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무턱대고 요구하는 핀테크 규제 완화
“핀테크(fintech)산업 활성화를 위해 규제를 풀어야 한다고 나서는 것이 무슨 유행처럼 돼 버린 느낌입니다. 합리적으로 따져보지 않거나 규정도 제대로 모르면서 규제 완화 목소리만 높이는 사람들이 많아요.”

시중은행의 한 임원은 핀테크 규제 완화 주장이 난무하고 있다면서 부작용을 우려했다. ‘번지수를 완전히 잘못 짚은’ 요구들로 인해 정상적인 내용조차 ‘도매금’으로 처리된다는 이유에서다.

핀테크는 정보통신기술(ICT)을 금융업에 결합해 완전히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한다. 신용카드 없이도 온라인 쇼핑을 할 수 있도록 해주는 중국 알리페이가 대표적인 핀테크 기업이다. 안타깝게도 한국에서는 이렇다 할 핀테크 회사를 배출하지 못했다. 금융업에 대한 엄격한 규제와 카드 위주의 소비 환경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올해 초 종합 대책을 내놨으나 아쉽다는 지적이 많아 앞으로도 의견을 수렴하겠다는 계획이다.

문제는 이 틈을 타고 엉터리 규제 완화 주장이 판을 치고 있다는 점이다. 클라우드 컴퓨팅 발전법이 통과됐는데도 금융 관련 법규는 정비가 안돼서 금융회사와 핀테크 업체들이 외부 컴퓨터 장치를 이용할 수 없다며 ‘대못’을 뽑아야 한다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런 주장의 근거는 전자금융거래법 31조와 금융회사의 정보처리 및 전산설비 위탁에 관한 규정 4조와 6조였다. 하지만 이들 법규는 오히려 클라우드 컴퓨팅이 가능하다고 돼 있다. 전자금융거래법 31조에서 충분한 전문인력과 전산설비 등 물적 시설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고 규정한 다음, 전산설비 위탁 규정에서 ‘정보처리를 제3자에게 위탁할 수 있다’(4조)고 허용했다. 전산설비 위탁 규정 6조에서는 금융위원회 승인을 얻으면 국외의 본점과 지점 또는 계열사에까지 위탁이 가능하도록 했다. 무엇보다 실제로 많은 금융회사들이 지금도 전산업무를 외부 회사에 위탁하고 있다. 간단히 얘기해서 말이 안되는 주장이다.

새로운 산업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규제 완화가 필요하지만 섣불리 나서면 곤란하다. 진지한 자세가 필요하다.

박종서 금융부 기자 cosmos@hankyung.com