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복 한국스탠다드차타드(SC)은행장이 경영전략을 말하고 있다. SC은행 제공
박종복 한국스탠다드차타드(SC)은행장이 경영전략을 말하고 있다. SC은행 제공
“지금 은행 점포 크기는 보통 100평(약 330㎡)이 넘습니다. 하지만 태블릿PC 하나가 직원 5~10명을 대체할 수 있어 이제 5평(약 16㎡)이면 충분합니다. 고객을 기다리지 말고 찾아가 맞춤영업을 해야 합니다. 모바일 지점을 수백 개 열고 5년 안에 판을 바꿀 작정입니다.”

박종복 신임 한국스탠다드차타드(SC)은행장은 취임 후 한국경제신문과 첫 인터뷰에서 ‘모바일 금융’이 은행업의 미래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금융 생활이 빠른 속도로 모바일화되고 있어 대형 지점과 인력의 ‘고비용 저효율’ 구조를 깨지 않으면 오래갈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의 목소리엔 자신감이 넘쳤다. SC은행의 전신인 제일은행에 1979년 입행해 올 1월 외국계인 SC은행의 첫 한국인 행장에 오르기까지 35년 동안 영업현장을 지키며 얻은 결론이라고 했다.

박 행장은 SC은행이 이미 모바일 금융에 최적화하고 있어 앞으로 전진하기만 하면 된다고 진단했다. ‘핀테크(금융+기술)’라는 말이 나오기도 전인 3년 전부터 모바일에 대규모로 투자하고, 구조조정도 지속해온 덕분에 대형 은행들을 제칠 수 있는 기회의 시기가 왔다는 설명이다. “물론 이런 말을 들으면 큰 은행들이 코웃음칠지도 모르겠네요. 하지만 그들은 모바일 전환이 쉽지 않을 겁니다. 노동조합과 직원들의 반발 때문입니다. 지점과 직원 수 감축에 성공한다 해도 대형 은행들이 모바일 영업 방식을 실행하는 것은 더 힘든 일일 겁니다.”

SC은행의 모바일 행보는 미래가 아닌 현재진행형이다. 지난해 모바일 플랫폼을 개발해 예금부터 주택담보대출까지 다양한 업무에 적용하는 등 속도를 붙이고 있다. 지난달에는 신세계그룹과 업무제휴를 맺고 백화점 이마트 매장에 10~16㎡ 규모의 점포를 내기로 했다. 직원 2~3명이 배치돼 태블릿PC로 영업하는 모바일 기반 점포다. 이런 점포망을 전국적으로 수백 개 이상 깔아 맞춤형 영업을 해나갈 방침이다.

최근 영국 SC 본사 최고경영자(CEO) 교체가 확정되면서 다시 불거진 한국 철수설에 대해서는 부인했다. 박 행장은 “한국은 SC그룹의 ‘본거지’라고 할 수 있는 홍콩 다음으로 중요한 나라”라며 “수익성을 개선하며 사업을 확대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나아가 SC은행의 변화와 도약을 자신했다. 5년쯤 뒤에는 엄청나게 달라진 모습을 뚜렷하게 목격할 수 있을 것이란 얘기다. “마음가짐만 바꿔도 생산성을 두 배 이상 끌어올릴 수 있습니다. 은행 직원이나 공무원처럼 안주하기 쉬운 직업은 특히 그렇죠. 한국인 행장 선임으로 직원들의 마음가짐과 눈빛이 달라졌고 이미 변화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박 행장 취임 후 첫달인 지난 2월 SC은행의 영업실적은 1월 대비 40% 증가했다.

박한신 기자 han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