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등석 안 타고 토론식 업무보고…박성택 중기중앙회장의 '파격 행보'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 회장(사진)은 지난 5일부터 9일까지 박근혜 대통령의 중동 순방을 함께했다. 지난달 28일 회장에 선출된 뒤 첫 번째 공식 일정이었다.

9일 귀국한 그는 중앙회 사무실로 돌아오자마자 비서실 직원들을 불렀다. 그리고 “항공기 좌석과 호텔을 최고급으로 이용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합리적으로 바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중앙회장은 대통령 참석 행사 등 정부가 주최하는 행사에서 부총리급 대우를 받는다. 이런 관례에 맞춰 비행기 좌석은 1등석, 호텔은 스위트룸을 쓰고 있다. 박 회장은 “비행기 좌석은 비즈니스로, 호텔은 일반룸을 사용하는 것으로 하자”고 지시했다. 박 회장의 첫 번째 지침은 ‘회장 의전을 축소하라’였다.

다음날인 10일 오전. 중소기업중앙회 경영기획본부 부서장들은 박 회장에게 업무보고를 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었다. 시간에 맞춰 전원이 회장실로 이동하기 위해서였다. 얼마 후 대기하라는 연락이 왔다. 무슨 일인가 궁금해하는 사이 박 회장이 본부 사무실로 들어왔다.

박 회장은 “회장실보다 여기서 하는 게 낫겠다”며 그 자리에서 업무보고를 받기 시작했다. “현장 느낌을 알아야 한다”며 중앙회 직원들이 일하는 현장에 내려온 것이다. 처음 있는 일이었다.

업무보고 방식도 바꿨다. 보고하고 지시내리는 것을 싫어하는 박 회장은 현안 토론 방식으로 진행했다. 11일 정책본부 업무보고는 현안에 대한 자유토론 방식으로 이뤄졌다. 중기중앙회 직원들은 박 회장의 업무 방식에 대해 “파격적”이라고 평가한다.

그는 직원들과의 토론에서 “리더스포럼 등 중앙회가 주최하는 대형 행사도 보여주기식이 아닌 중소기업인과 소상공인들을 위한 진정성 있고 내실 있는 행사로 바꿔야 한다”며 “시장의 시각으로 정책으로 개발하고, 중소기업의 머리와 입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회장 선출 과정에서 도움을 준 인사들에게 보상할 것이라는 일각의 우려를 의식한 듯 박 회장은 “(중앙회가 진행하는 각종 포상 등) 회장과 가깝다는 이유로 잘봐주고 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며 “원칙대로 하라”고 지시했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