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국회 격인 전국인민대표대회 개막식이 열린 지난 5일. 동트기 전이라 어둑어둑한 베이징 톈안먼 광장 옆 인민대회당 앞에서 길게 줄을 선 내외신 기자들의 모습을 담은 사진이 외신을 타고 들어왔다. 정부 업무보고 등 주요 문건을 한시라도 먼저 받아 기사를 송고하기 위해서다.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가 정부 업무보고를 읽어 내려가기도 전에 외신에선 속보라며 ‘올해 성장률 목표치 7% 안팎’이라는 기사를 타전했다.

외신들은 ‘중국 고성장 시대 마감’ ‘성장 둔화 중국 의존도 낮춰야’ 식의 보도를 쏟아냈다. 이 대목에서 중국 관영 신화통신의 기사가 눈에 띄었다. 작년 중국 국내총생산(GDP) 기준으로 7% 성장해 늘어나는 GDP 규모가 7200억달러에 달하고 이는 2013년 스위스 GDP(6854억달러)를 웃도는 수준이라는 내용이다. 중국 경제가 세계 2위 규모로 커진 덕에 성장률 둔화에도 매년 스위스 경제만한 부(富)를 창출하는 성장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富의 창출 공식 바뀌어

정작 주시해야 할 건 중국이 창출하는 부의 증가 속도나 규모보다 부의 창출 공식 변화다. “중국이 전통적인 성장동력과 신성장동력의 교체기에 있다”(성라이윈 국가통계국 대변인)는 얘기다. 신성장동력은 경기둔화 속에서도 급성장하는 분야에서 찾을 수 있다. 인터넷산업의 고성장과 금융개혁이 맞물리면서 부상한 핀테크가 대표적이다.

중국에서 P2P(peer to peer·온라인 중개) 대출 업체는 2009년 9개에서 지난해 말 1570개로 급증했다. 2005년 영국의 조파가 만든 P2P 대출업이 중국에서 꽃을 피우고 있다. 온라인쇼핑 결제잔액을 굴려주는 머니마켓펀드(MMF)인 위어바오는 출시 1년 만인 지난해 세계 4위 MMF로 성장했다. 페이팔이 1999년 개발한 온라인 MMF를 알리바바가 성공시킨 것이다. 알리페이는 알리바바가 페이팔보다 5년 늦은 2004년 시작한 전자결제대행 서비스지만 2013년에 이미 모바일 결제 규모가 9000억위안을 기록해 세계 1위에 올라섰다.

中 핀테크서 기회 모색

중국 핀테크의 성장 뒤에는 기본적으로 규제하지 않는다는 당국의 육성 의지도 있지만 “금융의 소외계층을 끌어안았기 때문”(우샤오치우 인민대 금융증권연구소장)이라는 분석이 설득력 있다. 온라인 MMF는 부자가 아닌 계층도 재테크 서비스를 받는 길을 열었다. P2P 대출은 은행 문턱에도 가보지 못한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자에게 새 자금줄이 되고 있다.

지난달 베이징에서 열린 하나은행(중국)유한공사 통합 출범식에 참석한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이 중국에서 핀테크를 통한 비대면(非對面) 채널을 강화하고 소액대출시장에도 진출하겠다고 선언한 것은 현지 금융의 신성장동력을 제대로 읽은 것이다. 때마침 정부도 최근 가서명한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에서 금융을 별도 챕터로 구성해 네거티브 후속협상을 벌이기로 했다. 핀테크를 한·중 금융협력 대상으로 삼을만하다.

한국이 핀테크 글로벌 경쟁에서 낙오할 수 있다는 우려가 여기저기서 나온다. 국내 규제개혁도 시급하지만 시선을 중국으로 넓히는 건 어떨까. FTA를 맺은 이웃 국가의 핀테크 성장세에 올라타는 것도 해법이 될 수 있다.

오광진 중국전문기자·경제博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