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난에 정치불안…위기의 남미 좌파 정권 3국
브라질 베네수엘라 아르헨티나 등 중남미 3대 자원 부국이 나란히 경제난에 직면하면서 이들 3대 좌파 정권이 위기를 맞고 있다.

9일(현지시간) 브라질 헤알화 가치는 10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미국 달러 대비 헤알화 환율은 이날 달러당 3.13헤알에 마감해 2004년 6월 이후 10년여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헤알화 가치는 올 들어 18% 이상 급락했다. 재정건전성 확보를 위한 구조개혁의 성공 여부가 불투명해지면서 국제자금이 이탈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브라질 경제는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사진 왼쪽) 1기 임기 동안의 선심성 복지 확대로 재정적자가 늘어난 데다 주요 수출품인 원자재 가격 하락으로 경상수지가 악화돼 위기를 맞고 있다. 올해 마이너스 성장이 우려될 정도다. 호세프 대통령은 긴축과 증세를 통한 재정건전성 확보로 성장 기반을 마련하려는 구조개혁에 지지를 호소하고 있지만 정치권과 노동계의 반발에 직면했다. 물가 급등에다 전기 배급에 차질을 빚는 가운데 국영 에너지기업 페트로브라스의 비리 스캔들이 터지자 대통령 탄핵 요구가 쏟아지고 있다. 대통령 지지율은 연초 42%에서 23%대로 떨어졌다. 이는 1998년 이후 브라질 역대 대통령 중 최저 수준이다.

남미 좌파정권의 ‘대부’ 격인 베네수엘라의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가운데)의 지지율은 22%로 떨어졌다. 세계 최고 인플레이션(70%), 생필품 부족 등 경제난에 처한 국민은 연일 반정부 시위에 나서고 있다.

마두로 정부는 지난 8일 식용유 휴지 기저귀 등 생필품 부족난을 해결하기 위해 전국 상점 2만개에 지문 날인기를 설치하는 고육지책을 내놨다. 생필품 사재기를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베네수엘라는 수출의 95%를 차지하는 원유 가격이 급락해 달러가 부족해지자 공산품 수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베네수엘라는 공산품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이는 정부가 서민층을 위한다는 이유로 공산품 가격을 통제해 제조업 기반이 무너졌기 때문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세계 최대 원유 매장량을 자랑하는 베네수엘라가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자원 부국으로 전락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 사망 직후 2013년 4월 취임한 마두로 대통령은 임기 6년을 채우지 못하고 중도하차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경기침체와 물가 급등에 허덕이는 아르헨티나는 오는 10월 대선에서 정권 교체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중도좌파 여당인 ‘승리를 위한 전선’ 지지율이 떨어지고 중도우파 야당의 지지율이 약진하고 있다.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대통령(오른쪽)의 지지율은 30%에 머물고 있다.

워싱턴=장진모 특파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