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산층용이라던 기업형 임대주택, 신당동엔 전용 20㎡ 원룸 수두룩
서울 도심권 첫 기업형 임대주택(뉴 스테이) 사업으로, 신당동 도로교통공단 부지에서 추진되는 기업형 임대주택 복합단지가 소형 원룸 위주로 구성될 것으로 확인됐다. 국토교통부가 중산층 전세난을 완화하기 위해, 국민주택기금까지 투입하는 기업형 임대주택 정책 취지와 어긋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5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신당동 도로교통공단 부지에 건설될 기업형 임대주택 단지는 총 829가구 중 약 78%(650가구)가 전용면적 40㎡ 미만의 원룸과 투룸형인 것으로 나타났다. 초소형인 전용 20㎡ 원룸도 상당수 포함됐지만 가장 큰 전용 59㎡는 40가구에 불과하다. 사업자인 하나자산신탁은 지난주 반도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하는 등 사업 속도를 높이고 있다.

초소형 위주의 주택 구성은 중산층을 위한 고품질 임대주택을 건설해 급격한 주택 월세화로 인한 중산층 부담을 줄인다는 취지와 어긋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전용 20㎡ 원룸은 국내 1인당 평균 주거면적(31.7㎡)에도 크게 못 미친다. 국토부 관계자는 “자녀를 둔 중산층 가족이 거주할 수 있는 상품을 공급하는 게 바람직하지만 해당 지역은 1~2인 가구의 수요가 많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사업지 인근 왕십리뉴타운에서 소형 오피스텔이 상당수 나오는 등 1~2인 가구를 위한 민간 부동산 상품이 잇따르고 있다. 또 소형 주거상품은 이미 월세 위주의 시장이 형성돼 있고 집주인들이 오히려 세입자의 장기 거주를 희망하고 있어 주거불안 우려도 작다.

이곳 단지에 소형 평형이 크게 늘어난 것은 사업성 때문이란 설명이다. 조명래 단국대 도시지역계획학과 교수는 “민간 사업자들이 연 5~6%의 수익률을 얻으려면 주택을 작게 쪼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새로 지어지는 기업형 임대주택은 전용 16~45㎡ 규모의 행복주택과 외견상 큰 차이가 없어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취약계층에 공급하는 국민임대주택도 최소 전용 33㎡ 이상이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