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직한 '소유' 내려놓고 가벼운 '소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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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ERI 경영노트
차별화는 기업 비즈니스의 시작이자 끝이다. 남들과 다른 소비자 가치를 발굴하기 위한 부단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소비자가 인정할 수 있는 의미 있는 가치를 만들어 내는 것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기업이 집중하고 있는 품질 기능 등에서 이미 과잉 만족을 주는 제품이 즐비하기 때문이다.
제품 사용 단계가 아닌 ‘구매’ 단계에서 새로운 가치를 찾아보는 것은 어떠할까. 어느 것을 골라야 할지 모를 정도로 제품이 넘쳐나는 시대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이지 않고도 선택의 위험을 줄일 수 있는 구매 결정을 가능케 하는 것은 매력적인 가치가 될 수 있다.
이 시대에 가벼운 소비가 어필하는 몇 가지 이유를 꼽아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지금은 제품이 넘쳐나는 시대이다. 대형 전자제품 매장 벽을 가득 메운 수많은 TV 중에서 하나를 고르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너무 많은 대안은 소비자에게는 다양성의 축복이 되기보다 오히려 피로와 스트레스를 준다.
둘째,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소유에 대한 가치가 줄어들고 있다. 20~30대에게는 소유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얼마나 잘 쓰고 잘 즐기느냐가 더욱 중요하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미국에서 등장한 20~30대의 ‘리세션 세대(recession generation)’가 이를 잘 보여준다. 금융위기를 통해 집, 자동차 등 보유 자산에 대한 가치가 떨어지는 것을 경험한 이들은 무엇을 소유하는 것을 경계한다. 이로 인해 미국 젊은이 중 대부분이 ‘렌털(rental)’로 생활하고 있다. 이들은 집이나 차뿐만 아니라 심지어 의류도 렌털한다. 젊은 세대에게 소유란 ‘영구적으로’ 갖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필요한 기간’에만 갖는 것이 되고 있다.
셋째, 점점 빨라지고 있는 트렌드 변화이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2~3년에 걸쳐 일어나던 변화가 이제는 불과 몇 개월 만에 만들어지고 확산되고 있다. 유행을 따르기 위해서는 구매에 드는 비용, 시간, 노력 등이 상대적으로 가벼워야 한다.
‘가벼운 소비’로 성과를 내고 있는 대표적 기업으로 이케아를 꼽을 수 있다. 이케아 매장에서는 일반 가구점에서 들을 수 있는 ‘이 가구 한 번 사시면 최소 10년 이상은 쓰실 수 있을 겁니다’와 같은 말을 들을 수 없다. 오히려 이케아에서 판매하는 가구는 소비재에 불과하며 그렇기 때문에 몇 년 지나면 바꾸어야 할 제품이라고 한다. 가구를 내구재에서 소비재로 포지셔닝함으로써 구매 시 받는 스트레스와 중압감을 날려버린 것이다. 그렇다고 품질이 나쁜 것도 아니다. 이케아는 실제적인 이용 가치에 품질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몇 년 정도 일상적인 필요에 맞게 사용할 수 있으면 그만일 뿐 그 이상의 품질은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과한’ 품질을 걷어냄으로써 합리적인 수준의 품질을 유지하면서 가격을 낮출 수 있는 것이다.
패스트 패션 역시 가볍게 입고 가볍게 버릴 수 있는 ‘생활용품’ 같은 성격으로 소비자들에게 어필하고 있다. 유니클로, 자라, H&M 등의 제품은 유행에 맞는 제품을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으로 살 수 있으며 품질도 가격을 고려하면 나쁘지 않다. 전 세계적으로 패스트 패션이 성장하면서 고가 전략을 고수했던 의류 브랜드인 아베크롬비도 자사 브랜드 중 홀리스터를 패스트 패션으로 전환해 대응하고 있다.
제조사에서는 감탄하는 기능이나, 소비자 입장에서는 의미 없는 요인을 접목시킨 수많은 제품 속에서 소비자들은 피로감을 느낀다. 사용자의 피로도를 높이는 ‘넘치는 품질’이 만연한 지금 ‘쓸만한’ 품질의 제품을 깊이 고민하지 않고 가벼운 마음으로 구매하게 하는 것도 이 시대에는 새로운 가치가 될 수 있다. 여기에 새로운 기회가 있다.
황혜정 < LG경제연구원 연구원 >
제품 사용 단계가 아닌 ‘구매’ 단계에서 새로운 가치를 찾아보는 것은 어떠할까. 어느 것을 골라야 할지 모를 정도로 제품이 넘쳐나는 시대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이지 않고도 선택의 위험을 줄일 수 있는 구매 결정을 가능케 하는 것은 매력적인 가치가 될 수 있다.
이 시대에 가벼운 소비가 어필하는 몇 가지 이유를 꼽아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지금은 제품이 넘쳐나는 시대이다. 대형 전자제품 매장 벽을 가득 메운 수많은 TV 중에서 하나를 고르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너무 많은 대안은 소비자에게는 다양성의 축복이 되기보다 오히려 피로와 스트레스를 준다.
둘째,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소유에 대한 가치가 줄어들고 있다. 20~30대에게는 소유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얼마나 잘 쓰고 잘 즐기느냐가 더욱 중요하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미국에서 등장한 20~30대의 ‘리세션 세대(recession generation)’가 이를 잘 보여준다. 금융위기를 통해 집, 자동차 등 보유 자산에 대한 가치가 떨어지는 것을 경험한 이들은 무엇을 소유하는 것을 경계한다. 이로 인해 미국 젊은이 중 대부분이 ‘렌털(rental)’로 생활하고 있다. 이들은 집이나 차뿐만 아니라 심지어 의류도 렌털한다. 젊은 세대에게 소유란 ‘영구적으로’ 갖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필요한 기간’에만 갖는 것이 되고 있다.
셋째, 점점 빨라지고 있는 트렌드 변화이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2~3년에 걸쳐 일어나던 변화가 이제는 불과 몇 개월 만에 만들어지고 확산되고 있다. 유행을 따르기 위해서는 구매에 드는 비용, 시간, 노력 등이 상대적으로 가벼워야 한다.
‘가벼운 소비’로 성과를 내고 있는 대표적 기업으로 이케아를 꼽을 수 있다. 이케아 매장에서는 일반 가구점에서 들을 수 있는 ‘이 가구 한 번 사시면 최소 10년 이상은 쓰실 수 있을 겁니다’와 같은 말을 들을 수 없다. 오히려 이케아에서 판매하는 가구는 소비재에 불과하며 그렇기 때문에 몇 년 지나면 바꾸어야 할 제품이라고 한다. 가구를 내구재에서 소비재로 포지셔닝함으로써 구매 시 받는 스트레스와 중압감을 날려버린 것이다. 그렇다고 품질이 나쁜 것도 아니다. 이케아는 실제적인 이용 가치에 품질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몇 년 정도 일상적인 필요에 맞게 사용할 수 있으면 그만일 뿐 그 이상의 품질은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과한’ 품질을 걷어냄으로써 합리적인 수준의 품질을 유지하면서 가격을 낮출 수 있는 것이다.
패스트 패션 역시 가볍게 입고 가볍게 버릴 수 있는 ‘생활용품’ 같은 성격으로 소비자들에게 어필하고 있다. 유니클로, 자라, H&M 등의 제품은 유행에 맞는 제품을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으로 살 수 있으며 품질도 가격을 고려하면 나쁘지 않다. 전 세계적으로 패스트 패션이 성장하면서 고가 전략을 고수했던 의류 브랜드인 아베크롬비도 자사 브랜드 중 홀리스터를 패스트 패션으로 전환해 대응하고 있다.
제조사에서는 감탄하는 기능이나, 소비자 입장에서는 의미 없는 요인을 접목시킨 수많은 제품 속에서 소비자들은 피로감을 느낀다. 사용자의 피로도를 높이는 ‘넘치는 품질’이 만연한 지금 ‘쓸만한’ 품질의 제품을 깊이 고민하지 않고 가벼운 마음으로 구매하게 하는 것도 이 시대에는 새로운 가치가 될 수 있다. 여기에 새로운 기회가 있다.
황혜정 < LG경제연구원 연구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