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대결 졌지만, 의결권 행사 진일보…주주권익 강화 목소리

삼성전자와 현대차 등 68개 상장사가 13일 주주총회를 열고 올해 정기주총 시즌의 막을 올렸다.

주총에 앞서 기관 투자자들이 이사선임을 포함한 일부 안건에 대해 반대 의견을 내면서 표 대결이 이목을 집중시켰지만 올해도 찻잔 속 미풍에 그쳤다.

대부분 주총은 일사천리로 진행됐고 사측이 올린 안건이 원안 통과됐다.

이날 주총을 연 곳은 삼성전자와 삼성전기, 삼성정밀화학, 삼성에스디에스, 제일모직 등 삼성 계열과 현대차, 현대모비스, 현대건설 등 현대차 계열, LG디스플레이와 LG상사 등 LG 계열 등 68곳이다.

시가총액 상위 기업이 망라된 만큼 기관 투자자의 움직임이 최대 관심사였다.

실제 지난 11일 국민연금은 현대모비스의 이우일(서울대 교수) 사외이사 재선임 안건에 반대한다고 했다.

지난해 고액 베팅 논란을 빚은 현대차·현대모비스·기아차 컨소시엄의 한전 부지 인수 때 감시·감독이 미진했다는 이유에서다.

이밖에 주총안건 분석·자문기관이나 기관들이 낸 반대 의견도 증가세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니 기관 몇 곳이 의사를 관철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날 현대모비스 주총에서는 이우일 사외이사 재선임안에 대해 사전 반대의견 1천664만4천120주가 나온 것 외에는 출석주주 전원이 찬성하며 재선임 의사봉에 힘을 실어줬다.

반대의견은 국민연금 지분 8.02%를 포함해 17% 남짓이었다.

브레인자산운용이 한전 부지 고액 인수를 이유로 반대했던 윤갑한 현대차 사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과 재무제표 승인 안건도 원안대로 통과됐다.

현대제철도 이날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을 사내이사로 재선임했다.

앞서 주총안건 분석·자문기관인 서스틴베스트는 정 부회장의 현대제철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에 대해 정 부회장의 과도한 이사직 겸임 등을 이유로 반대 의견을 권고했다.

제일모직 주총에서도 이대익 전 KCC 인재개발원장을 사외이사로 재선임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안건 상정 당시 그는 제일모직의 2대 주주(10.19%)인 KCC의 임원이어서 '5%룰' 위반 논란이 일었으나 그가 인재개발원장에서 사임하면서 봉합됐다.

이처럼 표 대결에서 패하거나 반대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지는 않았지만 의결권 행사 강화에 나선 기관들의 움직임이 진일보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현대모비스의 사외이사 재선임 건에 대해 국민연금 외에 추가로 9%가량이 반대의견을 낸 것은 소액주주나 다른 기관이 동참했음을 보여준다.

주주 환원 정책을 강화하라는 주문도 쏟아졌다.

이날 현대차 주총에서는 주주 권익 보호를 위해 주주권익보호위원회를 구성하라는 의견이 외국계 투자자에서 나왔다.

네덜란드 공무원연금 자산운용회사인 APG의 박유경 아시아지배구조 담당 이사는 이날 주주들의 고민을 해결하고, 글로벌 스탠더드를 충족할 수 있도록 이사회 내부에 '거버넌스 위원회(가칭 주주권익보호위원회)'를 구성해달라고 요청했다.

정부 고위직이나 권력기관 출신들의 사외이사 선임 관행도 여전했다.

현대차는 이동규 전 공정거래위원회 사무처장과 이병국 전 서울지방국세청장을, 포스코는 박병원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회장을, 삼성증권은 이승우 전 금융감독위원회 부위원장을 사외이사로 새로 선임했다.

삼성생명은 사외이사로 윤용로 전 외환은행장 2명을 새로 선임하고 박봉흠 전 기획예산처 장관과 김정관 무역협회 부회장(전 지식경제부 차관)을 재선임했다.

다만, 김정관 부회장은 사퇴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슈퍼주총'은 3월의 남은 금요일마다 계속된다.

오는 20일(229개사), 27일(293개사)에도 상장사들의 주총이 대거 열린다.

(서울연합뉴스) 정준영 기자 princ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