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 캐리 대신 '유로 캐리 트레이드'…글로벌 투자자 '작전 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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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화 한때 1.05弗 붕괴…12년 만에 최저
값싼 유로화 빌려 인도 등 신흥국 투자 늘려
값싼 유로화 빌려 인도 등 신흥국 투자 늘려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의 돈 풀기 정책으로 유로 캐리 트레이드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경기 부양을 위한 유럽중앙은행(ECB)의 대규모 양적 완화로 유로화 가치가 급락하면서 글로벌 투자자들이 싸게 유로화를 빌려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높은 인도와 필리핀 등 신흥국 자산을 사들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유로화 가치 하락세가 가팔라져 당분간 유로 캐리 트레이드가 활발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각에선 미국이 기준금리를 올리거나 유로존 경기가 살아날 경우 유로 캐리 트레이드 자금이 빠르게 이탈해 신흥국 금융시장을 뒤흔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인도네시아·인도로 쏠리는 뭉칫돈
11일(현지시간) 뉴욕 외환시장에서 유로화 가치는 1.05달러까지 떨어졌다. 12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12일 도쿄 외환시장에선 장중 한때 1.04달러까지 내려앉았다. 1.05달러가 붕괴되기는 2003년 1월 이후 처음이다. 올 들어 달러화 대비 유로화 가치는 13% 가까이 추락했다. 이달부터 시작된 ECB의 국채 매입 등 양적 완화에 미국이 오는 6월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분석이 맞물린 영향이다.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이날 100.06으로 2003년 4월 이후 처음으로 100을 웃돌았다.
유로화 가치가 급락하자 글로벌 투자자들은 낮은 가격에 유로화를 빌려 인도네시아, 필리핀, 스리랑카 등 상대적으로 금리 수준이 높은 신흥국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 지금까지 글로벌 투자자들은 저금리가 고착화된 일본에서 싸게 엔화를 빌려 호주와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에 투자하는 엔 캐리 트레이드를 선호했다.
하지만 최근 이 같은 투자 공식이 깨지고 있다. 유로화 가치가 엔화보다 더 가파르게 떨어져 엔화 가치가 상대적으로 높아진 데다 호주와 남아프리카공화국 통화 가치는 디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 하락)을 막기 위한 이들 중앙은행의 금리 인하로 사상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기 때문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유로화 가치가 더 떨어질 것이란 전망이 많아 글로벌 펀드가 투자금으로 유로를 사들여 인도네시아 등의 신흥국에 투자하고 있다”고 전했다. 유로 캐리 트레이드는 이미 지난해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
“신흥국 변동성 확대” 우려도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3000억달러(약 337조원) 규모의 자금을 운용하는 이튼밴스는 최근 유로화를 빌려 인도 루피화 표시 국채와 인도네시아 루피아 표시 국채를 대거 사들였다. 지금 인도 통화에 1000만달러를 투자하면 1년에 60만달러를 벌 수 있다는 게 이튼밴스의 계산이다.
아시아 지역 대형 헤지펀드인 다이몬도 유로화를 빌려 인도와 인도네시아 자산에 투자했다. 워런 버핏 벅셔해서웨이 회장 역시 최근 사상 처음으로 벅셔해서웨이가 유로화 표시 채권을 발행토록 해 유로 캐리 트레이드 대열에 합류했다. 중국 기업이 유로화 가치 급락을 활용해 유로화 표시 채권을 잇따라 발행해 투자에 나서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일부 유로 캐리 트레이드 자금은 미국 금융시장으로 향하고 있다. 유로화 표시 회사채 평균 금리는 연 1%대 초반으로 달러화 표시 회사채 평균 금리인 연 3%대 중반을 크게 밑돌고 있다.
유로 캐리 트레이드 자금이 신흥국 경제 성장에 긍정적인 역할을 하지만 신흥국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키란 가네시 USB자산운용 투자전략가는 “연내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이뤄지거나 ECB의 양적 완화로 유럽 경기가 회복하면 유로 캐리 트레이드 자금이 급격하게 빠져나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도 이날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유럽연합(EU)과 미국, 일본 등 각국 중앙은행의 엇갈린 통화정책이 글로벌 경제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고 말했다.
■ 캐리 트레이드
carry trade. 상대적으로 금리가 낮은 지역에서 돈을 빌려 금리가 높은 다른 지역의 주식이나 채권 등에 투자해 수익을 내는 거래. 그동안 주로 대표적 저금리 국가인 일본 엔화와 미국 달러화 등이 조달 통화였으나 최근 유로화를 활용한 유로 캐리 트레이드가 확산되고 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
전문가들은 유로화 가치 하락세가 가팔라져 당분간 유로 캐리 트레이드가 활발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각에선 미국이 기준금리를 올리거나 유로존 경기가 살아날 경우 유로 캐리 트레이드 자금이 빠르게 이탈해 신흥국 금융시장을 뒤흔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인도네시아·인도로 쏠리는 뭉칫돈
11일(현지시간) 뉴욕 외환시장에서 유로화 가치는 1.05달러까지 떨어졌다. 12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12일 도쿄 외환시장에선 장중 한때 1.04달러까지 내려앉았다. 1.05달러가 붕괴되기는 2003년 1월 이후 처음이다. 올 들어 달러화 대비 유로화 가치는 13% 가까이 추락했다. 이달부터 시작된 ECB의 국채 매입 등 양적 완화에 미국이 오는 6월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분석이 맞물린 영향이다.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이날 100.06으로 2003년 4월 이후 처음으로 100을 웃돌았다.
유로화 가치가 급락하자 글로벌 투자자들은 낮은 가격에 유로화를 빌려 인도네시아, 필리핀, 스리랑카 등 상대적으로 금리 수준이 높은 신흥국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 지금까지 글로벌 투자자들은 저금리가 고착화된 일본에서 싸게 엔화를 빌려 호주와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에 투자하는 엔 캐리 트레이드를 선호했다.
하지만 최근 이 같은 투자 공식이 깨지고 있다. 유로화 가치가 엔화보다 더 가파르게 떨어져 엔화 가치가 상대적으로 높아진 데다 호주와 남아프리카공화국 통화 가치는 디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 하락)을 막기 위한 이들 중앙은행의 금리 인하로 사상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기 때문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유로화 가치가 더 떨어질 것이란 전망이 많아 글로벌 펀드가 투자금으로 유로를 사들여 인도네시아 등의 신흥국에 투자하고 있다”고 전했다. 유로 캐리 트레이드는 이미 지난해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
“신흥국 변동성 확대” 우려도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3000억달러(약 337조원) 규모의 자금을 운용하는 이튼밴스는 최근 유로화를 빌려 인도 루피화 표시 국채와 인도네시아 루피아 표시 국채를 대거 사들였다. 지금 인도 통화에 1000만달러를 투자하면 1년에 60만달러를 벌 수 있다는 게 이튼밴스의 계산이다.
아시아 지역 대형 헤지펀드인 다이몬도 유로화를 빌려 인도와 인도네시아 자산에 투자했다. 워런 버핏 벅셔해서웨이 회장 역시 최근 사상 처음으로 벅셔해서웨이가 유로화 표시 채권을 발행토록 해 유로 캐리 트레이드 대열에 합류했다. 중국 기업이 유로화 가치 급락을 활용해 유로화 표시 채권을 잇따라 발행해 투자에 나서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일부 유로 캐리 트레이드 자금은 미국 금융시장으로 향하고 있다. 유로화 표시 회사채 평균 금리는 연 1%대 초반으로 달러화 표시 회사채 평균 금리인 연 3%대 중반을 크게 밑돌고 있다.
유로 캐리 트레이드 자금이 신흥국 경제 성장에 긍정적인 역할을 하지만 신흥국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키란 가네시 USB자산운용 투자전략가는 “연내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이뤄지거나 ECB의 양적 완화로 유럽 경기가 회복하면 유로 캐리 트레이드 자금이 급격하게 빠져나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도 이날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유럽연합(EU)과 미국, 일본 등 각국 중앙은행의 엇갈린 통화정책이 글로벌 경제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고 말했다.
■ 캐리 트레이드
carry trade. 상대적으로 금리가 낮은 지역에서 돈을 빌려 금리가 높은 다른 지역의 주식이나 채권 등에 투자해 수익을 내는 거래. 그동안 주로 대표적 저금리 국가인 일본 엔화와 미국 달러화 등이 조달 통화였으나 최근 유로화를 활용한 유로 캐리 트레이드가 확산되고 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