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그룹 브라운아이드걸스의 멤버이자 ‘피어나’ ‘진실 혹은 대담’ 등으로 능동적인 여성을 노래해온 가인(사진)이 네 번째 솔로 앨범 ‘하와(hawwah)’를 오는 12일 발표한다. 하와는 히브리어로, 성경에 나오는 인류 최초의 여성이다.

9일 서울 영등포CGV에서 열린 앨범 시사회에서 가인은 “(하와라는 게) 어려운 콘셉트였고 대중성이 떨어질 수 있다고도 생각했다”면서도 “굉장히 드라마틱한 부분이 많은 인물이어서 안무나 캐릭터로 많은 부분을 보여드리려 한다”고 말했다.

앨범 이름처럼 수록된 6곡 모두 장르는 다르지만 하와와 관련된 내용을 다루고 있다. ‘리릭 프로듀서’로 참여한 작사가 김이나는 “하와를 성경으로 접근하지 말고 인류 최초의 여성, 인간의 원죄를 있게 한 인물로 보면 매력적인 이야기로 풀어나갈 수 있을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

타이틀곡 ‘패러다이스 로스트’는 하와와 그를 유혹하는 뱀을 넘나들며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뱀은 ‘내 목소리가 아닌 모든 말은 거짓말’이라며 금단의 열매를 먹어도 ‘너는 잘못한 게 없는 거야’라고 하와를 유혹한다. 파이프 오르간과 현악기를 이용해 웅장한 느낌을 만들었다. 수많은 히트곡을 내놓은 작곡가 이민수와 작사가 김이나가 손을 잡은 곡이다. 뮤직비디오에서 가인은 몸을 뒤틀고 바닥을 기어다니며 뱀을 연상케 하는 안무를 선보인다.

가인은 “하와라는 콘셉트를 공부하면서 뱀이라는 동물에 눈길이 갔다”며 “느리게 가다 갑자기 빠르게 움직이는 뱀의 매력적인 속도감을 표현하려 애썼다”고 설명했다. 그는 “섹시하게 보이려고 바닥을 기고 웨이브를 탄 게 아니다”며 “그렇게 1차원적으로 보이고 싶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다른 타이틀곡은 반대로 가볍고 밝은 느낌의 ‘애플’이다. ‘금단의 사과’에 대한 욕망을 귀엽게 표현했다. 가인의 목소리와 박재범의 랩이 조화를 이룬다.

김이나는 “하와 안에 뱀이 있다 또는 하와가 뱀일 수 있다는 픽션을 더해 극적 요소를 만들어냈다”며 “하와가 여성이라는 사실을 떠나 하나의 주체적인 인간이라는 점을 말하고 싶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