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 만에 달라진 경기판단…완만한 회복세→수출·내수 동반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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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금리 사상 첫 年 1%대
한은, 예상 깨고 금리 인하
금통위원 7명 중 2명은 인하에 반대
지표 경기 추락하고 정부의 압박도 겹쳐
'자의半 타의半' 결정에 한은 내부 떨떠름
한은, 예상 깨고 금리 인하
금통위원 7명 중 2명은 인하에 반대
지표 경기 추락하고 정부의 압박도 겹쳐
'자의半 타의半' 결정에 한은 내부 떨떠름
대다수 전문가의 예상을 뒤엎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결정은 ‘자의 반(半), 타의 반’의 성격을 띠고 있다. 올 들어 지표경기가 부진하고 주요 국가들이 양적 완화나 금리 인하 등을 통해 경쟁적으로 자국 통화가치를 내리고 있는 분위기가 금리 인하 요인으로 작용했지만 올 3, 4월을 ‘구조개혁 골든타임’으로 설정하고 경기 부양에 힘을 보태달라는 정부의 강력한 압박도 먹혀든 것이 사실이다. 한은이 이번 금리 결정을 앞두고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은 이유다. 기준금리 결정이 5(인하) 대 2(동결)로 엇갈린 대목에서도 한은 내부의 고심을 짐작할 수 있다.
◆한은 “선제적 결정”
현 경기 상황에 대한 한은의 인식은 지난달보다 크게 나빠졌다. 이주열 총재는 12일 기준금리 인하 배경을 설명하는 기자회견에서 “수출이 감소하고 민간소비와 설비투자 등 내수가 부진한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며 “현재 두 달 전에 예상했던 성장 경로를 밑돌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국내 경기가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던 데서 한걸음 물러선 것이다.
실제 지난 한 달 동안 발표된 ‘경제 성적표’는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당시만큼이나 나빴다. 지난해 11월(0.3%)과 12월(3.4%) 나아지는 듯했던 광공업생산은 지난 1월 3.7%(전월 대비) 감소했다. 2008년 12월(-10.5%) 이후 최저치다. 전(全) 산업생산도 22개월 만에 최저인 -1.7%였다.
석 달 연속 0%대를 기록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기준금리 인하 결정의 결정타였다.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0.52% 올랐지만 담뱃값 인상 부분을 빼면 사실상 마이너스였다. ‘D(디플레이션)의 공포’가 현실화되는 상황에서 “선제적으로 움직이는 게 낫겠다”는 판단이 작용했다는 게 한은 관계자의 설명이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부문장은 “경기 활성화를 위해 팔짱만 끼고 있어서는 안 되겠다고 판단한 것 같다”며 “선제적인 금리 인하는 한은이 ‘디플레 파이터’로서의 역할을 하겠다고 선언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금리 더 내려갈까
경기 부양을 위해 자국 통화가치를 떨어뜨리는 ‘글로벌 통화 전쟁’이 본격화한 것도 영향을 끼쳤다. 올 들어 중국 호주 러시아 스위스 등 20개국이 금리 인하 등 통화완화 정책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이들 국가의 화폐가치가 낮아지면 한국의 원화가치가 높아져 수출 경쟁력이 약화될 수밖에 없다.
향후 기준금리 방향에 대해선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시장에선 다음달 이후 기준금리를 추가로 내릴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 분위기다. 신동준 하나대투증권 연구위원은 “어렵게 금리 인하를 재개한 만큼 0.25%포인트 인하에 멈추지 않을 것”이라며 2분기까지 금리가 연 1.50%까지 내릴 것으로 예상했다. 문홍철 동부증권 연구위원도 “만에 하나 정부 쪽에서 추가경정예산 논의가 나오면 한은의 정책공조가 다시 필요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추가 인하가 어렵다는 반론도 적지 않다. 박형민 신한금융투자 연구위원은 “이 총재는 미국의 통화정책 정상화(금리 인상)를 우려하는 듯하다”며 “오는 6월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추가 인하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 부양에 얼마나 보탬 될까
하지만 이번 금리 인하로 단기간에 투자 소비가 살아날 것으로 보는 전문가는 거의 없다. 금리 인하 효과가 시차를 두고 나타나는 데다 금리를 조금 내린다고 경제심리가 회복될 상황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시중에 자금이 돌지 않는 ‘유동성 함정’을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얘기다. 다만 통화당국이 사상 최저 기준금리라는 ‘미지의 길’을 마다하지 않고서라도 침체된 경기를 방관하지 않겠다는 ‘신호’를 보낸 것은 긍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김우섭/김유미 기자 duter@hankyung.com
◆한은 “선제적 결정”
현 경기 상황에 대한 한은의 인식은 지난달보다 크게 나빠졌다. 이주열 총재는 12일 기준금리 인하 배경을 설명하는 기자회견에서 “수출이 감소하고 민간소비와 설비투자 등 내수가 부진한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며 “현재 두 달 전에 예상했던 성장 경로를 밑돌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국내 경기가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던 데서 한걸음 물러선 것이다.
실제 지난 한 달 동안 발표된 ‘경제 성적표’는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당시만큼이나 나빴다. 지난해 11월(0.3%)과 12월(3.4%) 나아지는 듯했던 광공업생산은 지난 1월 3.7%(전월 대비) 감소했다. 2008년 12월(-10.5%) 이후 최저치다. 전(全) 산업생산도 22개월 만에 최저인 -1.7%였다.
석 달 연속 0%대를 기록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기준금리 인하 결정의 결정타였다.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0.52% 올랐지만 담뱃값 인상 부분을 빼면 사실상 마이너스였다. ‘D(디플레이션)의 공포’가 현실화되는 상황에서 “선제적으로 움직이는 게 낫겠다”는 판단이 작용했다는 게 한은 관계자의 설명이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부문장은 “경기 활성화를 위해 팔짱만 끼고 있어서는 안 되겠다고 판단한 것 같다”며 “선제적인 금리 인하는 한은이 ‘디플레 파이터’로서의 역할을 하겠다고 선언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금리 더 내려갈까
경기 부양을 위해 자국 통화가치를 떨어뜨리는 ‘글로벌 통화 전쟁’이 본격화한 것도 영향을 끼쳤다. 올 들어 중국 호주 러시아 스위스 등 20개국이 금리 인하 등 통화완화 정책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이들 국가의 화폐가치가 낮아지면 한국의 원화가치가 높아져 수출 경쟁력이 약화될 수밖에 없다.
향후 기준금리 방향에 대해선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시장에선 다음달 이후 기준금리를 추가로 내릴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 분위기다. 신동준 하나대투증권 연구위원은 “어렵게 금리 인하를 재개한 만큼 0.25%포인트 인하에 멈추지 않을 것”이라며 2분기까지 금리가 연 1.50%까지 내릴 것으로 예상했다. 문홍철 동부증권 연구위원도 “만에 하나 정부 쪽에서 추가경정예산 논의가 나오면 한은의 정책공조가 다시 필요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추가 인하가 어렵다는 반론도 적지 않다. 박형민 신한금융투자 연구위원은 “이 총재는 미국의 통화정책 정상화(금리 인상)를 우려하는 듯하다”며 “오는 6월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추가 인하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 부양에 얼마나 보탬 될까
하지만 이번 금리 인하로 단기간에 투자 소비가 살아날 것으로 보는 전문가는 거의 없다. 금리 인하 효과가 시차를 두고 나타나는 데다 금리를 조금 내린다고 경제심리가 회복될 상황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시중에 자금이 돌지 않는 ‘유동성 함정’을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얘기다. 다만 통화당국이 사상 최저 기준금리라는 ‘미지의 길’을 마다하지 않고서라도 침체된 경기를 방관하지 않겠다는 ‘신호’를 보낸 것은 긍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김우섭/김유미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