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의 한 시중은행에서 직원 실수로 환전을 하러 온 고객에게 4300여만원을 더 건넨 사건이 일어났다. 그런데 환전을 받은 고객이 “돈을 더 받은 사실을 몰랐고, 환전한 당일 돈을 잃어버렸다”며 반환을 거부해 ‘잃어버린 돈’을 둘러싼 진실게임이 벌어지고 있다.

강남경찰서는 “이달 초 삼성동의 한 은행 지점에서 직원 실수로 1000싱가포르달러짜리 지폐 60장을 받은 정보기술(IT)업체 사장 이모씨(51)가 이 돈을 분실했다고 주장해 이씨를 횡령 혐의로 조사 중”이라고 11일 밝혔다.

이씨는 지난 3일 오후 2시15분께 코엑스에 있는 한 시중은행 지점에 들러 500만원을 싱가포르달러로 환전해달라고 요구했다.

은행 측은 당시 100싱가포르달러 지폐 60장을 내주려던 창구 직원 정모씨(38)가 실수로 1000싱가포르달러 지폐 60장을 봉투에 담아 건넸다고 주장했다. 현재 환율(1싱가포르달러당 약 810원)을 적용하면 4374만원을 더 준 셈이다.

이씨는 당일 오후 6시께 돈을 분실한 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오후 6시20분 무렵 삼성역 지하철 역사 안에 있는 분실물센터 등에 이를 신고하고, 오후 8시께 휴대폰 문자를 확인하다가 은행 측에서 “급한 일이 생겼으니 연락달라”는 문자를 보낸 사실을 알게 됐다는 것이다. 그 전까지 자신이 은행으로부터 4000만원이 넘는 돈을 더 받았다는 사실을 몰랐다는 게 이씨의 얘기다.

은행 측 주장은 정반대다. 은행 측은 “싱가포르 출장이 잦은 이씨가 100달러와 1000달러의 차이를 몰랐을 리 없다”며 “폐쇄회로TV(CCTV) 분석 결과 이씨가 봉투를 받은 직후 고개를 숙여 살피는 듯한 모습도 확인했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선 ‘이씨가 환전을 더 받은 사실을 인지했는지’가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노영희 변호사는 “6만싱가포르달러가 실제 나오거나 직접 돈을 세어보는 장면, 목격자 증언 등 직접적 증거가 발견된다면 횡령 혐의가 인정될 수 있겠지만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희은/정소람 기자 so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