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마켓인사이트] '보너스 금리' 내민 조·정·건 회사채…'초저금리 바람' 타고 인기
‘삼성중공업 2.5 대 1, 현대건설 2.3 대 1, GS에너지 1.5 대 1.’

지난해 실적 부진으로 몸살을 앓았던 이른바 ‘취약 업종’ 회사채에 기관투자가들의 매수세가 쏠리고 있다. 수요예측에서 모집 금액을 초과하는 것은 물론 2 대 1이 넘는 청약 경쟁률이 잇따르고 있다. 기관투자가들이 더 많은 이자 지급을 약속하는 채권으로 한꺼번에 쏠린 결과다. 우량 회사채 금리가 연 2% 초반까지 떨어지는 등 시중 금리가 사상 최저치를 거듭 갈아치우면서 기관투자가들은 수익률 개선이 절실한 상황이다.

◆취약 업종 회사채 ‘흥행 행진’

국내 3위 조선업체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11일 실시한 3000억원 규모 회사채 발행 수요예측에서 모두 3290억원(1.10배)의 기관투자가 청약을 받았다. 지난 3일 현대중공업(1.93배)과 지난달 삼성중공업(2.53배)에 이어 조선 ‘빅3’ 회사채가 모두 흥행에 성공한 것이다.

지난달 발행된 현대건설 회사채도 건설업종에 대한 오랜 신용 경색 분위기를 깨고 2.3배의 수요를 끌어모아 화제가 됐다. 지난 11일 발행된 GS에너지 회사채에도 1.51배 수요가 몰렸다. 비슷한 시기 가장 안전한 업종(유통업)으로 분류되는 롯데쇼핑 회사채에 1.3배의 청약이 몰린 점을 감안할 때 뜻밖의 흥행 실적이란 게 업계 평가다.

시장 전문가들은 기업들이 이례적으로 이자를 후하게 쳐주겠다고 나선 것이 투자 매력도를 높인 가장 큰 요인으로 보고 있다. 저금리에 쫓겨 수익률 확보에 비상이 걸린 기관투자가들의 ‘수요’와 한시라도 빨리 자금을 확보하려는 취약 업종 기업들의 ‘공급’이 맞아떨어졌다는 설명이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지난 12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를 계기로 신용등급은 다소 낮지만 금리가 높은 회사채 인기가 더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금리 높여 회사채 ‘바겐세일’

수요예측 성공 기업들이 제시한 채권 금리(희망 공모금리)는 파격적인 수준이다. 대우조선해양은 수요예측에 앞서 ‘자사 채권 유통금리(이하 민평금리)’보다 0.45%포인트의 가산금리를 얹어줄 수 있다고 공시했다. 대우조선해양보다 신용등급이 두 단계 낮은 ‘A-’ 등급 회사채의 평균 금리보다도 0.1%포인트 이상 높은 금리다.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도 민평금리 대비 각각 최고 0.3%포인트와 0.2%포인트의 보너스 금리를 제시했다. 현대자동차그룹 후광을 업고 있는 현대건설도 최고 0.08%포인트를 얹어주겠다며 투자자들을 끌어모았다. 한 증권사 채권 담당 임원은 “회사채 시장에서 ‘슈퍼 갑(甲)’으로 부를 만큼 금리 욕심이 강했던 기업들이 실익을 위해 자세를 낮추는 모양새”라고 말했다.

◆‘썩어도 준치’

이 채권들의 또 다른 특징은 한때 웃돈을 얹어주고 사야 할 만큼 물량이 부족했던 ‘블루칩’ 채권이라는 점이다. 신용도가 우량한 업종 대표 채권이었기 때문이다. 기관투자가들은 이들을 먼저 편입하기 위해 웬만큼 금리 손해를 보더라도 사들이는 경우가 많았다. 갑작스러운 업황 악화로 실적이 뚝 떨어지기 이전의 일이다. IB업계 관계자는 “취약 업종 중 그나마 공모 회사채 발행이 가능한 기업들은 업계 수위를 다투는 곳들”이라며 “나머지는 여전히 채권 발행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태호/하헌형 기자 t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