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이나 메신저에 대한 정부 검열은 세계적으로도 핫이슈다. 미국은 에드워드 스노든이 2013년 국가안보국(NSA)에서 개인정보 수집 및 감시프로그램인 ‘프리즘’을 운영하고 있다고 폭로한 대로 세계 인터넷 사용자의 90% 가까이를 감시하고 있다. 중국은 10여년 전부터 ‘다칭바오(大情報)’라는 사이버 감시망을 운영하고 있다. 검열의 폭이 넓고 일방적이어서 ‘만리방화벽(Great FireWall)’이라고 비난받기도 한다. 러시아는 지난해 발효된 블로그법에 따라 하루 3000명 이상 방문하는 블로그는 정부에 등록해야 한다. 안보를 명분으로 정부의 사이버 검열이 강화되는 추세 속에서 개인의 사생활과 정보 보호는 전례없는 위기를 맞고 있는 셈이다.
더욱 문제 소지가 큰 것은 자발적인 폭로다. 최근 국내에서는 연예인들의 사적인 카톡 대화가 인터넷 언론 등을 통해 공개되는 일도 잦아지고 있다. 이병헌 박시후 클라라 등 연예인이 관련된 사건이 줄을 잇고 있다. 이들은 모두 소송을 벌이는 상대방이 있고 법정에서 이기기 위해 낯뜨거운 내용도 여과없이 공개된다.
문제는 어떻게 이런 자료들이 유출되고, 그리고 네티즌이 과연 마음대로 퍼날라도 되는지에 대해서는 진지한 논의나 토론이 없다는 점이다. 선의의 피해자에겐 ‘카톡 재앙’이 되는 셈인데, 이런 상황을 즐기는 집단관음증도 번져가고 있다. 사적 대화는 보기에 따라, 그리고 편집하기에 따라 얼마든 다른 해석도 가능한 것이어서 누군가 악의적으로 공개하면 돌이키기 어려운 상처가 될 수 있다.
최근 삼성물산 직원들이 일부 민원인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는 수단으로 카톡 대화방을 사용했다가 그 내용이 고스란히 언론에 공개되기도 했다. 잘잘못은 차치하고라도 내부 직원의 대화가 어떻게 공개될 수 있었는지도 의문이다. 힐러리 클린턴의 개인 이메일 논란도 있었지만 사적 영역과 공적 영역은 종종 경계를 침범한다.
권영설 논설위원 yskw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