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녹조 위해성의 오해와 진실
근래 호수의 녹조(綠潮)현상이 세간의 관심을 끌고 있다. 녹조현상을 일으키는 남세균(남조류)이 간에 해를 주는 독소를 흔히 생성하기 때문에 많은 사람이 음용수의 안전성에 대해 우려하는 것이다. 그러나 현대의 고도정수처리 공정에서는 남세균 세포가 거의 제거되고 있으며, 독소는 활성탄과 염소 소독 과정에 의해 많이 사라지기 때문에 수돗물을 통해 남세균의 독소를 흡입하게 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그동안 다른 오염물질에 비해 유독 남세균의 독소에는 지나칠 정도로 많은 관심을 갖고 적정 이상의 정밀분석을 요구하는 등 과잉대응이 나타났으며 이는 녹조현상이 필요 이상으로 이슈화됐기 때문에 나타난 부작용이라는 비판론이 대두됐다. 한편에서는 녹조현상의 위해성이 실제로는 크지 않은데 정치적으로 이용하기 위해 과장됐다는 역공이 나타나기도 한다. 즉, 녹조현상은 과거부터 존재하던 자연현상이며 인위적인 유발 요인과 위해성이 크지 않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양쪽 주장에는 모두 오해가 있다. 남세균은 자연에 널리 존재하는 생물이지만 인간 활동이 없는 조건에서는 녹조현상이 현재보다 훨씬 드물게 나타난다. 하수, 가축분뇨, 퇴비 등의 유입이 없으면 작금 한국의 많은 호수에서 발생하는 높은 밀도의 녹조현상은 흔한 것이 아니다.

녹조현상의 위해성에 대해서도 오해가 있다. 한국에서 남세균의 독소가 인간에게 위해를 줄 수 있는 경로는 수돗물이 아니라 어패류의 섭식이 오히려 더 클 수 있는데 수돗물만 걱정하는 것은 위해성의 대상을 잘못 짚은 것이다. 수돗물의 남세균 독소는 고도정수처리 공정을 거치면 거의 제거돼 위해성이 작은 반면 한국에서는 민물새우와 우렁이, 어류 등 어패류를 통해 독소를 섭취하는 경로가 존재한다. 남세균 독소가 있더라도 끓여 먹으면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는데 불행히도 남세균 독소는 끓여도 분해되지 않는다. 그동안 수돗물의 남세균 독소 위해성이 다소 과대평가됐다고 본다면 어패류 섭취의 위해성은 과소평가됐다고 본다.

사실 녹조현상은 야생생물과 생태계에 미치는 위해성이 더 중요하다. 사람에게는 민물새우 매운탕이 어쩌다 먹는 별식이지만 야생동물은 식물플랑크톤을 늘 먹고 살아야 하기 때문에 독성녹조현상이 발생하면 물속 생물을 먹어 체내에 독소가 축적돼 간 손상으로 죽기도 한다. 녹조현상은 심수층의 산소 고갈도 유발하는 등 수중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치므로 부영양호에서 생물다양성을 감소시키는 주원인이다. 수돗물이 안전하다고 해서 녹조현상의 위해성이 적다고 평가하는 것은 생태계의 건강성을 도외시하는 인간 위주의 이기적 사고라고 할 수 있다.

김범철 < 강원대 환경학과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