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 "청탁 예외 국회의원, 브로커 될 수 있다"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사진)은 10일 국회에서 처리된 ‘부정청탁 및 금품수수 금지법’(김영란법)이 선출직 공무원을 부정 청탁 대상에서 예외로 한 데 대해 “국회의원 등 선출직 공무원을 브로커처럼 활용할 수 있는, 브로커 현상을 용인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김 전 위원장은 이날 서강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제3자의 고충 민원이더라도 내용으로는 이권 청탁, 인사 청탁 등 부정 청탁 소지가 있을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또 법 적용 대상이 언론인, 사립학교 교사 등 민간 분야로 확대된 데 대해 “위헌이라 생각지 않는다”면서도 “공직자 부분이 2년 넘게 공론화 과정을 거친 데 비해 민간 분야는 급하게 확대한 면이 있다. 범위와 속도, 방법의 문제는 따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이 10일 국회를 통과한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김영란법)’에 대한 견해를 밝히고 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이 10일 국회를 통과한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김영란법)’에 대한 견해를 밝히고 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민간 적용범위 사회적 합의 필요…향후 시민단체 등 확대 불가피"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은 ‘김영란법’ 적용 대상이 언론인 등으로 확대된 데 대해 “언론 자유가 침해되지 않도록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며 “(언론인에 대한) 수사 시 특별한 소명과 사전 통보 등의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전 위원장은 기자회견에서 그간 제기된 쟁점을 놓고 참고판례까지 제시하며 국회에서 처리한 ‘김영란법’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국회에서 김영란법을 통과시킨 직후부터 개정 움직임이 나오는 데 대해서는 “이 법은 근본적으로 부패 문화를 바꾸는 데 역점을 둬야 한다”며 일단 시행해야 한다는 견해를 내놨다.

◆“이해충돌방지 빠진 반쪽 법안”

김 전 위원장은 법 적용 대상이 일부 민간영역으로 확대된 데 대해 “국회에서 (적용대상에) 언론과 사립학교 교직원을 포함해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이어 “반부패문제 혁신을 위해서는 공직분야가 솔선수범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공직사회에서 시작해보고 민간으로 확대하는 법안을 만드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당초 취지를 설명했다.

그는 시민단체·의사·변호사·노동단체 등으로 적용대상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당초 공직사회의 반부패 문제에 국한했으나 향후 민간분야로의 확대는 불가피하다”며 “민간분야 확대 범위와 속도, 방법의 문제는 사회적 합의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전 위원장은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이해충돌방지 부분이 빠지고 처리된 데 대해 “당초 원안에는 부정청탁금지 금품수수금지 이해충돌방지 등 세 가지 규정이 있었지만 두 개만 통과됐다”며 “원안에서 일부 후퇴한 부분을 아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해충돌방지는 부패 방지에 중요한 부분”이라며 “그런 의미에서 반쪽법안이라고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영란법’으로 부르지 말라”

김 전 위원장은 배우자의 수수사실을 신고해야 하는 조항이 불고지죄나 연좌제에 해당된다는 지적에는 “불고지죄는 가족이 처벌되는 것을 전제로 하는 것이지만 이 법이 적용되면 배우자는 처벌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전 위원장은 “(김영란법이라고) 제 이름으로 부르다 보니 법의 내용이 드러나지 않는다”면서 “반부패 방지 법이라든지 원래처럼 법의 이름을 써주셨으면 좋겠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