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9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스마트워치 신제품을 선보이면서 ‘손목 위 전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정보기술(IT) 분야 부품주를 비롯한 주요 관련주에 미칠 영향을 두고 투자자들이 갑론을박하는 모습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글로벌 스마트워치 시장을 선점한 삼성전자 LG전자는 물론 이들 회사와 애플에 부품을 공급하는 부품주의 경쟁력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흔들림 없는 삼성전자

‘애플워치’ 공개에도 불구하고 10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전자는 0.07% 오른 142만1000원에 장을 마쳤다. 이달 초 공개한 스마트폰 신제품 ‘갤럭시S6’의 선전 기대에 힘입어 지난 2일 140만원대에 진입한 이후 큰 흔들림이 없었다. ‘애플 충격’이 거의 없었던 이유로는 애플워치 기능이 기존 스마트워치와 크게 다를 게 없다는 평가 때문이다. 송은정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기능 측면에서 애플워치가 내세운 문자 송수신이나 전화수신알림 기능 등은 앞서 출시된 스마트워치와 큰 차별성이 없었다”며 “애플워치에 앞서 출시하는 ‘갤럭시S6’가 모바일 기기 시장을 주도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갤럭시S6’는 다음달 10일, 애플워치는 다음달 25일 출시를 앞두고 있다.

애플워치가 글로벌 시장에서 선전하더라도 삼성전자에 불리할 것이 없다는 분석도 있다. 웨어러블 기기 시장에서 단기적으론 삼성전자 점유율이 떨어질 수 있지만 시장 자체가 커지는 효과가 있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기대 덕에 이달 초 스페인에서 열린 모바일 월드콩그레스에서 LG워치어베인을 공개한 LG전자도 이날 0.17% 상승했다.

고정우 BS투자증권 연구원은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스마트워치 수요가 늘어날 수 있다”며 “애플워치의 등장을 위협이라기보다 기회로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2013년 ‘갤럭시기어’를 선보인 데 이어 ‘기어2’ ‘기어핏’ ‘기어S’ 등을 애플에 앞서 내놓았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에 따르면 현재 세계 스마트워치 시장은 삼성전자가 물량 기준으로 73.6%(작년 2분기 기준)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양다리 부품주’ 상승

‘갤럭시S6’에 이어 애플도 ‘애플워치’ 출시를 예고하면서 삼성전자와 애플에 모두 공급하는 ‘양다리 부품주’가 떠오르고 있다. 전자파 차폐 소재를 생산하는 솔루에타와 무선통신 안테나를 제조하는 아모텍, 후면광판을 만드는 이라이콤 등이 대표적이다. 이날 코스닥시장에서 솔루에타는 3.31%, 아모텍은 2.08% 상승했다. 이라이콤도 1.4% 올랐다. 스마트폰 시장 둔화 우려에 지난해 바닥을 경험한 뒤 올 들어서는 꾸준한 상승세다.

반면 애플워치에 대한 반응이 다소 미지근하자 애플워치의 디스플레이 패널을 독점 공급하는 것으로 알려진 LG디스플레이는 이날 2.23% 떨어졌다. 그러나 향후 스마트워치 시장이 커지고 휘어지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화면을 채택한 제품이 대거 쏟아져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OLED 패널과 관련 장비주에 대한 관심도 커질 것이란 전망이다.

이정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대형 IT업체들이 스마트워치 신제품을 선보이며 본격적인 경쟁이 시작될 것”이라며 “패널은 플렉시블 OLED가 대세인 만큼 관련 장비주인 주성엔지니어링, AP시스템, 테라세미콘 등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