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사상 첫 年 1%대] (1) 가계빚 증가 "불난 데 기름 부어" vs "이자부담 낮아져 위험 줄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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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날의 칼' 초저금리…3대 부작용 어쩌나
가계부채, 1분기 1110兆 육박할 듯
"금융자산이 부채의 2배…아직 버틸 만"
가계부채, 1분기 1110兆 육박할 듯
"금융자산이 부채의 2배…아직 버틸 만"

![[기준금리 사상 첫 年 1%대] (1) 가계빚 증가 "불난 데 기름 부어" vs "이자부담 낮아져 위험 줄어"](https://img.hankyung.com/photo/201503/AA.9693486.1.jpg)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2월 한 달간 가계가 은행에서 빌린 돈은 3조7000억원에 달했다. 2월 증가폭으로는 집계를 시작한 2008년 이후 최대다.
가계빚 급증은 주택담보대출이 늘어난 탓이다. 지난해 두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가 0.25%포인트씩 내린 데다 LTV와 DTI 규제 완화까지 더해지면서 주택담보대출은 급증했다. 지난달에도 4조2000억원 늘었다. 전년 동기 1조3000억원의 세 배를 웃돈다.
이런 상황에서 금리가 더 떨어졌으니 가계대출 증가세가 가속화돼 자칫 경제의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김광석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전셋값 상승에 부담을 느낀 세입자들이 주택 구입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는 등 작년보다 가계부채 증가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며 “이달 안에 가계부채 규모가 1110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했다.
정부는 가계부채가 경제 성장의 결과물이어서 증가 자체는 문제가 아니라고 설명한다. 김용범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은 “기준금리가 떨어지기 전과 크게 바뀐 것은 없다”며 “부채 증가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는 데는 동의하지만 충분히 관리 가능한 수준에서 움직일 것”이라고 말했다. 또 “기존 차입자들의 이자 부담이 낮아져 가계부채위험이 일부 상쇄되는 효과도 감안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국 가계대출은 상환 능력이 양호한 소득 4~5분위의 고소득 차주가 전체의 70%를 보유하고 있어 상환 능력이 좋은 편이고, 금융자산이 금융부채의 두 배 이상이어서 부채의 담보력도 여유가 있다는 시각이다.
김영도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금융 시스템 리스크를 걱정할 정도면 전 계층에서 패닉이 오는 상황인데 금리가 0.25%포인트 내렸다고 해서 그 정도로 심각한 상태까지 갈 것으로 보기 어렵다”며 “다만 자영업자나 50대 이상 고령층이 취약할 수 있으니 이런 쪽에는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2) 이자 생활 은퇴자에'직격탄' 실질금리 마이너스…"돈 어디에 굴릴지"
금리인하로 은퇴자들은 직격탄을 맞게 됐다. 특히 은행에 돈을 넣고 노후자금을 안정적으로 굴리려던 은퇴 생활자들은 낭패를 보게 됐다. 이미 바닥을 치고 있는 은행 예금 금리가 더 내려갈 것이기 때문이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낮추면서 은행들은 예금금리 추가 인하를 검토하고 있다. 앞으로는 연 1% 후반대 금리 상품도 귀해진다는 얘기다.
은퇴를 앞둔 사람들도 답답하긴 마찬가지다. 정기예금으로 돈을 굴려 얻은 이자로 노후를 대비하기가 쉽지 않다. 예금 금리가 연 2%일 때 원금이 2배가 되려면 약 35년이 걸리는데, 연 1%가 되면 70년이 소요된다.
명목금리에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뺀 실질금리를 고려하면 은퇴자들의 가슴은 더 갑갑해진다. 실질금리는 지난해 연 1.12%에 그쳤다. 이번 기준금리 인하 여파로 앞으로는 사실상 마이너스 금리 시대에 접어드는 상황이 됐다.
작년에 은퇴한 김진성 씨(59)는 “지난해 5000만원을 연 2% 중반대인 저축은행 정기예금에 묻어뒀다가 이달 만기를 앞뒀지만 돈을 다시 맡길 곳을 찾지 못해 고민이 깊다”며 “1년 새 금리가 더 떨어져 이제는 예금을 해도 물가를 고려하면 사실상 마이너스 금리인 것 같아 걱정”이라고 하소연했다.
(3) 산업 구조조정 지연 低금리로 연명 '좀비기업' 증가
금리인하는 산업계의 구조조정을 지연시키는 부작용도 낳는다.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생존할 수 없는 기업들이 풍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도태되지 않고 버티기만 하면서 건전한 기업 생태계를 왜곡하는 탓이다.
산업은행 기업 구조조정 관계자는 “금리인하로 돈을 구하기가 쉬워지면서 수익을 내지 못한 채 연명만 하는 ‘좀비기업’이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저금리로 연명하는 잠재적 부실기업인 좀비기업 비중은 전체 기업의 15% 이상인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좀비기업 자산 비중이 10%포인트 높아질 경우 해당 산업의 정상적인 기업 고용 증가율은 0.53%포인트 하락한다.
이에 대해 금융위 관계자는 “구조조정 관련 제도 정비와 함께 부실기업이 정상적 기업까지 어렵게 하는 일이 없도록 비정상적인 금융지원이 이뤄지지 않도록 하겠다”며 “금리가 오를 때 많은 기업이 한꺼번에 도산하지 않게 하는 조치를 꾸준히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박종서/장창민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