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기업은 돈이 아니라 인간관계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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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의 본성 파헤친 '억만장자의 바이블'
경영의 모험
존 브룩스 지음 / 이충호 옮김 / 쌤앤파커스 / 612쪽 / 1만6000원
경영의 모험
존 브룩스 지음 / 이충호 옮김 / 쌤앤파커스 / 612쪽 / 1만6000원
미국의 자동차 시장은 1955년 대호황을 맞았다. 1955년 한 해 동안 미국 자동차 회사들은 승용차 700만대 이상을 팔아치웠다. 이전의 최대 판매량보다 100만대 이상 많은 숫자였다. 포드는 신형 자동차를 생산하기로 하고 당시 유행에 어울리게 설계했다. 길고 넓으면서 낮은 차체에 호화로운 크롬 장식, 아낌없는 옵션, 강력한 엔진을 넣었다. 1957년 9월, 포드는 30년 전의 역사적인 자동차 ‘모델A’ 이후 가장 대대적인 광고와 함께 ‘에드셀’을 선보였다. 개발에 쏟아부은 비용만 2억5000만달러였다.
하지만 에드셀은 미국 자동차 역사상 가장 참담한 실패를 기록했다. 1959년 11월19일 생산 중단까지 2년2개월 동안 에드셀 판매량은 10만9466대에 그쳤다. 같은 기간 미국에서 판매된 전체 승용차 대수의 1%에도 못 미치는 숫자였다. 외부 평가에 따르면 에드셀로 인한 포드의 순손실은 3억5000만달러였다. 차를 한 대 생산할 때마다 그만큼 고스란히 손해본 셈이다.
포드는 왜 이런 실패를 겪었을까. 당시 정설은 “포드가 에드셀을 여론조사 결과와 동기 조사에 맹목적으로 의존해 설계하고, 명명하고, 선전하고, 홍보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경영의 모험》의 저자 존 브룩스는 면밀한 취재 결과 다른 의견을 내놓는다.
“에드셀은 원래 여론조사에서 얻은 선호도에 엄격하게 입각해 광고와 홍보를 ‘하도록’ 돼 있었지만 가짜 약을 팔던 낡은 방식, 즉 과학적 방법보다 직감에 의존하는 방식이 슬그머니 끼어들었다. 에드셀의 이름도 과학적 방법을 통해 ‘짓도록’ 돼 있었지만 마지막 순간에 과학적 방법은 간단히 쓰레기통으로 내팽개치고 19세기의 기침약이나 가죽 닦는 비누 상표처럼 사장의 아버지 이름을 따서 지었다.”
기업 내 잘못된 의사 결정이 하나둘 쌓여 기록적인 실패로 이어진 것이다. 저자는 이 사례를 통해 “성공한 사람은 결코 알 수 없는 어떤 장엄함을 실패한 사람이 가질 수 있는 시대가 왔음을 의미할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저자는 1960년대 일어난 중요한 기업, 금융, 경제 관련 사건이나 이슈를 저널리스트의 관점에서 심층적으로 정리해 분석하고 있다. 일반적인 경영서가 경영의 원칙을 나열하는 데 비해 이 책은 실제 사례를 이야기하는 방식으로 풀어냈다.
책에 수록된 12편의 에피소드는 크게 세 가지 주제로 구분할 수 있다. 포드의 신차 개발 프로젝트와 제록스라는 혁신 기업의 탄생 과정, 기업가 정신의 본질, 기업 조직에서의 소통 문제, 기업 비밀 보호법과 인사 관리 등의 사례들은 기업과 이를 둘러싼 환경에 대한 것이다. 급격한 주가 변동, 내부자 주식 거래, 투자자 보호 문제, 주가 조작, 주주총회 현장 등을 다룬 5개의 글은 증권 시장을 파헤치고 있다. 소득세를 둘러싸고 맞서는 주장과 파운드화의 평가 절하를 두고 벌어진 국제 공조 등은 거시경제정책 관련 이슈다. 반세기 전에 벌어진 일들이지만 현재의 독자에게도 생각할 주제를 던져주고 있다.
책은 기업 경영과 가치 창출 방식은 돈이나 성과가 아니라 ‘인간’과 ‘인간적인 관계’를 통해 ‘멋지고 아름답게’ 실현된다는 점을 강조한다. 한 기업이 성공하기 위해선 다른 무엇보다 인간의 본성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저자는 기업을 튼튼하게 경영하고 가치를 창조하는 이런 원칙이 예나 지금이나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파한다.
이 책의 초판은 1969년 미국에서 발간됐고 1970년대 절판됐다. 이후 ‘전설적인 경영서’란 소문만 무성했다. 빌 게이츠가 지난해 자신의 홈페이지와 월스트리트저널을 통해 “내가 읽은 최고의 경영서”라고 추천하면서 미국과 영국에서 43년 만에 재출간됐다. 1991년 워런 버핏이 이 책을 게이츠에게 추천하고 직접 빌려줬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억만장자의 바이블’이란 별명과 함께 출간 직후 베스트셀러 자리에 올랐다.
게이츠는 이 책의 재출간을 돕기 위해 저자의 아들을 찾아내는 등 정성을 기울였다. 그는 “이 책의 내용은 오래됐음에도 여전히 유효한 게 아니라 오래됐기 때문에 유효하다”며 “이 책은 인간 본성에 관한 것이고, 그래서 시간을 초월한다”고 평가했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
하지만 에드셀은 미국 자동차 역사상 가장 참담한 실패를 기록했다. 1959년 11월19일 생산 중단까지 2년2개월 동안 에드셀 판매량은 10만9466대에 그쳤다. 같은 기간 미국에서 판매된 전체 승용차 대수의 1%에도 못 미치는 숫자였다. 외부 평가에 따르면 에드셀로 인한 포드의 순손실은 3억5000만달러였다. 차를 한 대 생산할 때마다 그만큼 고스란히 손해본 셈이다.
포드는 왜 이런 실패를 겪었을까. 당시 정설은 “포드가 에드셀을 여론조사 결과와 동기 조사에 맹목적으로 의존해 설계하고, 명명하고, 선전하고, 홍보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경영의 모험》의 저자 존 브룩스는 면밀한 취재 결과 다른 의견을 내놓는다.
“에드셀은 원래 여론조사에서 얻은 선호도에 엄격하게 입각해 광고와 홍보를 ‘하도록’ 돼 있었지만 가짜 약을 팔던 낡은 방식, 즉 과학적 방법보다 직감에 의존하는 방식이 슬그머니 끼어들었다. 에드셀의 이름도 과학적 방법을 통해 ‘짓도록’ 돼 있었지만 마지막 순간에 과학적 방법은 간단히 쓰레기통으로 내팽개치고 19세기의 기침약이나 가죽 닦는 비누 상표처럼 사장의 아버지 이름을 따서 지었다.”
기업 내 잘못된 의사 결정이 하나둘 쌓여 기록적인 실패로 이어진 것이다. 저자는 이 사례를 통해 “성공한 사람은 결코 알 수 없는 어떤 장엄함을 실패한 사람이 가질 수 있는 시대가 왔음을 의미할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저자는 1960년대 일어난 중요한 기업, 금융, 경제 관련 사건이나 이슈를 저널리스트의 관점에서 심층적으로 정리해 분석하고 있다. 일반적인 경영서가 경영의 원칙을 나열하는 데 비해 이 책은 실제 사례를 이야기하는 방식으로 풀어냈다.
책에 수록된 12편의 에피소드는 크게 세 가지 주제로 구분할 수 있다. 포드의 신차 개발 프로젝트와 제록스라는 혁신 기업의 탄생 과정, 기업가 정신의 본질, 기업 조직에서의 소통 문제, 기업 비밀 보호법과 인사 관리 등의 사례들은 기업과 이를 둘러싼 환경에 대한 것이다. 급격한 주가 변동, 내부자 주식 거래, 투자자 보호 문제, 주가 조작, 주주총회 현장 등을 다룬 5개의 글은 증권 시장을 파헤치고 있다. 소득세를 둘러싸고 맞서는 주장과 파운드화의 평가 절하를 두고 벌어진 국제 공조 등은 거시경제정책 관련 이슈다. 반세기 전에 벌어진 일들이지만 현재의 독자에게도 생각할 주제를 던져주고 있다.
책은 기업 경영과 가치 창출 방식은 돈이나 성과가 아니라 ‘인간’과 ‘인간적인 관계’를 통해 ‘멋지고 아름답게’ 실현된다는 점을 강조한다. 한 기업이 성공하기 위해선 다른 무엇보다 인간의 본성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저자는 기업을 튼튼하게 경영하고 가치를 창조하는 이런 원칙이 예나 지금이나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파한다.
이 책의 초판은 1969년 미국에서 발간됐고 1970년대 절판됐다. 이후 ‘전설적인 경영서’란 소문만 무성했다. 빌 게이츠가 지난해 자신의 홈페이지와 월스트리트저널을 통해 “내가 읽은 최고의 경영서”라고 추천하면서 미국과 영국에서 43년 만에 재출간됐다. 1991년 워런 버핏이 이 책을 게이츠에게 추천하고 직접 빌려줬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억만장자의 바이블’이란 별명과 함께 출간 직후 베스트셀러 자리에 올랐다.
게이츠는 이 책의 재출간을 돕기 위해 저자의 아들을 찾아내는 등 정성을 기울였다. 그는 “이 책의 내용은 오래됐음에도 여전히 유효한 게 아니라 오래됐기 때문에 유효하다”며 “이 책은 인간 본성에 관한 것이고, 그래서 시간을 초월한다”고 평가했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