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줌마표 레시피에, 더 맛있는 '삼시세끼'
연일 시청률 기록을 경신한 tvN의 ‘삼시세끼-어촌편’이 13일 막을 내렸다. 이 프로그램은 도시에서 쉽게 해결할 수 있는 ‘한 끼’를 낯설고 한적한 시골에서 손수 해보는 야외 버라이어티 ‘삼시세끼’의 스핀오프(번외작) 작품이다. 강원 정선에서 머나먼 섬마을인 전남 신안군 만재도로 무대를 옮겼다. 배우 차승원, 유해진, 손호준이 고정 멤버로 출연 중인 이 방송은 6일 방영된 7회 기준 평균 13.9%, 순간 최고 16.8% 시청률(닐슨코리아 기준)을 기록하며 4주 연속 지상파 포함 같은 시간대 시청률 1위를 차지했다. 초반 촬영까지 마쳤던 장근석이 세금 관련 의혹으로 하차하는 등 방영 전에 위기도 있었지만 첫회부터 시청률은 고공행진했다. ‘밥 해먹기’가 전부인 이 프로그램이 이렇게 인기를 끌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차승원과 유해진의 ‘특급 케미’

동갑내기 친구 차승원과 유해진이 혹독한 자연환경에 적응하며 티격태격하는 자연스러운 모습이 가장 큰 인기 요소다. 이들은 눈과 비, 바람에 살림살이가 날아가는 와중에도 식재료를 구해내 한 상을 차려낸다. ‘차줌마’ 차승원은 “고되다”를 연발하면서도 살림꾼의 면모를 드러내고 있다. 유해진은 차승원의 잔소리를 들으면서도 생선을 잡기 위해 좌충우돌하는 등 ‘섬사람’의 모습을 보여준다.

제작진은 이들을 ‘안사람’ ‘바깥양반’ 등으로 표현하며 이들의 ‘케미’를 강조한다. 유해진이 고군분투 끝에 물고기를 낚아오면 차승원이 이 재료들을 먹음직스러운 음식으로 바꾸고 있다. 회를 거듭할수록 두 사람의 조합이 빛을 발하고 있다. 아버지의 기일을 맞아 그리움을 드러내는 차승원과 그를 챙기는 유해진(2화), 차승원이 딸의 생일 축하를 위해 만재도를 비운 사이 집을 지키며 청소에 열을 올리는 유해진(6, 7화) 등 짠한 모습도 보였다.

◆‘차셰프’의 한계는 어디인가

만재도는 목포에서 뱃길로 6시간 걸리는 바다 한가운데의 섬이다. 지난해 방영된 강원 정선편보다 환경은 더 열악하고 혹독하다. 하지만 섬에서 나는 풍성한 식재료와 이것들로 믿을 수 없는 음식을 만드는 ‘차셰프’ 차승원의 솜씨가 프로그램의 골격을 떠받치고 있다. 군소(바다달팽이), 거북손(따개비) 등 생소한 식재료들이 관심을 모았고 흔하디흔한 김을 직접 만드는 모습도 이색적이었다.

차승원이 만드는 요리는 매회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홍합 짬뽕을 시작으로 누룽지탕, 계란말이, 콩자반, 꽃빵, 채소볶음, 거북손 무침 등 다채로운 음식들이 시청자들의 시선을 집중시켰다. 수제 핫바와 케첩, 오렌지 마멀레이드잼, 식빵 등 불가능할 것 같은 제작진의 주문도 척척 해결해내면서 시청률도 따라 올라갔다. 13일 방영된 마지막 방송(8화)에선 회전초밥까지 만들었다.

◆‘귀여움의 끝’ 산체와 벌이

강아지 ‘산체’와 새끼 고양이 ‘벌이’도 시청자를 붙잡는 데 한몫하고 있다. 지난 1월23일 첫 방송에서 산체는 목포항에서 6시간을 들어와 녹초가 된 차승원과 유해진을 작은 꼬리로 세차게 반기며 등장해 특유의 귀여움으로 출연자들의 사랑을 독차지했다. 산체가 등장할 때마다 강아지의 사랑스러운 모습과는 상반된 제작진의 허세 가득한 자막과 편집도 존재감을 돋보이게 하는 요소다. 새끼 고양이 벌이도 등장해 만재도의 추위와 가사노동에 지친 차승원, 유해진, 손호준 등 출연진과 스태프들을 위로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벌이와 산체가 손호준을 사이에 두고 벌이는 질투 어린 신경전도 웃음을 자아내고 있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