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이 주요 7개국(G7) 가운데 처음으로 중국이 주도하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가입을 공식 선언했다. 동맹국인 미국은 사전 협의가 전혀 없었다며 불편한 심기를 나타냈다.

조지 오스본 영국 재무장관은 12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설립 단계에서 AIIB에 참여하는 것이 영국과 아시아가 함께 성장하는 데 더없이 좋은 기회를 줄 것”이라며 “다른 서방 국가도 함께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날 영국 재무부가 다음주 중 AIIB 측과 가입 절차에 관한 회의를 연다고 보도했다. 영국 재무부는 또 이달 말 AIIB 창립 멤버인 다른 국가들과도 회담을 열 계획이다.

지난해 10월 중국이 주도해 창설된 AIIB는 올해 말 본격적으로 가동에 들어갈 예정이다. 500억달러에 달하는 초기 자본금 대부분을 중국이 출자했다. 미국과 유럽, 일본이 주도하는 세계은행과 아시아개발은행(ADB)의 대항마 성격이다. 출범 당시 인도 베트남 싱가포르 태국 등 21개국이 참여했고 현재 27개국으로 불어났다.

AIIB에 영국이 참여하기로 하자 미국은 이례적으로 비난의 목소리를 냈다. 버락 오바마 정부는 AIIB를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 금융질서에 대한 도전으로 보고 동맹국들에 합류하지 말 것을 권하고 있다. 미국 정부의 한 고위 관리는 FT와의 인터뷰에서 “G7이 AIIB에 어떻게 대처할지 논의하는 가운데 영국이 협의도 없이 참여를 결정했다”며 “우리는 영국이 중국의 요구를 계속 수용하는 것을 경계한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영국 재무부는 “제이컵 루 미국 재무장관을 비롯해 G7 차원에서 최소 한 달간 광범위하게 협의해왔다”며 미국의 주장을 반박했다.

강동균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