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女 '잇백' 된 덱케
MCM, 루이까또즈, 닥스, 메트로시티는 준명품 핸드백 시장의 ‘빅4’로 꼽혀온 브랜드들이다. 하지만 지난 몇 년 새 이들 브랜드의 입지는 많이 쪼그라들었다. MCM은 국내 백화점 매출이 두 자릿수 ‘마이너스 성장률’을 보이고 있고, 다른 브랜드들도 현상 유지 정도에 그치고 있다. 한 백화점 바이어는 “2000년대 누렸던 호황에 취해 새로운 디자인을 보여주지 못한 탓”이라고 지적했다.

30대女 '잇백' 된 덱케
요즘 잡화 시장에서 기존 강자들을 밀어내고 돌풍을 일으키는 토종 브랜드가 있다. 한섬이 지난해 9월 내놓은 덱케(사진)가 주인공이다. 초반 매출이 당초 목표의 세 배 가까운 ‘대박’을 터뜨리자 회사 측이 본격적인 덩치 키우기에 나섰다. 한섬은 현재 13개인 전국의 덱케 매장 수를 연말까지 두 배 이상인 30여개로 늘릴 계획이다. 지난달 말엔 남성 라인 ‘아델’도 출시했다.

1987년 설립된 한섬은 타임, 마인, 시스템 등의 유명 브랜드를 보유해 ‘여성복의 명가’로 불린다. 현대백화점그룹 계열의 현대홈쇼핑이 2012년 인수했다.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은 “한섬을 종합 패션기업으로 탈바꿈시켜 백화점에 버금가는 새 성장동력으로 키우겠다”고 선언했다. 정 회장의 주문에 따라 전체 직원 중 디자이너 비중을 25%에서 35%로 늘리고, 신규 브랜드 개발에 투자를 집중했다.

그 첫 번째 성과물이 자체 개발한 덱케다. 가방 하나에 50만~300만원대로 30대 여성을 핵심 소비자로 겨냥했다.

30대女 '잇백' 된 덱케
한섬은 신생 브랜드인 덱케의 첫해 매출을 10억원 정도로 예상했지만 목표치의 270%인 30억원을 올렸다. 올해는 매출 목표를 150억원으로 높여 잡고, 5년 안에 1000억원대로 키운다는 계획이다. 국내에서 판매되는 핸드백 중 가장 고속 성장하고 있는 브랜드로 평가받고 있다.

덱케는 중성적이고 현대적인 디자인을 콘셉트로 내세운 점이 인기 비결로 꼽힌다. 대표적인 인기 상품은 손에 드는 작은 가방인 클러치백이다. 이 제품은 남성용으로 나온 게 아닌데도 구매자의 28%가 남성이다. 한섬은 아델 라인에서 남성용 가방과 액세서리 50종을 선보인 것을 계기로 남성 매출 비중을 20%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덱케는 올해 안에 면세점과 중국 인터넷몰에 입점하고, 내년에는 중국에 오프라인 매장도 열 계획이다. 덱케의 순항에 고무된 한섬은 잡화 사업부문을 강화하기로 했다.

올 7월 프랑스 고가 브랜드인 ‘랑방 컬렉션’의 잡화 라인을 선보일 예정이다. 랑방 컬렉션의 70%는 한섬이 공동 디자인한 상품으로 채운다. 또 2~3개 잡화 브랜드를 추가로 내놓기로 하는 등 잡화 상품 강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