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한은 금리인하…원·달러 환율 얼마나 끌어올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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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인하로 누적상승 요인 반영
보유 달러 매도 다소 늦출 필요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보유 달러 매도 다소 늦출 필요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한은 금리인하…원·달러 환율 얼마나 끌어올리나](https://img.hankyung.com/photo/201503/02.6912457.1.jpg)
하지만 금리 인상을 앞당겨야 한다는 부담도 커지고 있다. 좋은 것을 액면 그대로 볼 수 없는 ‘정상의 역설(kind act’s paradox)’적인 시각이다.
올해 2월 실업률은 Fed가 완전고용으로 판단하는 5.2~5.5%에 부합하는 수준이다. 실업률은 대표적인 경기후행지표인 데다 금융위기 이후 미국 기업이 고용을 가능한 한 늦춰왔던 행태를 감안하면 이제는 경기 회복이 본격화되고 고용도 늘리는 쪽으로 바뀌고 있음을 뜻한다.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한은 금리인하…원·달러 환율 얼마나 끌어올리나](https://img.hankyung.com/photo/201503/01.9702990.1.jpg)
Fed도 오바마 정부에 협조했다. Fed는 2012년 12월부터 물가안정과 고용창출을 양대 책무로 재설정했다. 1911년 Fed 설립 이후 가장 큰 변화로 평가받는 조치다. 오히려 그 이후 추진한 통화정책을 보면 경기회복과 고용창출에 우선 순위를 두고 운영해 왔다고 할 수 있다.
미국의 2월 실업률이 완전고용 수준으로 개선된 것을 놓고 각국의 반응은 제각각이다. 가장 반기는 국가는 미국이다. 하지만 새로운 부담도 찾아 왔다. 지난 7년 동안 양적 완화로 풀린 돈이 4조달러가 넘을 정도로 많은 점을 감안하면 위기 극복책의 후유증이라 할 수 있는 ‘애프터 크라이시스’ 문제를 원만하게 해결해야 하기 때문이다.
대부분 신흥국은 반기지 않는 분위기다. 미국 경제가 정상을 되찾아 신흥국의 대미 수출이 증가하는 좋은 점이 있지만, 제로금리와 양적 완화를 바탕으로 유입됐던 달러캐리 자금이 이탈되는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지난 2월 실업률 발표 이후 금리 인상이 임박했다는 우려가 확산되면서 신흥국에서는 외국 자금이 빠져나가고 통화 가치가 하락하고 있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미국의 2월 실업률 발표 이후 신흥국에서 나타나는 외자 이탈세가 ‘2차 테이퍼 텐트럼 현상’으로 악화될 것인가 하는 점이다. ‘테이퍼 텐트럼’이란 미국 등 중심국의 통화정책상 작은 변화가 한국 등 신흥국에 의외로 큰 타격을 주는 ‘긴급 발작’ 현상을 말한다.
2013년 5월 말 벤 버냉키 당시 Fed 의장의 출구전략 시사 발언 직후 대부분 신흥국에서는 ‘1차 테이퍼 텐트럼 현상’이 발생했다. 특히 외환보유액이 적정 수준을 크게 밑돌았던 ‘취약 5개국(F5·브라질 인도 인도네시아 터키 남아프리카공화국)’은 외환위기를 우려해야 할 정도로 금융시장이 크게 흔들렸다.
골드스타인 위기판단지표 등으로 신흥국별 ‘2차 테이퍼 텐트럼’이 발생할 가능성을 점검해 보면 외환 보유에 비해 재정적자가 심한 러시아, 브라질, 터키, 남아공 등은 고위험국으로 나온다. 1차 테이퍼 텐트럼 때 F5로 분류됐던 인도는 ‘모디노믹스(나렌드라 모디 인도 정부의 경제정책)’ 기대로 외국 자금이 꾸준히 유입되고 있어 중위험국으로 상향됐다.
문제는 한국이다. 1차 테이퍼 텐트럼 당시 큰 충격이 없었고 위기판단지표도 양호했던 한국이 작년 10월 말 Fed의 양적 완화 종료를 앞두고 외국 자금 이탈에 시달렸다. 여러 요인 가운데 버냉키 전 의장의 출구전략 언급 이후 1년이 넘는 과도기에 준선진국 대우를 받던 한국에 유입된 선진국과 신흥국의 셸터(shelter·피난처) 자금 때문이다.
대기성이 강한 셸터 자금은 선진국, 신흥국 등 어느 한쪽의 경제 여건이 개선돼 통화정책의 가닥이 잡히면 되돌아가는 환류 특성을 갖고 있다. 작년 9월 초만 하더라도 대부분 예측기관들이 달러당 950원까지 떨어질 것으로 봤던 원·달러 환율이 Fed의 양적 완화 종료가 알려지기 시작한 9월 중순 이후 1100원대로 급등했던 것도 이 요인 때문이다.
이럼에도 작년 9월보다 위기판단지표가 더 개선되고 외국인 자금도 유입되고 있는 최근 원·달러 환율이 신흥국 통화 중에서도 많이 올라가는 배경이 궁금하다. 가장 큰 것은 성장과 물가, 환율 면에서 비교적 낙관적인 입장을 취해오던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를 계기로 그동안 누적돼온 원·달러 환율 상승 요인이 시장에 한꺼번에 반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나중에 반드시 되돌아오지만 유럽중앙은행(ECB)의 양적 완화, 미국의 금리 인상 우려, 한은의 금리 인하가 겹치는 올 2분기(이르면 이달 안에)까지는 원·달러 환율이 1150원 이상으로 올라갈 수 있다. 달러 수출대금이나 작년 9월 원·달러 환율 1020원 내외에서 달러를 사뒀던 투자자는 원·달러 환율이 적정 환율 범위대 상단을 지났다 하더라도 좀 더 기다렸다가 매도할 것을 권한다.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