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회 국제전기자동차엑스포(IEVE)에 참가한 한국GM의 스파크EV.
제2회 국제전기자동차엑스포(IEVE)에 참가한 한국GM의 스파크EV.
제주에 사는 장성훈 씨(54)는 지난해 ‘제주 국제전기자동차엑스포(IEVE)’에 참석했다가 전기차 ‘르노삼성 SM3 Z.E.’ 구매를 신청해 운 좋게 당첨됐다. 장씨를 포함해 500여명이 당첨돼 4190만원짜리 전기차를 환경부(1500만원)·제주도(700만원)로부터 보조금과 전기요금(60만원)을 지원받아 1930만원에 샀다.

1년간 전기차를 운행한 장씨는 “차를 반값에 산 데다 전기요금(4만~5만원)을 포함한 월 유지비용이 10만원 안팎에 불과해 정말 경제적”이라며 “만족하며 타고 있다”고 말했다.

전기차 시대가 성큼 다가왔다. 승용차뿐 아니라 전기택시와 전기버스, 전기트럭, 전기오토바이 등 다양한 형태의 전기 차량이 속속 출시되고 있다. 지난 6일부터 열린 제2회 ‘제주 국제전기자동차엑스포’에는 국내외 전기차(EV) 제조업체들이 다양한 전기차량을 내놓았다.

◆1790만원짜리 전기차 마련 가능

환경부는 올해 전기차 3000여대에 보조금을 주기로 했다. 제주도는 절반에 달하는 1500여대를 배당받았다. 작년보다 세 배 늘어난 수치다. 지난해와 같이 전기차 한 대당 2200만원의 보조금이 지원된다. 제주시는 전기차 보급을 위해 연말까지 전기차 충전기 1500기를 새로 설치키로 했다. 설치비 100억여원은 전액 중앙정부에서 받기로 했다. 현재 제주지역에서 운행 중인 전기차는 852대(민간 668대, 관용 160대, 실증사업용 24대)로 충전기는 1016기가 구축돼 있다.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2회 국제전기자동차엑스포(IEVE)에서 대경엔지니어링 관계자가 전기차 충전 시범을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2회 국제전기자동차엑스포(IEVE)에서 대경엔지니어링 관계자가 전기차 충전 시범을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전기차엑스포 행사장에는 기아자동차(쏘울EV, 레이EV), 르노삼성(SM3 Z.E.), 한국GM(스파크EV), BMW(i3), 닛산(리프) 등이 다양한 제품을 출시해 관람객들의 눈길을 끌었다.

쏘울EV는 1회 충전 주행거리 148㎞로 국내 시판 중인 전기차 가운데 가장 길다. 지난해 414대가 보급돼 국산 전기차 판매 1위를 기록했다. 기아차 관계자는 “미국과 유럽 등 해외 시장 수요를 감안해 올 한 해 전기차 생산 여력을 1만4000대까지 확보했다”고 밝혔다. 기아차는 올해 국내외 시장에서 쏘울 전기차 1만대를 판매한다는 목표다.

르노삼성은 올해 전기차 목표 판매 대수를 작년(309대)의 세 배인 1000대로 잡았다. 보급 대수를 늘리기 위한 조치로 법인 택시 수요를 타깃으로 했다. 박동훈 르노삼성 영업본부장(부사장)은 “전기차 시장은 보조금이 주어진 상황에서만 구매가 이뤄져 다소 제한적”이라며 “전기차 보급 활성화에는 전기 택시가 해답”이라고 강조했다.

한국GM은 국비와 제주시 보조금 혜택 시 경쟁 업체보다 싼 1790만원에 스파크EV를 제공한다. 지금까지 국내 보급 대수는 110대에 불과하지만 북미 등 해외 시장에선 2900여대가 팔렸다.
제주국제컨벤션센터 야외에 다양한 전기 버스가 전시돼 있다.
제주국제컨벤션센터 야외에 다양한 전기 버스가 전시돼 있다.
◆중소업체 전기트럭·전기바이크 첫선

국내 전기차 시장은 그동안 승용차 위주로 보급이 이뤄졌다. 이번 전기차엑스포는 전기차 분야가 버스와 트럭 등 상용차 영역까지 확대되는 움직임을 예고했다. 국내 전기차 제조업체 파워프라자는 0.5t 화물차 라보EV ‘피스(Peace)’를 소개했다. 한국GM이 생산·판매하는 소형 화물트럭 라보를 기반으로 제작했다. 가격은 약 3800만원. 2000만원의 보조금을 받으면 가격은 절반 이상 줄어든다. 2~3시간 충전하면 100㎞를 주행할 수 있다. 지역 중소업체인 그린모빌리티와 씨엠파트너는 100% 전기로 구동하는 전기바이크를 출품했다. 이 중 씨엠파트너가 만드는 선바이크는 1회 충전으로 최대 80㎞ 주행하고 최고 속도는 시속 70㎞다.

김대환 전기차엑스포 조직위원장은 “올해는 전기택시나 전기트럭, 전기렌터카 등이 모두 일반인에게 보급되는 전기차 상용화의 원년”이라며 “올해 제주 전기차 공모전은 5 대 1의 경쟁률이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감속 땐 배터리 자동 충전…내릴때 전원 꺼졌는지 꼭 확인
아직은 낯선 전기차 사용법

전기자동차는 편리하지만 운행 때 유의해야 할 점도 많다. 가장 큰 유의점이 ‘방전’이다. 전기차의 핵심 부품은 전기모터와 배터리다. 바퀴는 전기모터에 의해 구동되며 고전압 배터리에 저장된 전기에너지를 전원으로 쓴다. 배터리 용량이 줄면 반드시 외부 전원과 연결해 충전해야 한다. 배터리 충전량이 떨어지고 주행가능 거리가 20㎞ 미만으로 줄면 계기판에 충전 경고등이 켜진다. 임기상 자동차시민연합 대표는 “전기차는 배터리 방전을 사전 예방하는 운전 습관이 필요하다”며 “차량 구매 시 제조사가 제공하는 매뉴얼을 잘 숙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런 의미에서 차세대 회생 제동 시스템은 알아둘 만하다. 차량 감속 및 정지 시 발생하는 운동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변환해 배터리를 충전하는 시스템이다. 추가 충전을 하지 않고도 자체적으로 에너지를 축적해 이동거리를 늘릴 수 있는 시스템이다. 차량 충전 후에는 덮개를 꼭 닫고 출발해야 한다. 간혹 충전 후 포트 덮개를 닫지 않고 주행하는 일이 생길 수 있다. 이 경우 에너지가 방전된다. 내릴 때는 전원(시동)이 꺼졌는지 확인해야 한다. 전기차는 시동이 켜 있는지 소리로 확인할 수 없어 꼭 계기판을 확인해야 한다. 전원이 켜 있는 상태에서 그냥 내리면 방전과 도난 위험이 있다. 운행 시 안전에도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저속 주행 시 엔진 소음이 거의 없어 보행자가 차량 접근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의도적으로 신호음 장치를 달기도 한다. 르노삼성차 SM3 Z.E.는 시속 30㎞ 이내로 달릴 때 가상의 엔진 사운드를 내는 ‘Z.E. 보이스’ 기능이 탑재됐다.

김정훈 한경닷컴 기자 lenn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