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납용품만 팔며 40년 지속성장…'행복한 직원'이 단골 늘렸다
2월14일은 연인들이 사탕과 초콜릿을 주고받는 밸런타인데이다. 하지만 이날을 색다른 의미로 기념하는 회사가 있다. 미국 수납용품 판매체인 컨테이너스토어다. 이 회사는 밸런타인데이를 ‘우리 종업원을 사랑하는 날(we love our employees day)’로 지정해 경영진이 종업원들에게 초콜릿과 선물을 주며 “사랑한다”고 말한다.

수납용품만 팔며 40년 지속성장…'행복한 직원'이 단골 늘렸다
이케아부터 월마트까지 소비자를 대상으로 영업하는 대형 판매 매장은 종업원 대우가 박하기로 유명하다. 한국에서도 대형 판매체인의 점원이 대부분 비정규직 중년 여성으로 채워져 있다. 매장 직원들의 직무를 단순한 고객 안내나 매장 정리 정도로 보고 이들에 대한 인건비 지출을 아껴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전략 때문이다.

이런 업계 현실을 감안하면 컨테이너스토어의 직원 사랑은 더 돋보인다. 컨테이너스토어 매장 직원들은 지난해 기준으로 평균 4만8000달러를 받았다. 미국 소매판매 업계 평균 임금인 2만달러의 두 배 이상이다. 이는 창업자인 킵 틴들 최고경영자(CEO)를 중심으로 한 경영진이 ‘깨어있는 자본주의’를 절대적으로 신봉하고 있어서다. 깨어있는 자본주의는 라젠드라 시소디어 벤틀리대 교수가 제창한 개념으로 경영 효율뿐 아니라 종업원과 지역사회의 복리까지 생각하는 기업이 더 큰 성공을 거둘 수 있다는 것이다.

◆수납용품만 판매하는 소매체인

수납용품만 팔며 40년 지속성장…'행복한 직원'이 단골 늘렸다
컨테이너스토어는 미국 36개주 70개 매장에서 수납용기를 전문으로 판매하고 있다. 음식 전용 용기의 종류만 271가지에 이르며 옷걸이 종류는 77가지다. 전원 코드도 57가지가 갖춰져 있는 등 1만여가지의 수납용품을 구입할 수 있다. 2013회계연도(2013년 4월~2014년 3월)에 매출 7억5000만달러를 기록했고, 2014회계연도에는 매출 7억8500만~7억9500만달러에 순이익 9300만~9600만달러를 올릴 것으로 추산된다.

컨테이너스토어는 1977년 댈러스의 작은 수납용기 전문 판매점에서 출발했다. 어릴 때부터 주변 정리에 관심이 많았던 틴들이 친구 2명과 함께 3만5000달러의 창업자금을 모은 것이 시작이었다. 창업 전 텍사스대에 진학했던 틴들이 친구들과 어울리느라 6년간 대학을 다니고도 졸업을 못 하자 그의 부모가 학비 지원을 끊은 것이 창업 동기가 됐다.

수납용품만 모아 판매하는 특이한 콘셉트로 창업 초기부터 인기를 끌었던 컨테이너스토어는 차근차근 매장을 확대해 나갔다. 1988년 텍사스주 오스틴에 일곱번째 매장을 연 데 이어 2000년에는 뉴욕에도 진출했다. 1999년에는 컨테이너스토어 매장에 옷장과 선반을 공급하던 스웨덴 엘파인터내셔날을 사들였다. 사업 확장을 위해 틴들은 2007년 자신의 소유 지분을 사모펀드(PEF)인 리어나드그린앤드파트너스에 대거 매각해 최대주주 지위를 넘겨줬다. 2013년 10월에는 미국 뉴욕증시에 상장돼 그해 신규 상장 기업 중 가장 높은 주가 상승률을 나타냈다. 컨테이너스토어는 올해도 10개 매장을 새로 열 계획이다.

◆직원 만족이 성장의 비결

2007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불어닥치면서 미국 내수시장 위축과 함께 컨테이너스토어의 매출도 곤두박질쳤다. 2008년엔 13%가 감소했고 2009년에는 14% 뒷걸음질쳤다. 대부분의 소매업체는 대규모 구조조정에 나서며 손실을 만회했다. 하지만 컨테이너스토어는 직원들과 고통 분담을 선택했다. 임금을 동결하고 퇴직연금 납입을 유예해 비용을 절감하는 대신 직원은 한 명도 자르지 않았다. 동료들과 계속 일할 수 있게 된 직원들은 회사의 결정에 환호했고, 이들의 높은 충성도는 2010년 이후 미국 경제가 회복세에 들어섰을 때 컨테이너스토어가 다른 소매유통사보다 빨리 실적이 오르는 결과로 이어졌다.

이처럼 컨테이너스토어에서 성장세보다 더 눈길을 끄는 것은 종업원과 회사의 관계다. 컨테이너스토어는 2000년 이후 15년 연속 포천지가 선정한 ‘미국에서 가장 일하기 좋은 직장 100곳’에 선정됐다. 종업원의 1년 내 이직률은 10% 선에 불과하다. 이 수치가 70%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월마트 등 다른 소매업체들과 대비된다.

컨테이너스토어는 창업 초기부터 높은 임금을 주고 재무정보를 직원들과 공유하는 문화를 확립해 왔다. 신규 인력 채용도 직원의 가족과 친구 등 직원이 추천한 사람을 우대한다. 틴들 CEO는 “나는 나 자신과 내 주위 사람들을 위해 돈 버는 걸 즐긴다”며 “물론 이 같은 방식이 돈을 버는 유일한 방법은 아니지만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수납용품만 팔며 40년 지속성장…'행복한 직원'이 단골 늘렸다
회사는 직원들과 유대감을 형성하기 위해 신입직원에게 연간 263시간에 걸쳐 고객 응대 요령부터 회사 경영철학까지 교육한다. 이 중 특히 강조하는 것은 조직원 간 유대다. “위대한 한 사람이 좋은 세 사람만큼 중요하다”는 원칙으로 주변 동료에게 존경받는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라는 것이 핵심이다. 틴들 CEO는 “회사 동료를 인간적으로 좋아하고 존경하는 것은 직원이 직장생활을 즐기는 데 필수적인 요소”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월마트의 7분의 1인 이직률

컨테이너스토어의 이 같은 직원 사랑은 수납용품이라는 판매제품의 특수성에서 출발한다. 틴들 CEO는 “냉정하게 보면 우리는 소비자에게 빈 상자를 팔 뿐”이라며 “이를 좀 더 매력적으로 보이도록 하고 매장을 방문한 고객 한 명에게 여러 제품의 유용성을 설명하는 것은 철저히 개별 직원의 능력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쿠키를 담기에 좋은 용기가 퍼즐이나 레고 조각을 정리하는 데도 유용하다는 점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직원들의 추가적인 노력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이 같은 전략은 성공을 거둬 컨테이너스토어에서는 1년에 매장을 4번 방문하는 30%의 고객이 전체 매출의 83%에 해당하는 상품을 구매하고 있다.

이 같은 컨테이너스토어의 직원 관리는 2013년 증시 상장 이후 위기를 맞고 있다. 2014년 이후 주가가 약세를 나타내면서 인건비를 줄이고 더 많은 이익을 낼 것을 요구하는 주주가 늘고 있어서다. 이에 틴들 CEO는 “회사의 장기적인 미래를 고민하는 주주들은 지금까지 컨테이너스토어가 쌓아온 노사문화를 존중해줄 것”이라며 “주주들에게도 1~2년에 일희일비하기보다는 10년 후를 바라봐 주길 주문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