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시장 예상을 깨고 3월 기준 금리를 전격 인하함에 따라 금융투자업계에서도 금리 인하에 따른 투자 전략을 짜는 일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증시 전문가들은 당장 금리 인하 효과를 볼 수 있는 건설주(株)나 증권주를 주목하되, 중장기적으론 환율 상승에 따른 수혜가 예상되는 정보기술(IT) 등 수출주도 담아야 한다고 권고했다.

◆ 금리, 연 1.75%…건설·증권·은행株 관심

12일 한국은행은 금융통화위원회 정례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2.00%에서 0.25% 포인트 인하한 1.75%로 결정했다.

이는 지난해 10월 이후 5개월 만의 인하로, 이로써 국내 기준금리는 사상 첫 1%대 시대로 진입하게 됐다.

당초 시장에서는 기준금리 동결 쪽에 무게가 실렸었다. 미국의 조기 금리 인상에 대한 우려로 강달러가 글로벌 금융시장을 흔들고 있는 점도 부담이 됐다.

금융투자협회가 국내 채권 전문가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는 10명 중 9명 이상인 92%가 동결을 전망했다.

하지만 한국은행은 앞선 두 차례의 기준금리 인하에도 경제 회복이 더딘 것에 우려를 표명해왔다. 정치권에서도 '디플레이션'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면서 금리 인하 압박이 커진 상태였다.

지난 4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현 경제 상황을 디플레이션 초기 단계로 볼수 있다"며 "여러 전문가들이 금리 인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한국은행의 기준 금리 인하 결정이 나오자 증시에서는 건설주와 증권주 등이 일제히 반응했다. 오전 10시47분 현재 건설주는 현대, 대우건설 등을 중심으로 1.55% 올랐고, 증권주도 1.52% 뛰었다. 은행주는 3.55% 급등했다.

오태동 LIG투자증권 연구원은 "건설과 증권 업종은 통상 금리 인하에 따른 수혜가 예상되는 분야"라며 "건설은 주택 경기 활성화에 대한 기대가 증권은 위축된 투자 심리가 살아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설명했다.

오 연구원은 이어 "은행의 경우 일반적으로는 저금리로 인해 수익성이 악하되기 마련이지만 이번에는 상황이 다르다"며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감안했을 때 국내에서도 추가 인하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은행주를 짙눌러온 악재가 해소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국내 증시에서 대형주의 탄력적인 상승을 방해해온 은행주 약세가 이번 금리 인하로 정점을 지나면서 대형주 오름세도 본격화될 것으로 그는 내다봤다.

◆ 원달러 환율 상승세 지속…IT 등 수출주 '주목'

전문가들은 기준금리 인하로 원·달러 환율 상승이 더욱 가팔라져 국내 수출주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날 금리 인하 발표가 나온 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6원 넘게 올라 1132.60원에 거래되고 있다.

달러화 강세 영향과 국내 기준금리 인하가 복합적으로 맞물려 환율 상승에 가속도가 붙는 모습이다. 이같은 환율 흐름은 대미 수출 비중이 높은 우리 기업의 가격 경쟁력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으로 투자업계는 진단했다.

한국은 미국의 모든 수입 대상국 가운데 6번째 규모(총 수입의 3%)를 차지하고 있으며, 국내 수출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4년 현재 12.3%로 중국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조병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향후 환율 상승이 경기 회복을 반영하며 진행될 경우 미국 수출 비중이 높은 국내 경기와 증시에는 긍정적"이라로 전망했다.

유승민 삼성증권 연구원은 "핵심 수출기업의 환율에 대한 주가 반응은 최근 더 민감해졌다"며 "수출주는 제품 경쟁력을 바탕으로 한 IT를 비중확대해야 하고, 유가에 민감한 화학의 경우 중립을 유지하는 편이 낫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권민경 기자 k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