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포럼] 메르켈이 방일(訪日)한 진짜 이유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오춘호 논설위원·공학博 ohchoon@hankyung.com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그제 일본 방문에 앞서 들렀던 곳은 독일 지멘스사의 암베르크 공장이었다. 암베르크는 독일 정부가 추진하는 ‘인더스트리 4.0’의 대표적 공장으로 유명하다. 공장 곳곳이 모두 인터넷으로 연결돼 있어 기계끼리 고객 수요는 물론이고 부품 수급, 전력 공급까지 가장 효율적인 생산 방식을 판단해 제조 공정에 반영한다. 공장 전체 공정에서 75%를 기계가 판단하고 조정한다. 이른바 산업용 사물인터넷(IoT)이요, 스마트 팩토리다. 메르켈은 그곳에서 수시간 동안 작업 현장을 돌아다니며 공장 현황을 살펴보았다. 그가 암베르크 공장만 들른 게 아니다. 메르켈은 틈만 나면 인더스트리 4.0 관련 공장을 찾아다닌다. 정부에 인더스트리 4.0위원회를 만들고 실질적 위원장 역할도 자임한다.
직접 공장 들러 현장감 익혀
메르켈은 올해로 집권 10년차를 맞는다. 집권기간 동안 독일 경제의 침체와 유로존 위기를 특유의 고집과 ‘무티(Mutti·모성)’ 리더십으로 극복해왔다. 야당으로부터 심한 욕을 들어도 꾸준히 밀고 가는 뚝심을 발휘했다. 그 결과 독일 경제는 3% 안팎의 성장률을 유지하고 있으며 실업률도 가장 낮은 수치를 보이고 있다. 최근 그리스 사태의 해결과정에서도 리더십을 유감없이 보여줬다.
하지만 지금 메르켈은 위기를 얘기하고 인더스트리 4.0을 외친다. 독일 경쟁력이 다시 살아나야 한다며 급진적 기술 혁신을 부르짖는다. 최근 중소기업의 부진을 지적하는 건 물론 아니다. 무엇보다 새로운 성장동력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독일이 제조 강국을 계속 이어갈 것인지 아니면 혁신하지 않고 정체한 국가로 남을 것인지는 향후 10년 안에 결정될 것”이라고 말할 정도다. 이미 IT 분야에서 미국과 아시아 국가들에 뒤처져 원조 제조업 강국의 자존심을 구긴 상태다. 그가 지금 인더스트리 4.0을 통해 제조업 강국과 IT 강국의 면모를 다시 찾으려 하는 것이다.
IT 주도권 확보 獨·日 협력모색
하지만 사정은 만만찮다. 구글이 독일 자동차산업을 위협하고 있고 한국이나 일본 업체들이 독일 기계산업에 맞수가 되고 있다. 전기자동차나 수소자동차의 경쟁에서도 일본이나 한국 기업들에 주도권을 뺏길 우려가 있다. 무엇보다 독일이 겁내는 것은 인더스트리 4.0 분야의 표준화 전쟁에서 밀리는 것이다. 이미 미국이나 영국에서 국제표준을 주도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중국의 기세도 거세다. 중국은 현재 2.0 단계이지만 3.0을 뛰어넘어 4.0으로 곧바로 직행할 움직임이다. IoT시대의 핵심인 데이터 축적에서 중국이 훨씬 앞설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일본도 독일과 비슷한 현실이다. 모바일 스마트폰에서 미국과 한국에 뒤처진 일본이다. 인더스트리 4.0에서 활력을 찾으려고 안간힘이다. 메르켈은 일본을 방문하면서 가와사키에 있는 독일 다임러와 일본 미쓰비시의 합작 공장을 찾았다. 미쓰비시는 일본 인더스트리 4.0의 강자다. 메르켈이 일본은 찾은 진짜 이유가 세계 IoT의 주도권 확보를 위한 독·일 간 협력 모색에 있다는 관측이 설득력 있다. 이미 메르켈은 아베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일·EU FTA를 서두르자고 촉구한 모양이다. 제조 강국 일본과 독일의 위기의식이 이들 국가의 협력을 가속화하고 있다. 인더스트리 4.0을 놓고 각국간 피튀기는 전쟁이 시작됐다.
오춘호 논설위원·공학博 ohchoon@hankyung.com
직접 공장 들러 현장감 익혀
메르켈은 올해로 집권 10년차를 맞는다. 집권기간 동안 독일 경제의 침체와 유로존 위기를 특유의 고집과 ‘무티(Mutti·모성)’ 리더십으로 극복해왔다. 야당으로부터 심한 욕을 들어도 꾸준히 밀고 가는 뚝심을 발휘했다. 그 결과 독일 경제는 3% 안팎의 성장률을 유지하고 있으며 실업률도 가장 낮은 수치를 보이고 있다. 최근 그리스 사태의 해결과정에서도 리더십을 유감없이 보여줬다.
하지만 지금 메르켈은 위기를 얘기하고 인더스트리 4.0을 외친다. 독일 경쟁력이 다시 살아나야 한다며 급진적 기술 혁신을 부르짖는다. 최근 중소기업의 부진을 지적하는 건 물론 아니다. 무엇보다 새로운 성장동력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독일이 제조 강국을 계속 이어갈 것인지 아니면 혁신하지 않고 정체한 국가로 남을 것인지는 향후 10년 안에 결정될 것”이라고 말할 정도다. 이미 IT 분야에서 미국과 아시아 국가들에 뒤처져 원조 제조업 강국의 자존심을 구긴 상태다. 그가 지금 인더스트리 4.0을 통해 제조업 강국과 IT 강국의 면모를 다시 찾으려 하는 것이다.
IT 주도권 확보 獨·日 협력모색
하지만 사정은 만만찮다. 구글이 독일 자동차산업을 위협하고 있고 한국이나 일본 업체들이 독일 기계산업에 맞수가 되고 있다. 전기자동차나 수소자동차의 경쟁에서도 일본이나 한국 기업들에 주도권을 뺏길 우려가 있다. 무엇보다 독일이 겁내는 것은 인더스트리 4.0 분야의 표준화 전쟁에서 밀리는 것이다. 이미 미국이나 영국에서 국제표준을 주도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중국의 기세도 거세다. 중국은 현재 2.0 단계이지만 3.0을 뛰어넘어 4.0으로 곧바로 직행할 움직임이다. IoT시대의 핵심인 데이터 축적에서 중국이 훨씬 앞설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일본도 독일과 비슷한 현실이다. 모바일 스마트폰에서 미국과 한국에 뒤처진 일본이다. 인더스트리 4.0에서 활력을 찾으려고 안간힘이다. 메르켈은 일본을 방문하면서 가와사키에 있는 독일 다임러와 일본 미쓰비시의 합작 공장을 찾았다. 미쓰비시는 일본 인더스트리 4.0의 강자다. 메르켈이 일본은 찾은 진짜 이유가 세계 IoT의 주도권 확보를 위한 독·일 간 협력 모색에 있다는 관측이 설득력 있다. 이미 메르켈은 아베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일·EU FTA를 서두르자고 촉구한 모양이다. 제조 강국 일본과 독일의 위기의식이 이들 국가의 협력을 가속화하고 있다. 인더스트리 4.0을 놓고 각국간 피튀기는 전쟁이 시작됐다.
오춘호 논설위원·공학博 ohc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