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조원 시대에 설계한 국민연금 지배구조를 1000조원 시대에 맞춰 바꿔야 합니다. 독립적이지 못한 기구에서는 기금 운용의 중장기적 청사진이 나올 수 없습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국민연금 지배구조 개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보건복지부가 다음달 초까지 정부 안을 내놓기로 한 데 이어 여당 대표도 독립성 강화 필요성을 언급함에 따라 국민연금 기금운용체계 개편 논의가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속도 내는 국민연금 개편 논의

김무성 "낡은 국민연금 지배구조 바꿀 때"
김 대표는 11일 김현숙 새누리당 의원(보건복지위 소속) 주최로 국회에서 열린 ‘국민연금 기금운용 정책 토론회’에 참석해 “한국 국민연금의 지배구조체제는 1988년 제도가 도입된 당시의 모습 그대로”라며 “독립성과 전문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개편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국민연금은 국민 경제에서 차지하는 위치에서 볼 때 정권 교체의 바람을 타지 않고 안정적으로 운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회엔 김용하 순천향대 금융보험학과 교수, 남재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 원종욱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전략연구실장 등 토론자를 비롯해 원유철 정책위원회 의장, 박대출 대변인, 심재철 의원 등 새누리당 의원 10여명이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국민연금 지배구조 개편의 필요성에 대해 한목소리를 냈다. 김현숙 의원은 “현 구조로는 2060년으로 예상되는 기금 고갈을 막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원 실장은 “2010년 추산한 국민연금 기금의 소진 시점은 2060년이었지만 당시 가정했던 수익률, 기대 수명 등의 변수가 바뀌었기 때문에 소진 시점이 2052년으로 앞당겨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국민연금 재정추계는 3년 만기 ‘AA-’ 등급 회사채 수익률의 1.1배를 기금운용 수익률로 가정해 추산한다. 원 실장은 “2010년에 가정한 2030년 이전 기대 수익률이 7% 수준이었는데 국민연금의 2011~2014년 평균 수익률은 4.7%에 불과했다”고 말했다.

○기금운용본부, ‘민간 투자전문회사’로

김 교수는 기금운용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 “기금운용위원회를 전문가 7인(현행 19인)으로 구성하되 독립된 상설 기구로 대통령이 위원을 임명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국민연금관리공단에 속한 기금운용본부는 민간 투자전문회사인 ‘국민연금기금(가칭)’으로 독립시키고, 기금을 투자 유형별로 나눌 것을 제안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 “김재원 새누리당 의원 안(2012년 7월 발의)과 김성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안(2012년 11월)을 절충해 정부 안을 마련 중”이라고 전했다. 김재원 의원 안은 김용하 교수의 제안을 토대로 만들어졌다. 김성주 의원 안은 기금운용위원회는 불필요한 정부위원만 빼고 15인(위원장 복지부 장관)으로 하고, 기금운용본부는 준정부기관으로 하자는 내용이다. 정부 관계자는 “기금본부는 독립시키되 기금운용위원회는 복지부 장관이 위원장을 맡는 현행 체계를 유지하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박동휘/서기열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