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잠실 리센츠 아파트 인근 공인중개사 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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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채권·부동산 등 투자 상품은 어느 면에서는 비슷한 것도 같지만 어떤 면에서는 상당히 차이를 보인다. 이 때문에 주식에 투자할 때는 주식 투자에 맞는 전략을 써야 하고 부동산에 투자할 때는 그에 걸맞은 전략으로 접근해야 한다.

주택과 주식의 가장 다른 점은 ‘필수’와 ‘선택’의 차이다. A라는 주식이 투자 가치가 있다면 사고 투자 가치가 없다면 사지 않으면 그만이다. 이 같은 측면에서 살펴보면 주식 투자는 해도 되고 하지 않아도 되는 ‘선택’ 사항이다. 반면 주택 시장의 상황은 전혀 다르다. 집을 살 여력이 없거나 집값이 내릴 것 같아 집을 사지 않는 것은 개인의 자유다. 하지만 그런 선택을 하는 순간 본인은 전세를 얻거나 월세로 어디에선가 살아야 한다. 집을 산다는 것과 전세나 월세를 얻는 것이 전혀 다른 선택 같지만 서로 끊을 수 없는 관계를 맺고 있다. 집값 하락 가능성이라는 리스크를 가지고 집을 사든지, 그 집을 매수하는 사람에게 전세라는 형태로 투자 자금을 무이자로 대주든지, 그도 아니면 그 집을 사는 사람에게 월세라는 형태로 생활비를 일부 보조해 줘야 하는 게임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것이다. 세 가지 선택 중 하나는 반드시 선택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보면 ‘필수’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한국을 제외한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이 같은 공식이 더욱 단순하다. 전세라는 제도가 없기 때문에 집을 사지 않으면 월세로 살아야 한다. 돈이 남아 집을 사는 게 아니라 집값의 대부분을 대출 받아 사기 때문에 매달 몇 십만 원에서 몇 백만 원에 이르는 은행 이자를 평생 내야 하지만 집을 사지 않으면 이보다 더 비싼 월세를 내야 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선진국은 한국보다 유주택자의 비율이 높다.

한국에만 있는 ‘전세 제도’

하지만 한국에는 전세라는 독특한 제도가 있다. 세입자로서는 주거비용을 절약할 수 있는 좋은 제도지만 그에 따라 주택 시장이 왜곡돼 왔던 것이다. 집을 사지 않아도 전세로 살면 월세를 내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임차인(세입자)으로서는 처음에 전세 보증금만 마련할 수 있다면 원금 손실 없이 계약 기간 동안 그 집을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런 장점 때문에 세입자는 월세보다 전세를 선호하는 것이다. 임대인(집주인)에게도 전세는 매력적인 제도다. 전세를 끼고 사면 집값의 절반도 되지 않는 적은 돈으로 집을 살 수 있어 집값이 상승할 때 효과를 더욱 극대화할 수 있다. 결국 전세라는 제도는 세입자는 싸게 그 집에서 살 수 있는 장점을 누리고 집주인은 적은 돈으로 투자해 시세 차익의 전부를 차지하는 공생 관계에 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이런 균형이 깨지기 시작했다. 전세를 놓던 집주인들이 월세로 전환하면서 시장에서 전세를 찾기가 어렵게 됐다. 집주인들은 왜 월세 시장으로 몰려갔을까. 전세라는 제도 자체가 집값 상승이라는 전제 조건하에서 존재하는 것이기 때문에 집값 약세가 점쳐질수록 전세는 시장에서 사라져 갈 수밖에 없다. 과거 투자가들이 월세를 줄지 몰라 전세를 선호했던 것도 아니고 월세 수입에 대한 욕심이 없어 전세를 줬던 것도 아니다. 그 당시는 시세 차익이 월세 수입보다 훨씬 컸기 때문에 너도나도 전세를 줬던 것이다.

그렇다면 전세를 끼고 하는 투자는 과거의 추억으로만 남는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지 않다. 오히려 많은 사람이 월세 시장으로 몰려갈수록 전세를 끼고 투자하는 것에 기회가 생기게 된다. 전세 물건이 줄어들면서 전셋값 비율이 올라가고 있기 때문이다. 전셋값 비율이 오르면 투자수익률도 올라간다. 4억 원짜리 집의 전세가 2억 원이라고 가정하면 전셋값 비율은 50%다. 이 집의 가격이 일정 기간 후 4000만 원 올랐다면 상승률은 10%에 불과하지만 수익률은 20%다(시세 차익 4000만 원, 실투자금 2억 원). 그런데 4억 원짜리 집에 전세가 3억 원이었다면 전셋값 비율은 75%가 된다. 이때 시세 차익이 4000만 원 났다고 하면 수익률은 40%가 된다(시세 차익 4000만 원, 실투자금 1억 원). 이처럼 전셋값 비율이 높아질수록 투자수익률도 비례해 높아진다. 이를 공식으로 나타내면 ‘수익률=상승률/(1-전셋값 비율)’이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작년 한 해 동안 전국 아파트 매매가는 2.43% 상승했다. 그런데 이를 수익률로 환산하면 7.41%나 된다(2014년 1월 전셋값 비율 67.2%). 상승률 2.43%는 별것 아닌 것처럼 느껴지지만 투자 자금 대비 수익률이 7.41%라면 저금리 상황에 비춰볼 때 결코 적지 않다. 여기서 흥미로운 대목은 2010년의 상승률도 작년보다 조금 높은 2.53%를 기록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2010년의 전셋값 비율이 54.0%였던 것을 감안하면 수익률은 5.50%에 그치고 만다. 상승률은 2010년이 0.10% 포인트 더 높았지만 수익률은 2014년이 오히려 1.91% 포인트나 더 높은 것이다. 수익이 35% 정도 더 생겼다는 의미다.

집값 안 오르면 효과 없어

결국 전셋값 비율이 높아질수록 투자수익률이 높아지는 것이다. 다만 여기서 주의해야 할 것이 있다.

첫째, 위 공식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전셋값 비율이 높을수록 상승률 대비 수익률이 커지는 효과가 있다. 이것은 전셋값 비율이 높아지는 추세가 지속될수록 점점 투자 환경이 좋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전셋값 비율이 높은 곳이 낮은 곳보다 수익률이 반드시 높다고 볼 수는 없다. 수익률은 전셋값 비율뿐만 아니라 상승률에도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전셋값 비율이 95%라고 해도 상승률이 0%면 수익률은 0%이고 전셋값 비율이 50%라고 하더라도 상승률이 10%면 수익률은 20%다. 결국 같은 상승률을 보일 때 전셋값 비율이 높아질수록 수익률이 높다는 의미로 전셋값 비율이 높은 곳에만 투자하라는 얘기는 아니다.

둘째, 작년 상승률 2.43%는 전국 평균이지 모든 지역이 똑같이 올랐다는 것은 아니다. 오르는 지역도 있지만 내리는 지역도 있다. 아무 지역이나 덜컥 사놓고 나서 안 오른다고 하늘만 쳐다보고 있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썩은 나무에 꽃 피기를 기다리는 것과 같다.

상담을 하다 보면 ‘왜 저런 곳에 사서 고생하나’라는 생각이 들 때도 많다. 오를 만한 곳에 투자하지 않고 본인이 친숙한 곳에 투자할 때가 많기 때문이다. 집값이 무차별적으로 오르던 과거에는 이런 투자 행태가 문제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주택 보급률이 100%가 넘은 시점에서는 오르는 곳만 오르기 때문에 신중하게 투자처를 골라야 한다. 더욱 심각한 것은 전셋값 비율이 높아질수록 이런 편차를 더 크게 만든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전셋값 비율이 50%였던 시절에 매매가 상승률 차이가 1%가 났다면 수익률에서 2% 차이밖에 나지 않았지만 전셋값 비율이 90%에 이르면 상승률 1% 차이는 수익률 10% 차이로 벌어진다. 이 때문에 과거보다 신중한 투자가 필요한 것이다.

투자는 결코 쉽지 않다. 돈만 있다고 되는 것도 아니다. 아무 데나 사두고 시간만 흐르면 오른다고 하면 누가 못하겠는가. 섣부른 투자가 손실로 이어지는 것을 어렵지 않게 목격할 수 있다. 하지만 투자가 어렵다고 또는 집값이 떨어질까봐 지레 겁을 먹고 마냥 시장을 외면할 수도 없다. 앞서 말했듯이 주택 시장은 본인이 싫다고 외면할 수 있는 시장이 아니다. 매매든, 전세든, 월세든 셋 중 하나는 반드시 선택해야 하는 잔인한 게임이다.

세상은 불공정한 것 같지만 긴 시각으로 보면 세상은 공정하다. 매매 시장을 억누르면 임대 시장으로 수요가 몰리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앞서 언급한 절차를 거쳐 매매 시장의 수익률이 더 커지게 된다. 반대로 매매 시장을 활성화하면 전세를 끼고 집을 사려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전세 시장이 안정되는 것이다. 이런 기능을 우리는 시장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아기곰 부동산 칼럼니스트 a-cute-bear@hanmail.net

<본 기사는 한국경제매거진 한경BUSINESS 1005호 제공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