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추격에…'이 악물고' 180도 변한 태광산업
중국의 빠른 추격에 휘말려 적자 늪에 빠진 태광산업이 사업구조 개편과 체질 개선에 본격 나섰다. 올해 적자 사업계획을 짜는 비상 상황에서도 그동안 소홀했던 연구개발(R&D) 투자는 늘리고 영업조직도 재정비하기로 했다. 임직원들이 신사업이나 혁신 아이디어를 낼 수 있는 사내 게시판도 마련했다. 보수적인 조직문화를 혁신하고 신규사업 등으로 돌파구를 찾기 위해서다.

◆창사 65년 만의 첫 적자 사업계획

태광그룹 핵심 계열사인 태광산업은 합성수지 원료인 테레프탈산(TPA) 아크릴로니트릴(AN) 등 석유화학과 나일론, 스판덱스 등 섬유가 주력 분야다.

꾸준한 중국 수요에 안주하던 이 회사에 비상등이 켜진 것은 2012년부터다. 글로벌 경기 둔화와 중국 경쟁사의 급성장으로 11년 만에 영업적자(개별실적 기준)를 냈다. 2001년엔 노조의 장기 파업으로 적자를 냈지만, 2012년은 사업 부진 때문에 생긴 첫 적자였다.

다급했던 태광산업은 이호진 전 회장의 경영 공백을 메우기 위해 심재혁 부회장을 구원투수로 투입했다. AN 등의 수요 증가에 힘입어 2013년 반짝 흑자를 냈지만 오래가지 못했다. 지난해 경영실적은 다시 적자전환했다.

문제는 지금부터로, 중국 석유화학·섬유산업의 대약진으로 기존 범용제품으로는 적자 탈출이 어렵다. 창사 65년 만에 처음으로 올해 200억원의 영업적자를 사업계획으로 잡은 것은 이 때문이다.

회사 관계자는 “중국 경쟁사들이 수출시장까지 잠식하고 있어 기존 범용제품만으로는 생존도 어려운 처지가 됐다”고 말했다.

◆사업구조·체질 개선 안간힘

中 추격에…'이 악물고' 180도 변한 태광산업
심 부회장과 최중재 사장(사진) 등 최고경영진이 생존을 위해 택한 해법은 체질 개선이다. 3, 4년 전까지 적당히 영업해도 회사가 이익을 내다 보니 무사안일과 느슨함에 익숙해진 직원들의 업무 태도와 관행부터 바꿔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이를 위해 자유롭게 사업 아이디어, 혁신 아이디어를 올릴 수 있도록 사내 게시판부터 도입했다. 회사 관계자는 “보수적인 문화의 태광산업에는 이조차도 파격적인 조치였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에는 영업 조직도 개편했다. 석유화학과 섬유 등 업종으로 나뉘어 있던 영업조직을 품목별로 전문화했다. 과거 영업1팀에서 나일론, 스판덱스 등 섬유제품을 모두 취급했던 것을 나일론팀, 스판덱스팀 등 품목 중심으로 개편한 것. 회사 관계자는 “과거에는 영업사원이 특정 품목에 대한 전문 지식이 없어도 영업이 가능했으나 최근에는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전문성이 요구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R&D 통해 프리미엄 비중 확대

R&D도 강화하고 있다. 지난해 태광산업은 R&D에 84억원을 썼다. 매출의 0.4%에 불과하지만 전년의 45억원에 비하면 두 배 늘어난 것이다. 올해도 R&D 투자를 두 배 이상 늘릴 계획이다. 회사 관계자는 “중국산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프리미엄 제품으로 승부할 수밖에 없어 R&D에 투자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신규사업에도 뛰어들었다. 지난해 11월 가구 기저귀 등의 접착제로 쓰이는 친환경 섬유인 저융점섬유(LMF) 양산을 시작한 것. 회사 관계자는 “범용이 아닌 프리미엄급 제품만을 양산하는 첫 시도였다”며 “올해부터는 기존 범용제품도 프리미엄 중심으로 바꿔 나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박영태 기자 p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