대응한다. 문제는 이렇게 버티고도 충격을 흡수하기 어려운 단계가 왔을 때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불황기에 기업들이 바로 고용을 줄이지 않는 것은 향후 경기 회복에 대비해 고용을 유지하는 ‘노동 저장’ 경향 때문”이라며 “하지만 더 이상 버티기 어려운 상황이 오면 ‘노동 저장’은 곧바로 소진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최근 6년 만에 임직원 임금 동결을 발표한 것은 일종의 ‘신호탄’일 수 있다. 기업들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고용을 줄이기 시작하면 지난 외환위기처럼 노동시장 전체가 굉음을 내면서 무너져내릴 것이다.
기업들의 실적 충격도 심상찮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유가증권시장 상장사(12월 결산법인 617개)의 매출은 266조7109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3.3%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12조67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6.1% 급감했다.
49만2000명
지난 1월 구직 단념자 숫자로 청년층이 절대 다수를 차지한다. 공식 실업자 수에 포함되지 않는다.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해 25만5000명이나 늘어났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
그동안 저성장에도 고용을 늘리던 기업들은 실적 부진, 엔저(低)와 원고(高), 중국 기업들의 거센 추격이라는 경영 리스크에 강성 노조의 질주, 노동 개혁의 불투명성 등이 겹치면서 이제 두 손을 들고 있다. 여기에 내년부터는 정년 60세 시대가 시작된다. 신규 채용이 극도로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기업들 “채용계획 못 세워”
이달 초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매출 상위 500대 기업의 상반기 채용계획을 조사한 결과 64.7%가 채용계획을 세우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보다 덜 뽑거나 한 명도 안 뽑겠다는 곳도 11.6%였다. 작년보다 더 뽑겠다는 곳은 고작 5.8%였다.
채용 축소의 원인으로는 국내외 경기 악화(26.4%)와 회사 내부 상황 악화(23.6%)를 꼽았다. 오랜 저성장과 불확실성이 미래 성장동력인 인적 투자에도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 것이다. 기업들은 정년 60세 연장 여파(23.6%) 역시 우려했다.
청년들이 젊은 날을 ‘스펙 쌓기’ 경쟁에 바치면서도 그나마 버틴 것은 ‘좋은 일자리가 아직은 있다’는 희망 때문이었다. 유명한 대기업, 탄탄한 중견기업에 정규직으로만 들어가면 그동안의 고생을 보상받을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다.
인건비 5년 새 45%나 늘어
하지만 고용의 주체인 기업들은 숨이 턱 밑까지 찼다. 한국은행은 작년 10월 금융안정 보고서에서 이 같은 이상신호를 잡아냈다. 실적이 나빠지면서 종업원 월급 주기에도 급급한 기업이 늘고 있다는 결론이었다.
한은은 국내 기업 1만5914개 가운데 영업이익 상위 30개(실적 상위 기업)와 이자보상비율 100% 미만 4441개(하위 기업)를 제외한 1만1443개(중위 기업)를 추려냈다. 극소수 ‘스타 기업’과 위험 기업을 제외하면 일반적인 기업들의 현주소를 정확하게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들 기업은 2009~2013년 종업원을 23.6% 늘렸다. 인건비 증가율은 44.7%에 달했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이 기간 1.7% 감소했다. 줘야 할 월급은 급증했는데 기업이 번 돈은 정작 줄어든 것이다.
실제로 이들 기업의 노동소득분배율(영업이익+인건비+금융비용에서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2009년 57.0%에서 지난해 65.9%로 급등했다. 일반적으로 노동소득분배율이 높아지면 기업이 번 돈이 가계로 더 많이 간다는 의미여서 소득분배에 긍정적이다. 하지만 이번 경우는 다르다. 노동소득 자체가 늘어난 게 아니라, 기업 이익이 줄어 인건비 부담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실적 충격 고용 흔드나
고용 통계만 보면 아직 ‘고용 절벽’을 떠올리기 어렵다. 저성장 속에서도 지난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고용률(15~64세)은 65.3%로 0.9%포인트 올랐다. 한은에 따르면 경기 부진으로 노동 수요가 줄어도 기업은 우선 근로시간 조정 등을 통해 단기 대응한다. 문제는 이렇게 버티고도 충격을 흡수하기 어려운 단계가 왔을 때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불황기에 기업들이 바로 고용을 줄이지 않는 것은 향후 경기 회복에 대비해 고용을 유지하는 ‘노동 저장’ 경향 때문”이라며 “하지만 더 이상 버티기 어려운 상황이 오면 ‘노동 저장’은 곧바로 소진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최근 6년 만에 임직원 임금 동결을 발표한 것은 일종의 ‘신호탄’일 수 있다. 기업들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고용을 줄이기 시작하면 지난 외환위기처럼 노동시장 전체가 굉음을 내면서 무너져내릴 것이다.
기업들의 실적 충격도 심상찮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유가증권시장 상장사(12월 결산법인 617개)의 매출은 266조7109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3.3%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12조67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6.1% 급감했다.
49만2000명
지난 1월 구직 단념자 숫자로 청년층이 절대 다수를 차지한다. 공식 실업자 수에 포함되지 않는다.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해 25만5000명이나 늘어났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