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일은 어디 있는 거예요?” “주방용품은 저쪽에 있다는데 길이 막혀 있네.”

지난 8일 경기 김포한강신도시에 있는 이마트 김포한강점. 몇몇 소비자가 원하는 상품이 있는 진열대를 못 찾아 헤매고 있었다. 신선식품 코너가 너무 구석에 있다고 불평하는 사람도 있었고, 점포를 빙 돌아가게끔 동선이 설계됐다는 볼멘소리도 들려왔다.

지난 1월 문을 연 이 점포는 이마트가 새로운 소비자 동선을 도입한 실험 점포다. 가장 큰 특징은 상품 진열대를 ‘ㄷ’자형으로 배치한 것이다. 기존 대형마트 진열대는 대부분 일자형으로 배치돼 있다. 한 방향으로 걸어가면서 가공식품에서 생활용품 코너로, 생활용품 코너에서 유아용품 코너로 이동할 수 있다. 반면 이 점포는 중간중간에 진열대가 통로를 가로막고 있다. 통로를 가로막고 있는 진열대를 우회해 다른 코너로 가는 과정에서 보다 많은 상품을 둘러보게끔 유도하는 것이다.

신선식품 코너의 위치도 기존 점포와는 크게 다르다. 채소, 과일, 수산물 등 신선식품은 소비자가 대형마트에서 가장 많이 구입하는 품목으로, 기존 점포들은 주로 이 코너를 입구에서 가까운 곳에 배치하고 있다. 그러나 이마트 김포한강점은 국내 대형마트 중 입구와 신선식품 코너 간 동선이 긴 축에 속한다. 입구로 들어와 반대편에 있는 무빙워크를 타고 지하 1층으로 내려간 뒤 또 반대편으로 가야 신선식품 코너가 있다. 신선식품을 카트에 담은 뒤에는 지하 1층을 한 바퀴 돌아 1층으로 다시 올라온 다음 의류와 스포츠용품 매장을 지나야 계산대까지 갈 수 있는 ‘순환형 구조’다. 지하 1층엔 아예 계산대가 없다. 코스트코 양재점과 비슷한 구조이나 코스트코 매장은 지하 1층에 계산대가 있는 만큼 이마트 김포한강점의 동선이 더 길다.
이마트 측은 동선이 길어져 소비자가 불편해진 측면이 있지만 동선의 폭은 소비자를 배려했다고 설명했다. 김포한강점의 중앙 통로 폭은 4.5~5m로 다른 이마트 점포보다 30~40% 넓다.

이마트가 매장 설계를 바꾼 것은 소비자가 다양한 상품을 볼 수 있도록 해 궁극적으로 점포당 매출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다. 대형마트는 소비 침체와 영업 시간 규제의 영향으로 신규 점포를 내기가 어려워졌다. 모바일 쇼핑, 해외 직구(직접구매) 등이 늘면서 점포 방문객도 줄었다. 이마트의 연간 매출 증가율은 1%대의 정체를 보이고 있다.

김주영 서강대 경영대 교수는 “소비자의 습관과 심리를 분석해 동선을 설계하고 상품을 배치하면 1인당 구매금액을 늘릴 수 있다”며 “소비자가 불편을 무릅쓰고 매장을 찾게 하려면 관건은 상품 구성과 가격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마트는 새로운 점포 설계가 효과를 내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김포한강점은 개장 이래 목표치보다 10% 이상 높은 매출을 올리고 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