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하락분 전기요금에 즉각 반영하라" 대통령 한마디에…전력당국 석달째 '속앓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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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경제부전기료 인상요인 되레 많은데
대통령 지시라 난처한 입장…"인하 검토 중" 답변만 반복
경제부전기료 인상요인 되레 많은데
대통령 지시라 난처한 입장…"인하 검토 중" 답변만 반복
!["유가 하락분 전기요금에 즉각 반영하라" 대통령 한마디에…전력당국 석달째 '속앓이'](https://img.hankyung.com/photo/201503/02.6929063.1.jpg)
박근혜 대통령이 작년 12월15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전기 가스 등 공공요금도 유가 절감분을 요금에 즉각 반영하도록 하라”고 지시한 지 석 달여가 지났다. 이 사이 가스요금은 두 차례(1월·3월) 내렸지만 전기요금은 요지부동이다.
이상한 일은 아직 아무도 딱 부러지게 말을 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전력 당국 관계자들을 만나 틈날 때마다 물어봐도 “다른 곳에 알아보라”는 식의 ‘핑퐁’만 되풀이하고 있다. 다들 대통령 지시에 난감해하는 분위기다.
!["유가 하락분 전기요금에 즉각 반영하라" 대통령 한마디에…전력당국 석달째 '속앓이'](https://img.hankyung.com/photo/201503/AA.9697391.1.jpg)
“유가연동제를 채택하고 있는 가스요금은 두 달(홀수달)마다 유가 변동에 따라 요금을 변동하도록 돼있습니다. 국제유가가 떨어지면 당연히 가스값도 인하합니다. 하지만 전기요금은 유가 연동제를 채택하고 있지 않습니다. 화력발전소에서 유연탄 대신 기름을 때는 비중이 극히 낮기 때문에 연동제를 시행할 수 없는 구조입니다. 유가 변동과 전기요금 간 상관관계가 거의 없다는 얘기죠.”
설명을 확인해보기 위해 전력거래소부터 지난 1월 발전원별 전력비중을 받아 살펴봤다. 전체 전력 생산에서 가장 비중이 큰 발전원은 유연탄(38.2%)이었고 원자력(29.2%) 복합발전(석탄+가스·22.2%) 등의 순이었다. 중유 비중은 5%에 그쳤다.
이 같은 상황에서 올해는 전기요금을 내릴 것이 아니라 오히려 올려야 한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겉으로 드러내놓고 말을 하지 못하는 한전은 물론 산업부 등 전력당국의 속앓이이기도 하다.
“작년 밀양송전탑 사태를 계기로 정부가 송전탑 주변지원 정책을 시작했습니다. 여기에 올해 2100억원가량 예산을 배정했어요. 작년 7월부터는 유연탄에 개별소비세를 부과하면서 연 2000억원가량 추가 부담이 생겼습니다. 또 화력발전과 원자력발전에 지역자원시설세도 각각 100%씩 인상했습니다. 이 와중에 온실가스배출권 거래제까지 시행되고 있습니다. 이런 인상 요인을 다 반영하고도 전기요금을 내리려면 국제유가가 배럴당 20달러 아래로 떨어져야 합니다.”
그럼에도 전력 당국의 공식 답변은 정해져 있다. “인하 요인이 얼마나 발생했는지 파악 중입니다. 충분히 검토한 뒤 결정한다는 방침입니다.”
대통령의 말 한마디는 이렇게 힘이 있다. 현실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여건이어도 “곤란합니다”는 말을 하기가 어려운 것이다. 하지만 미래를 내다보는 국가에너지 수급계획의 효율적 집행과 전력산업의 투자 확대를 위해서는 이 같은 불확실성을 해소해주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이다.
대통령이라고 모든 정보와 지식을 갖고 말할 수는 없지 않은가. 청와대 실무자들이 대통령과 한전 간 ‘소통의 가교’ 역할을 해야 한다.
김재후 경제부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