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귀섭 ‘그림자(shadow)2’(2013년)
박귀섭 ‘그림자(shadow)2’(2013년)
사람들이 뒤엉켜 나무를 만들었다. 아프리카에 자라는 바오바브나무처럼 생겼다. 무용수들이 여러 가지 동작을 취해 만든 장면을 담은 이 사진은 국립발레단 솔리스트였던 사진가 박귀섭의 작품이다. 발레리노였던 작가는 사진에도 재질을 보였다. 춤과 사진 작업을 함께 이어가던 그는 두 예술을 접목하려는 생각에 동료 무용수들의 춤 동작을 사진에 담기 시작했다.

발레는 사진 속에서 무대에서와는 사뭇 다른 느낌으로 표현될 수 있었다. 무용은 움직임이 끊임없이 이어져야 하지만 사진에서는 그럴 필요가 없었다. 순간을 정지시키는 사진의 특성을 살려 색다른 연출로 발레에서 하지 못했던 동작들을 작품으로 담아 나갔다. 발레와 사진이 만나 이룬 새로운 경지다.

신경훈 기자 nicerpe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