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준비에만 전념해도 될까 말까 하지만 생활비와 구직활동비는 필요하고…. 부모님께 손 벌리기도 그렇고 해서 아르바이트(알바)로 버티고 있어요.”

‘취업 재수생’인 최모씨(29)는 하루 24시간이 모자란다. 최근 기업들의 상반기 공개채용 시즌이 시작된 데다 매일 아침 8시30분부터 오후 5시까지 알바까지 뛰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있는 모 의류회사에서다. 이후 새벽 1시까지 외국어 공부와 함께 자기소개서 작성, 직무적성검사 준비, 면접 대비 등 취업 준비를 하고 있다.

○“커피값도 부담스러워”

최씨처럼 구직활동 기간을 알바로 버티는 취업준비생(취준생)들이 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대학 졸업 후 첫 취업을 할 때까지 걸리는 기간은 1년. 형편이 여의치 않은 취준생들은 별 수입 없이 지출만 해야 하는 이 기간을 알바로 버틸 수밖에 없다. 최씨는 “체력은 물론 심리적으로 힘에 부칠 때가 많지만 알바 외에 달리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당장은 식비나 교통비 등 기본생활비 마련이 급하다. 취업포털 사람인이 지난해 8월 구직자 63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구직자의 85.4%가 ‘평소 경제적 여유가 없어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응답했다. 스트레스 원인(복수응답 가능)으로는 ‘식비·교통비’(57.7%)를 가장 많이 꼽았다. ‘학자금 대출 상환일 도래’(45.8%)보다 높았다.

[청년 실업자 100만명 시대] 알바로 버티는 취준생들 "이러다 시급인생으로 끝나는건 아닌지…"
2년째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하모씨(28)는 “커피값도 부담스러워 개인적인 공부는 주로 도서관에서 하고, 그룹 스터디를 할 땐 이동시간이 더 걸리더라도 무료 스터디룸을 찾아간다”고 했다.

○쳇바퀴처럼 돌아가는 굴레

“알바는 알바일 뿐이죠. 열심히 일해도 희망을 찾기가 어렵습니다.”

지난 6년간 거의 쉬지 않고 각종 알바를 해왔다는 취준생 이모씨(26)는 알바가 인생에서 어떤 의미라 생각하느냐는 물음에 이같이 털어놨다. 알바 시장에 대졸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진학을 포기하거나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고졸자도 즐비하다.

이씨의 ‘알바 인생’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울역 구내에서 ‘편돌이’(편의점 남자 알바생)로 일한 2007년부터 시작됐다. 생활비를 벌기 위해 교복 배달, 식당·예식장 서빙, 택배 상하차 등 닥치는 대로 일했다.

1년간의 ‘방황’을 거친 뒤 계속 알바만 하고 살 수 없다는 생각에 지난해 카피라이터를 꿈꾸며 서울에 있는 한 전문대 문예창작학과에 입학했다. 하지만 “막상 글을 제대로 배우기보단 돈으로 학위를 산다는 느낌만 받았다”고 말했다. 실망스러운 1학기를 보낸 뒤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여름방학에 현금운송 알바를 시작했다. 2학기에는 아예 학교 수업을 야간과정으로 바꾸고 ‘주경야독(晝耕夜讀)’으로 돌아섰다.

이제 스스로 지쳐가는 것을 느낀다고 했다. 이씨는 “하나의 알바가 끝나면 또 다른 알바가 기다리고 있었다”며 “만약 다시 스무 살로 돌아갈 수 있다면 알바에 매달리기보단 기술을 배울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이제 서른 살 문턱에 다다른 박모씨도 후회막급이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한 대기업 협력업체에 들어가 1년 동안 디스플레이 패널 외관 검사와 포장 일을 했지만 매일 똑같은 작업을 되풀이하는 생활에 진력나 알바 시장으로 나왔다. 그 뒤로는 식당 주차와 택배 알바를 번갈아 하며 정규직 일자리를 알아봤지만 쳇바퀴처럼 돌아가는 ‘알바 굴레’를 벗어날 수 없었다고 했다. “돈을 모으지 못한 것은 둘째 치고라도 그동안 자기개발이나 미래 성장을 위한 준비를 하나도 못한 점이 너무 후회스럽습니다.”

■ 6499원

지난해 아르바이트 종사자들이 실제 받은 시간당 평균 임금. 강사·교육직이 9177원으로 가장 많았고, 서빙·주방직이 5836원으로 가장 적었다. 아르바이트 전문 포털 알바천국이 회원 1만777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다.

마지혜/오형주/박상용 기자 loo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