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매력 기준 최저임금 미·일보다 높아
"임금 올려도 내수회복 도움 안될 것"
○“임금 인상 어려운 세 가지 이유”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9일 “경기를 유지하거나 보강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며 “임금이 적정 수준으로 인상돼야 내수 회복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지난 4일 “적정 수준으로 임금을 인상하지 않으면 내수가 살아날 수 없다”며 “최저임금을 빠른 속도로 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한 데 이어 또다시 임금 인상 카드를 꺼내 든 것이다.
재계는 세 가지 이유를 들어 최 부총리가 주장하는 ‘소득주도형 경기부양론’이 잘못됐다고 반박한다. 대부분의 기업이 지난해 정기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반영해 실질 임금을 올렸다는 게 첫째 근거다. 상당수 대기업들이 기본급을 크게 올리지 않아도 통상임금 때문에 근로자들이 실제 받는 급여는 대폭 상승했다는 얘기다. 한국경영자총협회 자료를 보면 지난해 통상임금을 조정한 기업들의 평균 임금 인상률은 13.8%였다. 이 가운데 근로자 1000명 이상의 대기업 인상률은 26.7%에 달했다.
게다가 기업들은 정년 연장과 신규 일자리 창출을 동시에 해결해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 김동욱 경총 기획홍보본부장은 “세 가지 사안 중 하나도 제대로 해결하기 힘든데 한꺼번에 모두 처리하라는 것은 말도 안 된다”며 “임금 인상 여력이 있는 삼성전자마저 기본급을 동결하는데 어느 기업이 임금을 올릴 여력이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최저임금 인상론도 비현실적”
정부가 일찌감치 불을 지피고 있는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도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엔 큰 부담이다. ‘대폭 인상’이라는 표현은 명시적으로 하지 않지만 지난 2년간 연평균 7%대의 인상률보다 높아야 한다는 것이 정부 측 속내다. 정부가 노동시장 개혁 논의의 열쇠를 쥐고 있는 노동계를 설득하기 위해 정치권에서 최저임금 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렇다면 한국의 최저임금은 선진국과 비교해 어느 수준일까. 우선 지난달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가 내놓은 ‘2014 임금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연간 최저임금액은 1만2038달러(2013년 기준)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5개 회원국 가운데 14위로 중위권이다. 가장 많은 나라는 호주(3만839달러)고 네덜란드(2만5285달러·3위) 프랑스(2만2788달러·7위) 영국(2만226달러·9위) 일본(1만6043달러·10위) 미국(1만5080달러·11위) 등이 높은 편이다.
하지만 구매력을 기준으로 환산하면 순위는 더 올라간다. 2013년 한국의 연간 최저임금액(구매력 기준)은 1만5576달러로 OECD 10위 수준이었다. 주목할 만한 것은 미국(1만5080달러·11위) 일본(1만5034달러·12위) 등은 오히려 한국보다 낮게 나왔다는 점이다.
재계는 이에 따라 한국 최저임금 수준이 OECD 국가 평균을 훨씬 뛰어넘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경총 관계자는 “최저임금 분석 시 산입범위 등 나라마다 다른 기준을 적용하기 때문에 직접비교에는 문제가 있다”며 “특히 영국, 프랑스 등 선진국은 대부분 상여금·숙박비 등을 최저임금에 포함하고 있는 만큼 한국의 최저임금은 상대적으로 더 높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정인설/백승현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