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림걸즈', 꿈을 향한 소녀들의 열정 흑인음악 감성에 담다
저러다가 애써 찌운 살이 도로 빠지지 않을까 싶었다. 지난 4일 서울 잠실 샤롯데씨어터에서 열린 뮤지컬 ‘드림걸즈’(사진) 한국어 공연에서 주인공 에피 역으로 무대에 오른 박혜나를 보면서 든 생각이다. ‘위키드’의 엘파바, ‘셜록 홈즈’의 왓슨 등 최근 출연작에서 분명 날씬했던 배우가 몰라보게 통통한 모습으로 등장해 그야말로 온몸으로 노래하고, 격렬하게 움직이고, 무대를 열심히 뛰어다닌다. 공연 직후 나눈 통화에서 그는 “극의 사실감을 높이기 위해 몸을 불리긴 했는데 재보지 않아 몸무게가 얼마나 늘었는지는 모르겠다”며 “몸은 다소 무겁지만 노래에 더 힘이 실리고 소리가 풍성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드림걸즈’는 1960년대 미국에서 최고 인기를 누린 흑인 여성 3인조 보컬 그룹 ‘슈프림스’를 모티브로 만든 뮤지컬이다. 에피, 디나, 로렐이란 이름의 세 소녀가 야망에 불타는 매니저 커티스를 만나 시련과 좌절을 겪으며 각자의 꿈을 향해 나아가는 이야기다. 풍부한 성량과 폭발적인 가창력을 지닌 에피가 아름다운 외모와 음색 등 스타성이 뛰어난 디나에게 ‘리드 싱어’ 자리를 내주면서 갈등이 본격적으로 표출된다. 1981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해 이듬해 토니상 6개 부문을 휩쓸었고, 2006년 비욘세 주연의 영화로 만들어져 다시 주목받았다.

한국어 공연의 관건은 극의 가창과 퍼포먼스를 이끄는 ‘드림걸즈’ 멤버들이 1960년대 대중화된 흑인음악 특유의 감성과 흥겨움, 애절함을 무대에서 얼마나 잘 살려내느냐에 있다. 이런 점에서 이날 공연은 합격점을 줄 만했다. 박혜나와 윤공주(디나 역), 난아(로렐 역), 나중에 그룹에 합류하는 미셸 역의 강웅곤 등 ‘드림걸즈’는 극 중 고난도의 라이브 공연을 흠잡을 데 없이 소화했다.

1960년대 흑인과 백인 문화를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고, 리듬앤드블루스의 선율과 한국어 대사가 어색하게 어우러지는 등 번역극의 한계가 드러난 점은 아쉽다. 무대장치와 음향 실수도 있었다. 하지만 공연 자체를 즐기는 듯한 배우들의 열연과 호연이 이를 상쇄하고도 남는 무대였다. 공연은 오는 5월25일까지, 6만~14만원.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