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년 연극의 산실…'대학로극장' 폐관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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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료 월 100만원 못 올려주면 이달 말 비워줄 판
대학로 일대 소극장 140여개…자금난에 근근이 생존
대학로 일대 소극장 140여개…자금난에 근근이 생존
대학로의 대표적인 소극장 ‘대학로극장’이 28년 만에 폐관 위기에 처했다. 임대료를 올려주지 않으면 이달 말까지 극장을 비워야 하는 처지다.
정재진 대학로극장 대표는 11일 “평생 연극만 바라보고 살아온 연극인들이 하루아침에 길거리로 내몰리게 됐다”며 “지금과 같은 현실이 계속된다면 앞으로 모든 민간 극장이 도미노처럼 죽어나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학로극장은 1987년 개관해 지금까지 자리를 지켜왔다. 대학로 소극장 가운데 샘터파랑새극장(1984년 개관), 연우소극장(1987년)에 이어 세 번째로 오래된 극장이다. 창작극 활성화와 소공연장 발전이란 목표 아래 극단 현대극장의 전용공연장으로 문을 열었다.
1991년 배우인 정 대표가 대중화를 목표로 한 실험적이고 좋은 연극을 만들겠다며 극장을 인수하고 극단 대학로극장을 창단했다. 초기에 선보인 창작극 ‘불 좀 꺼주세요’가 인기를 끌며 3년 장기공연이란 기록을 세웠고 이후에도 창작극을 중심으로 다양한 작품을 소개해왔다. 1994년 서울 정도(定都) 600년 사업의 하나였던 타임캡슐에 이 극장과 공연에 대한 자료가 담기기도 했다. 그만큼 대학로에서 역사성과 상징성이 큰 극장이다.
건물주는 현재 월 340만원인 임대료를 440만원으로 인상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소극장에는 생존과 직결되는 금액이다. 정 대표는 “이달 초 끝난 연극 ‘관객모독’의 경우 첫 한 달 수입이 400만원이었다”며 “작품이 한 번 망하면 휘청하고 두 번 망하면 사채까지 쓰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현재 대학로 일대에 있는 소극장은 140여개 수준이다.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정 대표를 비롯한 대학로 소극장 관계자들은 이런 위기를 헤쳐 나가려면 실질적인 지원 정책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시가 2004년 대학로를 ‘문화지구’로 지정해 지원 제도를 시행하고 있지만 연극계에 돌아오는 실질적 혜택은 거의 없다는 주장이다. 정대경 한국소극장협회 이사장은 “문화지구 정책의 지원책은 부동산에 대한 조세 감면과 용적률 혜택, 융자 지원이 거의 유일해 건물주만 혜택을 보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소극장의 창작극과 실험극이 한국 공연예술과 영화, 무용 등에 미치는 영향은 여전하다”며 “이 일대 상인들이 내는 세금 일부를 문화지구 발전을 위해 쓰도록 하는 등 연극인들이 자생력을 키울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
정재진 대학로극장 대표는 11일 “평생 연극만 바라보고 살아온 연극인들이 하루아침에 길거리로 내몰리게 됐다”며 “지금과 같은 현실이 계속된다면 앞으로 모든 민간 극장이 도미노처럼 죽어나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학로극장은 1987년 개관해 지금까지 자리를 지켜왔다. 대학로 소극장 가운데 샘터파랑새극장(1984년 개관), 연우소극장(1987년)에 이어 세 번째로 오래된 극장이다. 창작극 활성화와 소공연장 발전이란 목표 아래 극단 현대극장의 전용공연장으로 문을 열었다.
1991년 배우인 정 대표가 대중화를 목표로 한 실험적이고 좋은 연극을 만들겠다며 극장을 인수하고 극단 대학로극장을 창단했다. 초기에 선보인 창작극 ‘불 좀 꺼주세요’가 인기를 끌며 3년 장기공연이란 기록을 세웠고 이후에도 창작극을 중심으로 다양한 작품을 소개해왔다. 1994년 서울 정도(定都) 600년 사업의 하나였던 타임캡슐에 이 극장과 공연에 대한 자료가 담기기도 했다. 그만큼 대학로에서 역사성과 상징성이 큰 극장이다.
건물주는 현재 월 340만원인 임대료를 440만원으로 인상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소극장에는 생존과 직결되는 금액이다. 정 대표는 “이달 초 끝난 연극 ‘관객모독’의 경우 첫 한 달 수입이 400만원이었다”며 “작품이 한 번 망하면 휘청하고 두 번 망하면 사채까지 쓰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현재 대학로 일대에 있는 소극장은 140여개 수준이다.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정 대표를 비롯한 대학로 소극장 관계자들은 이런 위기를 헤쳐 나가려면 실질적인 지원 정책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시가 2004년 대학로를 ‘문화지구’로 지정해 지원 제도를 시행하고 있지만 연극계에 돌아오는 실질적 혜택은 거의 없다는 주장이다. 정대경 한국소극장협회 이사장은 “문화지구 정책의 지원책은 부동산에 대한 조세 감면과 용적률 혜택, 융자 지원이 거의 유일해 건물주만 혜택을 보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소극장의 창작극과 실험극이 한국 공연예술과 영화, 무용 등에 미치는 영향은 여전하다”며 “이 일대 상인들이 내는 세금 일부를 문화지구 발전을 위해 쓰도록 하는 등 연극인들이 자생력을 키울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