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12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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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천자칼럼] 12사도](https://img.hankyung.com/photo/201503/AA.9679935.1.jpg)
왜 하필 12사도였을까. 학자들은 예수가 수많은 추종자 중에서 12명을 선택해 사도로 삼은 것은 이스라엘 12지파의 통합 및 복음 전파와 관련이 있다고 본다. 예수 생전에 제자였던 이들은 예수 승천 후 복음을 선포하고 귀신을 쫓는 권능을 갖춘 사도로 임명돼 각지로 파견됐다. 자살한 유다를 대신해 부활의 증인이 될 사람을 제비뽑아 채운 것도 ‘12’라는 숫자가 특별하기 때문이다. 새 예루살렘 도성이 12기초석과 12진주문을 가진 것 또한 그렇다.
현대적인 발명품이나 문화 콘텐츠에도 무수히 많다. 축구공은 12개의 검은색 정오각형과 20개의 흰색 정육각형으로 구성돼 있고, 피아노 건반은 한 옥타브가 12개의 반음으로 이뤄져 있다. 키보드의 기능 키(F1~F12) 12개, 연필 1다스 12개, 일본 만화 ‘신의 물방울’이 꼽은 최고 와인 12가지, 호주 그레이트 오션 로드의 12사도 바위상까지 거론한다면 좀 지나칠까.
고흐가 그림 속에 종교적인 암시를 숨겨놓았다면 그 이유는 성장 배경과 관련 있을지 모른다. 그는 화가가 되기 전 목회자를 꿈꿨다. 아버지가 네덜란드개혁교회 목사였고 삼촌이 저명한 신학자였던 걸 보면 그럴 법하다. ‘밤의 카페 테라스’를 그릴 무렵 동생 테오에게 보낸 편지에 ‘종교가 대단히 필요하다는 걸 느끼고 있다’고 썼으니 더욱 그럴 수 있겠다. 평생 고달프게 산 그가 어두운 밤의 밑바닥을 천국의 빛인 노란색으로 칠한 것도 이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