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민이 12일 서울 반포동의 중개업소 앞에 걸린 매물정보를 살펴보고 있다. 한국은행이 이날 기준금리를 인하하면서 최근 늘어나고 있는 주택 거래가 더 활기를 띨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연합뉴스
한 시민이 12일 서울 반포동의 중개업소 앞에 걸린 매물정보를 살펴보고 있다. 한국은행이 이날 기준금리를 인하하면서 최근 늘어나고 있는 주택 거래가 더 활기를 띨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연합뉴스
서울 지하철 7호선 청담역까지 걸어서 5분 거리인 삼성동 힐스테이트 1단지 전용 31㎡는 지난 9일 보증금 3000만원에 월세 160만원의 보증부 월세(반전세)로 거래됐다. 이 아파트는 올 1~2월 46가구가 월세 계약서를 썼다. 같은 기간 순수전세 거래량(23건)의 두 배다. 인근 H공인 김모 대표는 “오늘(12일)도 전세로 내놓은 매물을 반전세로 바꾸겠다는 50~60대 집주인이 서너 명 된다”고 말했다.

기준금리 연 1% 시대를 맞아 집주인들의 월세 선호도가 더 높아지면서 부동산 임대차 시장에서 월세 전환이 가속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금리 인하로 대출 이자 부담이 줄어들게 된 만큼 신규 주택 수요도 늘어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월세 전환 속도 빨라진다”

12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이달 서울 주택 월세 거래량은 8472건으로 전·월세 거래량(1만1613건)의 42.1%를 차지했다.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11년 이후 월세 비중이 가장 높다. 아파트보다 월세 거래가 많은 단독·다가구 주택은 월세 비중이 절반을 넘는 54.2%에 달한다.
집주인들 "전세 매물, 월세로 전환"…실수요자 "이참에 집 살까"
이번 기준금리 추가 인하로 전세의 월세 전환 속도는 더 빨라질 전망이다. 한국감정원이 지난해 12월 실거래가 정보를 분석한 결과 전국 주택 평균 전·월세 전환율(전세 보증금을 월세로 전환할 때 적용하는 이율)은 연 7.7%로 연 2%대 수준인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금리의 3배를 웃돈다. 집주인들이 앞다퉈 전세 매물을 월세로 돌리는 이유다. 전세는 매물 부족과 함께 금리 인하 여파로 보증금의 추가 상승이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된다.

월세 매물이 늘면서 전·월세 전환율은 점차 낮아지는 추세지만 세입자들의 부담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박원갑 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원금이 보전되는 전세는 세입자에게 ‘무이자 예금’이었다”며 “일회성으로 사라지는 월세는 세입자 가구의 부담을 키울 것”이라고 말했다.

◆주택거래 증가세 이어질 듯

전세가격 상승에 따른 매매전환 수요로 연초부터 활기를 띠고 있는 주택시장은 기준금리 인하로 거래 증가가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지난 1, 2월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주택 거래량은 2006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번 금리 인하로 은행 돈 차입에 따른 부담이 더 낮아짐에 따라 실수요자는 물론 투자자들의 매수세도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다음달 출시 예정인 초저금리 주택담보대출인 수익공유형 은행 모기지 대출 금리가 ‘코픽스 금리-1%포인트’로 책정됐는데 기준금리 인하로 코픽스 금리 인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평균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이 70%를 웃도는 서울 강북권과 80%에 육박하는 광주와 대구 등 지방 광역시를 중심으로 매수세가 늘어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는 “이제 연 2%대 대출 금리로 집을 마련할 수 있게 됐다”며 “연 6~7%대 전·월세 전환율이 적용된 월세에 부담을 느끼는 세입자들이 매매로 돌아설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주택시장은 세입자 등 실수요자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어 거래가 증가하더라도 2000년대 중반과 같은 가격 급등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이란 예상이다.

연 5% 내외의 수익률이 기대되는 오피스텔 등 수익형 부동산 시장에 시중 부동자금이 몰릴 가능성도 점쳐진다. 저금리 탓에 금융 수익만으로는 안정적인 노후자금을 확보하기 어려워진 은퇴 세대가 월세를 받을 수 있는 수익형 부동산 구입에 본격 나설 수 있어서다.

김보형/김진수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