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선 자동차도 개인 거래된다.
일본에선 자동차도 개인 거래된다.
세금의 영향은 절대적이다. 일본에선 2014년 12월 국회 해산까지 연결됐다. '5→8%'의 소비세 증세 이후 민심 악화가 심각해지자 2015년 예정된 '8→10%'의 추가 증세 연기를 해산 명분으로 내걸었다. 경기 회복이 뚜렷해지지 않은 게 한몫했다. 밀어붙였다가 이도저도 아닌 최악의 상황에 빠질 것을 우려한 조치다. 이에 따라 증세 저주는 또 검증됐다. 증세를 주장하는 정치권력은 패한다는 법칙이다. 재정난이 위험수위에 달한 일본 정부로서도 일단 소나기는 피하자는 선택을 내린 셈이다.

증세는 악재다. 재정 건전에 동의해도 '증세→소비 감소→생산 축소→매출 하락→임금 감소'는 뼈아픈 현실이다. 일본처럼 18개월 만의 2배 증세(예정대로라면)는 가계에 상당한 압박 재료다. 잠시나마 8%로 묶어 뒀지만 시간문제일 따름이다. 상황이 개선되면 언제든지 나올 이슈다. 가계 생존법은 한층 전략적으로 바뀔 수밖에 없다. 증세만큼 핍박 경영이 불가피하다. 덜 쓰거나 싼 걸 선호하는 것은 당연하다. 절세 지향의 구체적인 소비 행태다. 세금 저항이 낳은 새로운 구매 패턴의 출현이다.

대표적인 게 ‘개인 거래’다. 세금 그물에 걸리지 않는 사적 매매다. 소비세가 2014년 4월 8%로 3% 포인트 오른 후 개인 거래가 급속히 확산 중이다. 거래 대상이 늘어나는 추세다. 중저가의 일상 생필품에서부터 고가 명품의 희귀 제품까지 아우른다. 20년 불황에 따른 소비 부담이 파생시킨 중고 매매가 증세 조치와 연결돼 개인 거래를 한층 부추기는 분위기다. 염려는 있다. 불법·편법 거래는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품질·신원보증 등의 불편·불안이 상존한다.

먼저 일상품을 보자. 가구 등 매매 중개 서비스를 내걸고 개인 거래를 주선하는 '지모티'란 회사는 증세 후 계약 건수가 50%나 늘었다. 광고료로 사이트가 운영되기 때문에 이용료는 없다. 다만 거래비용을 낮추기 위해 가급적이면 동일 지역 개인 거래를 추천한다. 물건도 동일 지역 매매 상대자 위주로 게재한다. 일부 배송도 하지만 대개는 직접 전달한다. 현장에서 직접 확인하고 거래하는 게 낫기 때문이다. 증세 부담이 상대적으로 높은 고급 물품이 주로 거래된다.

개인 거래 중개 서비스 '호황'

자동차도 개인 거래에 포함된다. 자동차 수리 업체 '카콤비니구락부'는 2014년 9월 차량 중개 서비스인 '카콘마켓'을 새로 열었다. 자동차 개인 거래 중개 사이트다. 전문 스태프가 품질 평가 후 추천 가격을 정해 준다. 특이한 것은 추정 가격대의 정보 공개다. 회사의 추천 가격과 함께 일반적인 매입 가격 및 판매 가격 등을 러프하게 고지해 가격 결정을 도와준다. 그 결과 매도 가격이 정해진다. 전문 매수인, 경매 업체, 중고 판매점의 중간 업자가 없어 매매 양측에 모두 유리하다. 회사는 판매 금액의 6%와 일률 수수료(10만 엔)만 받는다. 꺼림칙한 안전·안심 문제를 커버해 주니 서비스 품질은 다를 게 없다.

개인 거래에 붐을 일으킨 것은 기존 주택이다. 워낙 고가이기 때문이다. 가령 5000만 엔짜리라면 세금만 400만 엔(8%)이다. 기존 주택을 개인 거래로 중개하는 '부동산물류시스템'이란 회사가 대표적이다. 증세 이후 계약 건수가 무려 80%나 급증했다. 수수료는 매수자에게만 받는다. 물건 모집을 유인하는 장치로 양측 모두에게 받아 왔던 업계의 상식을 깼다. 매수자로선 세금 없이 수수료만 내면 된다. 이 밖에 '부동산개인매매서포트PRO'란 회사는 간단한 계약서 작성, 물건 조사, 측량·등기 준비 등을 전국 단위로 서비스해 준다.

전영수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특임교수(전 게이오대 방문교수)

<본 기사는 한국경제매거진 한경BUSINESS 1005호 제공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