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단독 인터뷰] 10년 은둔 황우석 "난 동물복제에 여생 바칠 테니…"
줄기세포 논문 조작으로 2006년 국내는 물론 세계에 엄청난 파문을 일으킨 황우석 박사(64·사진)가 은둔 10년 만에 입을 열었다. 수암생명공학연구원 최고기술책임자(CTO)로 연구원을 이끌고 있는 황 박사는 “(내가) 살아있는 동안 한국에서 다시 배아줄기세포를 연구하기는 힘들 것”이라며 “인간 질병의 치료 모델이 될 수 있는 동물 복제 연구의 새 지평을 여는 데 여생을 바치겠다”고 말했다.

지난 7일 수암생명공학연구원 복제견 분만시술실에서 그를 만났다. 제왕절개로 10여분 만에 복제 강아지가 태어났다. 이 연구원에서 만든 573번째 복제견이다. 논문 조작 파문이 일어난 뒤 복제견 난자를 배양·이식하고 출산하는 전 과정을 언론에 공개한 것은 처음이다.

황 박사가 동물 복제에 몰두하는 이유는 정부가 논문 조작 사태 이후 배아줄기세포 연구를 승인해주지 않기 때문이다.

황 박사는 “모든 것이 신중하지 못했고 철저하지 못했던 나의 책임”이라며 “개인적인 허물과 흠결 때문에 대한민국 줄기세포 연구의 신뢰성에 큰 상처를 입혀 너무나 죄송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세계가 줄기세포 연구에 엄청난 속도를 내는데 나로 인해 한국이 계속 뒷걸음질쳐선 안 된다”며 “능력 있는 후학들에게는 배아줄기세포 연구를 승인해줄 것을 (정부에) 간곡히 부탁한다”고 호소했다.

이어 “주변에서 규제 기요틴(단두대)에 줄기세포 연구 규제도 올리자는 말을 한다”며 “그렇게 해준다면 ‘황우석 사태’가 다시 거론되는 것도 마다하지 않겠다”고 힘줘 말했다.

배아줄기세포 연구, 중국도 한국 추월

황 박사는 “배아줄기세포 연구가 ‘금단의 영역’에 언제까지 갇혀 있을지 모른다”며 “우리보다 훨씬 늦었던 미국이나 중국은 이미 우리를 추월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영국은 물론이고 중국에서도 시험관 수정 시술을 시도하고 남은 난자를 연구 목적으로 사용하는 에그 셰어링(난자 공유 제도)을 시행하는데 우리만 금지하고 있다”며 “(배아줄기세포 연구가) 전진할 수 있는 대승적 결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1년 중 절반을 해외에서 보낸다”고 말했다. 세계 각국 정부와 민간연구소 등에서 공동 연구를 하자고 제안받는 일이 많다. 그는 국내에서 배아줄기세포 연구 승인이 나지 않는 것에 대해 “노무현 정부와 이명박 정부 때 두 차례 승인 요청을 했지만 모두 안 됐다”며 “얼마 전에는 ‘그런 신청을 하는 것이 더 이상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는 말까지 들었다”고 했다. 황 박사는 “패자부활전을 하게 해주면 국가에 뭐가 그렇게 해(害)가 되는가”라며 “그런 기회가 주어진다면 분골쇄신하겠다. 마지막 불꽃을 태우게 해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황 박사는 요즘 고민의 시기를 보내고 있다. 일부 국가에서 ‘국적을 옮겨 줄기세포 연구를 해 달라’는 제안을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 번 나가면 다시 돌아올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선뜻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그는 “머슴이 새경(노임)을 받는 것과 주인이 내 집안을 일으키고자 하는 생각은 다른 것”이라며 “나는 누가 뭐라 해도 한국에 뼈를 묻을 사람인데 정말로 나가야 하는지…”라고 말끝을 흐렸다.

수암생명공학연구원 관계자는 “자동차도 제품에 결함이 있으면 리콜하지만 생산 자체를 중단하지는 않는다”며 “윤리와 기술의 접점을 찾으면서 새로운 영역을 만들어가도록 이제는 미래를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준혁/조미현 기자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